[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05.02.2021


 

이렇게 또 한 주가 지나간다.
금요일 저녁.
메신저 프로그램에서 로그아웃을 하고 회사 VPN도 껐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어제 오늘 하기로 했던 예산 트래킹 스프레드시트 리뷰는 무사히 끝났다.
이런 저런 헤드카운트 변경사항 등을 입력하면 그대로 매달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몇 군데 기입 할 사항들을 기입 하고 마무리 짓겠다고 하였다.
그럼 괜찮다 이제는.

오늘은 미주지역 미니프로젝트 롤아웃을 위해 고용된 컨설턴트와 미주지역 세션 스케줄 관련하여 잠시 콜을 가졌다. 서로 모니터를 셰어하면서 일정과 시간 등을 재입력하는 동안 말이 없어진 틈을 타 내가 먼저 그에게 평소에는 스페인과 영국을 (그는 아일랜드계 영국인으로 스페인에 집이 있고 현재는 런던에서 체류중) 오가며 지내냐고 물으면서 약간의 사담을 하게되었다.

호주, 미국, 일본 등지에서도 직장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제법 인터내셔널한 사람이었다.
내가 한국출신이라고 하자 그는 언제나 한국에 가보고 싶었노라고 하였다.
인터내셔널한 환경에서 일한다는 것은 나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단일민족, 단일언어 등 무언가 단일화, 획일화 된 것들은 가슴 속에서 이상하리만치 열망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것도 나의 호불호 강한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거 아니면 저거. 모 아니면 도.

 


한국에 있을 때 부터 좋아하던 가톨릭 서적 전문 출판사 "바오로딸 서점"의 SNS 계정을 팔로우 중이다.
오늘자로 내 피드에 아래의 포스팅이 올라왔다. 

 

 

출판 되는 책에서 발췌한 구문을 담고있었다.
송봉모라는 저자 역시 사제이다.
송봉모 토마스 신부님.

나는 이 신부님의 유튜브 강론 영상 등을 과거에 몇 개 본 적이 있다.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것이 바로 <거룩한 내맡김의 영성> 시리즈였다. 내맡기지 못하고 내 뜻대로 해내려고 하면서 고난에 빠지게 되는 세상의 많은 이들 가운데 나도 포함되어있다.

내맡김.
내려놓음.
내려놓고나서 그 내린 것들을 내어드림.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내 잣대로 내 알량한 계산에서 하는 행위들 모두를 내려놓고 모든 것을 매 순간 하느님께 맡기는 것. 그리하여 무거운 짐진 자들의 짐을 나눠 지신다는 하느님께 순명하고 순종하고 내 앞에 마련된 길을 걸어가는 일.

정말로 말처럼 쉽지 않은 이 일이 나는 여전히 버겁다.



내가 퇴사를 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도, 아무리 말씀을 읽고 명상을 하고 기도를 하면서도 매일 그래도 일을 그만두고, 적어도 이런 종류의 일들에서 제발 좀 언젠가는 해방되어서 머리도 식히고 쉬고도 싶고 다른 대안도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이런 저런 되도않는 계획들을 또 찾아보려고 아등바등 거리는 것도 모두. 모든 것을 내맡기지 못해서겠지. 내맡긴다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든걸까?

완전히 하느님을 믿지 못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완전히 믿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그 "혹시" 하는 마음. 그리고 얼른 눈 앞에서 확인하고 싶은 조급함. 아아... 이 마음을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사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고 하느님 뜻을 기다리는 것 까지는 하겠는데 그 기다리는 과정 중에서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 된다는데, 그러자면 계속해서 하던 일을 하면서 버텨야한다는 것이지 않는가? 그게 하기 싫은 것이다.
하던 일 계속 하면서 버티는 것.

안버티고 쉬면서, 아니면 다르 거 하면서 기다리면 안될까?

나 정말 좀 쉬고싶은데 그러면 안되는걸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9.01.2021


직장을 계속 다닐 시의 단점/ 우려되는 점들

Challenges to the Cons

1. 익숙하지만 내가 발전한다는 느낌이 안듦.

 

--> 어떤 느낌이길래?

처음엔 프로젝트매니지먼트 쪽이나 ERP 컨설턴트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접근해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프로젝트매니지먼트는 너무 많은 stakeholder 들과 일해야하고 ERP 컨설턴트도 마찬가지로 워크샵, 기능 교육 등을 도맡는 등 너무 많은 에너지 소모가 필요한 직군이라는 생각에 점점 이게 나에게 좋을 일일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현재 하는 일이 그렇다면 이 두가지 패스로 나가지 않을 시 뭘 할 수 있을지 모호해지기 시작함.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하고있는게 월급받기 용도 말고 대체 어떤 쓸모가 있을지 발전하고 있는건지 시간낭비하고있는건지 모르겠음.

 

--> 조직 내에서 다른 일을 타진 해 보는 건 어떨까?

이미 여러번 팀을 옮긴 상태고 솔직히 이번이 이 조직에서 마지막 팀이었으면 좋겠고 여기서도 아니다 싶으면 그때는 이 조직을 아예 나가고 싶다. 그리고 다른 직무도 솔직히 하고싶은게 없고, 있다 한들 이 조직의 특성을 너무 잘 알아서 익숙하긴 해도 그래도 계속 장기적으로 있기에는 겪은 게 너무 많다.

 

--> 어떻게 하면 발전한다는 느낌이 들 것 같은가?

뭔가 좀더 테크니컬한 것들을 만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어드민적인 일만을 하기엔, 익숙해지면 몸편한 일일수는 있을지 몰라도 솔직히 너무 전문성이 없음.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면 돈 안벌고 배우는 기간을 갖더라도 차라리 그렇게 하고싶다.

 

 

2. 이 조직에서 겪은 여러가지 불편한 점들도 계속 꼬리표처럼 뒤따라오며 불편함을 가중시킴

 

--> 어차피 모두 과거의 일 아닌가?

머리로는 그게 수긍이 가는데, 계속해서 관련된 사람들을 보게되거나 하면 자꾸만 과거에 내가 거기

있을 당시 힘들었고 번민했던 점들, 내가 없애고 싶은 과거 기억들이 떠올라서 자꾸 더 미워짐.

 

--> 과거를 용서 할 수 있는가?

아직까지 드문드문 그때 무능력했던 나 자신과 내가 원하는 그림대로 되지 않은 일들에 대해 토라져

있는 상태인 건 맞다. 노력해야하는 부분이다.

 

--> 그래도 여러 팀을 거치는 동안 좋은 점들도 있지 않았는가?

확실히 그렇다. 그렇게 거치지 않았더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도 분명 있다

3. 벌이가 적어지더라도 차라리 낮시간동안 다른 더 의미 있는 일들을 해 볼 기회를 잃음

 

--> 퇴사를 한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가?

확실히 뭔가 조금 더 하드스킬을 업데이트 하는데 도움 되는 것들을 배워보고싶다.

제너럴하고 어드민적인 요소가 적은, 뭔가 topic driven 한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하드스킬!!

 

--> 구체적으로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이 있나?

작년 가을에 직장인들을 위한 원격 대학원 석사과정에 등록해서 Information Systems를 공부해보려

고 했다. 그러나 갈수록 프로그램에 실망 + 흥미 잃음으로 인하여 그 등록금을 주고 모든 과정을 이수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대신에 그 다음학기부터는 등록하지 않고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서

해보려고 한다. 조금 더 실용적인 커리큘럼이며 학점이수가 가능해서 4과목 정도 프로그래밍, 시스템

엔지니어링,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을 배우는 것이다. 추후 석사로 연장하길 원할 시 그 과목들에 대해

학점인정이 되어 나머지 학점만 채우면 되는 프로그램을 찾아 둔 상태다. 가격도 작년에 지원한 석사

과정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 만일 그 프로그램도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어쩌려는가?

사실 이 점이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뭐든..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대신에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번에는 사전조사를 조금 더 철저하게 해서 타진해보고싶다.

 

--> 차선책은 있는가?

조금 더 테크니컬한 ERP 파트 (예를들면 ABAP 프로그래밍, SAP 데이터베이스, 비즈니스 애널래틱스

모듈 등등) 혹인 기타 다른 도움 될만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자격증 트레이닝 과정을 듣고 자격증을 딴

뒤 재취업을 노려볼 수도 있을 것 같다.

 

-> 그래서 결국은 재취업이라는 말인가?

이 점은 좀 더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특정 직장에 기대지 않고도 생계유지가 가능해지는 파이프라인이

구축된다면 꼭 다시 취업을 하는 것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만일 좀 다른 포지션으로 일 해 볼

수 있다면 그것도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4. 일을 해도 의구심 & 회의감이 지속적으로 듦.

 

-->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일을 일단 시작해서 해 보면 볼수록 자꾸만 난관에 부딪히고 이 난관은 내 성향과 적성에 관련된 것이

라 그럴때마다 좌절감과 회의감이 크다. 또한 그 회의감이 지속되면서 내가 과연 올바른 것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증폭된다.

 

--> 다른 일을 하면 의구심이나 회의감이 안 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나?

솔직히 자신 없긴 하다. 그래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렇게 해왔는데 의구심이 들었다면, 다른 쪽을

택해서 의구심과 회의감이 든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그 다른 쪽을 택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직장을 그만 뒀을 시의 단점/ 우려되는 점들

Challenges to the Cons

1. 도망치려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아무래도 팀을 옮긴다거나 직장을 옮긴 전례가 있고, 2-3년 이상 진득하게 있지 않고 옮겼다는

데서 얻은 일종의 컴플렉스 같다.

 

--> 도망치는 것이라면, 무엇으로부터의 도망일까?

나 자신의 약함이 너무 많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 즉, 나의 강점 보다는 약점많이 집중되는 환경

에서 그만 나를 놓아줘야겠다는 절실한 생각. 그럴수록 자꾸만 마주해야하는 스스로의 찌질함이 너무

괴로웠다.

 

-->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밖에 어떤 심리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사실 지금껏 도망치는 것 같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 없이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매번 이동을

할 때마다 나는 발전해왔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의 선택에 후회는 없는 편이다. 완벽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후회는 없다. 도망치는 것이 아니고, 시절인연이 다하여 마음도 함께 떠나 변화에의 목마름

으로 해석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2. 사회적으로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낙인찍히면 어쩌지/사회에서 소속감이 결여 될 것 같음

 

--> 어떤 소속감?

나름대로 이민자로서 그래도 현지의 직장을 다니는 것으로 이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라지면 끄나풀이 없어질 것 같다.

 

--> 그게 사라지면 어떻게 되길래?

왠지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다.

 

-->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더 심리적으로 위축될까봐 걱정된다.

 

--> 직장을 다니면 "아무것"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나?

솔직히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도 아니고 직장 다니기만 한다고 무조건 어떤 의미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손으로 밥벌어 먹고 살고 세금도 내고 연금도 내는 측면에서 생산적인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은 들었음.

 

--> 직장도 안다니고 가족도 없이 사는 외국인들도 있지 않아?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솔직히 궁금하다. 믿을 구석 하나 없고 의탁할 구석 하나 없지 않는가.

 

--> 그렇게 사는 이민자들은 모두 이 나라에서 체류를 하면 안되나?

그런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재정만 축내는 암적 존재가 될 것 같다.

 

--> 직장 이외로 소속감을 가질 만한 것은 뭐가 있을까?

이를테면, 학교를 다시 다니면서 공부를 하거나 뭔가 현지에서 계속 어떤 활동을 하게 되면 사회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음.

 

-> 바로 재취업 안하고 어느정도 기간동안 생활 가능하다는 전재 하에, 그런 다른 활동들로 소속감이나

생산적인 삶을 영위 할 대안적 방안은 없을까?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공부를 다시 해서 나중에 그걸 바탕으로 일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3. 실업 상태면 대외적으로 사람들에게 말할 때 위축 될 것 같다. (2번과 연결 가능)

 

--> 현재 이 나라에 실업자는 단 한명 뿐인가?

아니다. 많은 실업자들이 있다.

 

--> 그들은 모두들 위축되게 살고 있는가?

모두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남앞에 말하기 떳떳하지 못하고 불편한 부분은 있을 것이다.

 

--> 자발적 실직상태는 그자체로 잘못인가?

잘못은 아니지만 장기화 된다면 개인과 사회 모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 커리어 공백기를 표현하는 방식들에 대해 알고있는가?

알고는 있지만, 막상 내 입으로 말하자면 주눅 들 것 같다.

 

--> 그러면 커리어를 유지하는 지금은 주눅이 들지 않는가?

사실.. 주눅은 이러나 저러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매한가지로 든다.

 

--> 대부분의 인간들은 어차피 노동가능한 연령까지 평생 일을 해야 한다. 그 중에서 6개월~최장

1년 6개월 정도까지의 공백은 어찌 보이나?

전체를 놓고 보면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닐 수 있다.

 

--> 대안 없이 퇴사하고 쉬는 사람들이 실재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아는가?

실재 사례들을 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사람들로부터 현실적인 경험들을 듣고싶고

조언도 받고싶다.

 

4. 장기적으로 돈벌이 될 만한 일을 찾지 못하게 될까 두렵다.

 

--> 직장을 다니는 현재는 장기으로 돈을 벌 보장이나 확신이 서는가?

아니다. 불명확하긴 마찬가지다.

 

--> 현재 저축 상태는 어떠한가?

사실 5월에 사표를 내고 노티스기간 8월까지 일해주고 9월부터 실직상태에 들어갈 시나리오를 염두

해두고 저축플랜에 들어서긴 했다. 기존에 모아둔 돈과 8월까지 모으게 될 돈, 그리고 그 3개월 뒤

수령하게 될 실업급여를 합하면 당장 굶어죽지 않을 수 있다.

 

--> 최악의 경우, 잠시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가?

정 안되면 그렇게라도 해서 다시 최소 생계유지는 이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게 된 일을

하며 더욱 비참한 기분만 들고 더욱 우울해 질 까봐 걱정이다.

 

--> 이 경우 현실적인 도움을 받아 볼 수 있는가?

정말 정말로 최악으로는 이 나라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을 신청 해 볼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런

최악으로까지는 가지 않아야한다.

 

5. 인터내셔널한 조직을 찾기 힘들다.

 

--> 현지인들로만 구성된 조직은 전혀 안되나?

아무래도 스스로 마음이 편할 것 같지는 않다.

 

--> 스타트업 등 다국적 인원으로 구성된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라면 다시 잡을 구해 볼 엄두가

설 것 같은가?

만일 인터뷰 등을 통해 조건이 괜찮아 보이면 시도 해 볼 의사는 있다.

 

--> 리모트로 다른 나라와 연결되어 하는 일을 찾는 것은 어떤가?

그럴 수만 있다면야 이상적이겠지만 그런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단 오늘 이 내용을 앞으로 시일이 어느정도 더 지난 뒤에 다시 읽어보며 생각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오늘의 내용에 대한 정리를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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