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10.03.2021


 

 

 

간밤에 시계가 자정을 가르켰을 때, 휴대폰에 설정한 디데이 카운팅 위젯은 50일 남았다는 푸쉬 알림을 보냈다.

내가 설정한 100일 중에서, 그 절반의 기간이 지난 것이다.

2nd A. 는 2nd Anniversary 를 뜻한다.

내가 징하디 징하게 집착하는 그 업계 최소 2년 경력 채우는 그 알량하고 옹졸한 데드라인.

어제는 디데이 카운팅이고 나발이고 확 다 갈아엎듯 때려치우고 나오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누른 채로 그동안 줄곧 받아왔던 온라인 심리상담을 한 회차 신청했다.

 

 

 

 


지금까지의 여정 중에서 이 온라인 심리상담이 없었더라면 나는 어땠을까.

나는 어제 이미 발생한 일들에서 오는 부담감과 앞으로 닥칠지 어떨지도 알지 못하는 망상적인 걱정들로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였으며 가까스로 충동적 "다리 불태우기 (burning the bridge)"를 참으며 하루를 마감하고나서 기진맥진 해 진 상태였다.

이대로 다 그만둬버리고 나면 결국에는 나는 오점을 남기게 되는 걸지, 과연 그만둔다면 뭐라고 하면서 그만두고 나올 수 있을지, 거기다가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하면 어떻게 되는건지 등등 나는 어제 굉장히 심한 불안상태에 빠져들어있었다.

그때 담당 상담사 선생님이 내게 해준 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그 "오점을 남긴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동안 우리가 상담통해 만나면서 나눴던 이야기들 속에 등장했던 모든 인물들, 사건들, 장소들 다 한켠으로 밀쳐놓고. 나. 나 자신. 나는 어떤 기분이고 나는 무엇을 하고 싶고 나는 왜 그렇게 하고 싶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so what? 하는 자세로 자신이 옳다고 믿고 결정 내린 일에 대해서는 뒤돌아보지말고 나아가라고.

그리고 오점을 남긴다는 핵심신념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불안한 생각들의 사이클로 반복되어 돌아오는 것. 지나가는 사람들을 랜덤으로 붙잡고 물어봐도 열의 여덟아홉은 거의 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심지어 열사람 중에서 열명 다 이건 실패하는 짓이라고 소리친다 해도, 내가 어떻게 생각해서 어떤 일을 겪고 나서 어떻게 내리게 된 결정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안다면 그들의 의견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주체성을 바탕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또한, 이런 생각을 믿음처럼 가지고 있다보면 직장을 그만두고나서도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새로운 인생의 챕터를 넘기지 못한채 계속해서 낙오자 같다는 그릇된 인지적 오류를 떠안으며 허우적거릴 거라고.


50일이 지나오는 동안에 생각보다 많은 것을 찾아내지 못한채 주기적으로 빠져드는 이 불안 사이클에 잠식당한채로 시간을 허비한 것 같다는 생각에 반성을 하게된다.

어제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을 타고 시청하게 된 이 영상에서 공감을 받았다.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고 다른 포지션으로 이직하고 그렇게 환승에 환승을 거듭하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맞다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면서... 타잔처럼 말이다.

https://youtu.be/H7ChGtEPmC4

 


 

앞으로 남은 50일간 나는 현실적으로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누가 여기에 나에게 좀 영양가 있는 조언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다른 삶을 살면서도 그 삶에 문제가 없더라는 그런 간증을 들으면서 마음을 좀 놓아보고 싶단 말이다.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09.03.2021

 


 

영혼이 잠식된 기분이다.

나아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마음에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너무 괴롭다.

더 이상 버티기 싫은 기분이다.

그냥 이번 달 안에 사표를 내고 6월에 나오는 걸로 할까 그런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막상 강박적으로 내가 설정한 4월말까지 버티고 2년 채우는 그 알량한 그놈의 그 2년에 왜이렇게 목숨을 걸지?

기대연봉을 확 줄여서 여기저기 지원하고 다니면 되는걸까?

아니다. 그러면 어차피 또 새로운 곳에 가서도 불만족스러워서 얼마 못가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해본다.

뭐라고 하면서 나올까.

한국에 급히 가야한다는 "한국 귀국설"을 카드로 쓸까 이런 거지같은 생각을 하다가 이따위 시나리오나 구축해서 또 입증하려고 하는 내 자신의 비루함에 화가난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이렇게 일하고 먹고 살고 하는 방면에 있어서는 영혼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다.

지쳤단 말이다.

사실.. 일을 하게 되면 인간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진다.

가장 큰 실망감을 안겨주는 인간이 있는데,

그는 바로...

나 자신이다.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08.03.2021

 


월요일이다.

주말은 언제나 순간삭제되고 월요일로 타임슬립을 하는 것 같다.


지난 금요일 오후의 업무 목표 설정은 아주 간략하고 형식적으로 끝났다.
급여 인상에 대해서는 인사부로 이미 결제를 올려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 나는 어쩌면 돈을 좀 더 받으면서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서 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든 생각이다.
돈을 더 올려준다고 해도 그냥 그 돈을 안받고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기 싫다는 것.

이 마음에 솔직해지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것은 양심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이런식으로 돈에 길들여지고 돈에 취하면 나중에 더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서 제 때에 끊고 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도 들었다.

내가 그간 하고싶다고 생각했던 무슨 하드스킬을 바탕으로 하는 일, 무슨 기획을 하는 일.. 따위.. 전부 다 생각해 봤는데 지금 하는 일이든 그런식의 일이든 모든 것들 다 사실은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다.
속마음은 그게 아니니까.
사실은.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닌데 먹고살기 위해 이정도면 그래도 다른 거 보다 나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찾아가며 일을 해 온 것이지만 사실 막상 무슨 기획하는 일 무슨 다른 일을 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회사생활이라는 것에 내가 만족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전히 나는 대안은 없는데, 희안한것은 마음은 편안하다.
그동안 그토록이나 외면하고 왜곡해오고 있던 것을 비로소 인정하는 데서 오는 안도감 같은 걸까?

속마음은, 본심은, 정말 다 아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더 장기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란말이다.

받아들이고,
내려놓자.

우선 그러는데서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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