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1.03.2021


 

주말을 보내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면접도 준비해야하고 다른 리모트 일자리의 지원서도 써야했지만 계속해서 마음 속에서 만져지는 덩어리진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면접도 지원도 지금의 일도 모두 다 팽개치고 어디론가 몸을 숨기고 싶다는 도피심리가 강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알지 않나. 그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도울 수 없다는 것. 아무런 변화도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

 

곰곰 생각해보면 그동안 내 불만족을 포장하기 위해서 막 말로는 무슨 무슨 전망 좋은 스킬을 배우면 좋으네 마네 그런 말들을 빈수레가 요란하듯이 해왔지만 정작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곰곰 생각해보고 말 것도 없는 일이다. 왜 하지 않았을까?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텐데 왜 계속 말로만 말로만 그렇게 하고 실행하지 않았을까?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실재로는 그거는 누가 그러는데 그런 걸 하면 좋다고 들어서, 그런 기술이나 지식이 있으면 더 나은 일자리를 가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더 나은 일자리 라는 것이, 실재로 지금 하는 일보다 훨씬 더 괜찮은 (급여적인 면에서, 혹은 일의 내용적 측면에서) 일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언젠가 그 기술만 있으면 생길지도 모를 그 모호한 미래 어느 한 시점의 일에 가슴 속 깊이 감화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지금 이렇게 면접을 준비하고 새로운 지원서를 위해 전체적인 CV의 포맷이나 내용을 바꿔보고 커버레터를 써보려고 하는 이 모든 일들 앞에서 사실 만일 이 일자리가 된다고 해도 얼마 못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또 한 가지 더 들었던 생각은 타인들과 관계를 잘 맷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죄책감을 느껴왔던 것 같다. 특히 나는 누가 나를 불편해하거나 싫어하는 것 같을 때, 나를 싫어하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을 볼 때, 그럴 때 특히 마음이 많이 흔들린다. 

그동안 지나왔던 일자리들 혹은 부서들에서 내가 적응을 잘 안했던 것들, 나에게 내가 원했던 것 만큼 나를 좋아해주거나 지지해주지않았던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기를 조금도 펴지 못했던 일화들.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니 사실 나는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것에 "실패" 했다는 생각에 그렇게 많이 괴로워 했던 것 같다. 왜냐면 나도 누가 나를 싫어할 때 굉장히 불편하고 싫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수 없을 때, 혹은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좋아할 수도 있었으나 결국 내가 끝끝내 그들을 "좋아하지 않은" 그 일에 대해서, 그들에게 내가 싫어함을 받을 때 느꼈을 그 싫고 불쾌한 기분을 들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그 점이 가장 나를 괴롭게 했었다는 것이다.

 

내가 진짜 원하지 않은 일을 원하는 것처럼 하는 일과 내가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 혹은 과거에는 좋았다가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해 겪는 죄책감과 자괴감 같은 것들을 해결해야 한다.
미해결 상태로 놓여있다면 어떤 일을 하며 어디서 누구와 엮여서 살아가든지 결과를 똑같이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이걸 고치는게 너무 어렵다. 


 

이 모든 것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부 다 한가지로 수렴한다는 것 역시 마음아프다.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라는 거.

 

지금 이직을 하고 퇴사를 하고를 표면적으로 걱정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전 생애에 걸쳐서 이 한 번 뒤틀려버린 자존감을 다시 끌어올려서 일상의 영역을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기가 너무너무 어렵다. 이거야말로 진짜 문제의 근원, 내 모든 비극의 출발점이다.



이제 디데이카운팅은 30일대에 접어들었다.
여기까지 오고보니 이제는 다소 초조해지는 감도 없잖아 있다.


마음을 잘 다잡을 때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