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01.0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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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28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BY Birkenwald]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01.0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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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28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01.04.2021​3월이 지나고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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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지나고 4월 1일로 넘어온지 50여분이 지나고 있는 지금은 밤 12시 51분.

만우절이다.

거짓말처럼, 만우절 장난처럼 내 모든 세속적 근심 걱정들이 한 번에 해소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성 목요일에 접어들었다.

이제 개월수로 따지면 그 지긋지긋한 업계 2년 경력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이 달 말 까지는 무사히 버텨야 그게 유효하다. 2년은 무조건 채우고 마리라는 도대체 다른 구석에서는 잘 발휘되지 않는 집요한 고집.

 


어제와 오늘은 계획 했던 대로 무료 온라인 강좌를 두 개 들었다.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데 유용하게 사용되는 SQL 이라는 데이터 프로그래밍 언어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 중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Python의 인트로 강좌였다.

각각 한 4시간 정도 투자하면 쭉 들으면서 직접 연습문제도 풀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내가 홈오피스 할 때 사용하는 서재처럼 꾸민 집의 한 켠에서 큰 모니터까지 연결시켜서 따라해보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는 초급이라 그런지 그렇게 겁먹을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Python은 SQL에 비해서 수리적 연산을 기반으로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 이렇게 맛보기 형식으로 배우기에는 몰라도 정식으로 데이터분석가가 되거나 그런식으로 하자면 수학적 사고능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선택했던 온라인 수업은 Data Camp 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러닝허브였다. 아무래도 여러가지 강좌들을 번들로 묶어서 코스과정을 짜두기도 했는데 그런 정식 강좌들을 들으려면 러닝 라이센스 같은 것을 구매해서 회원제로 운영되는 전형적인 형식이었다.

무료 강좌와 각 인트로가 끝난 뒤에 해 볼 수 있는 연습문제풀기까지 해 보기에는 시간적 부담도 적고 강좌 구성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사실 이 두 강좌를 맛보기로라도 이렇게 들어보려고 하는 이유는 퇴사를 하게 되었을 시, 코딩과 데이터베이스 매니징 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배우는 자격증 과정을 신청해서 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까지만 하더라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할까 걱정하지 말고 주어진 하루만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보자고 해놓고서는 오늘 이 강좌를 거의 다 들어갈 즈음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또 눈물 콧물 쏟아버리고 말았다.

사실 이거든 그게 무엇이 되었든 새로운 것을 배우라면 얼마든지 배우겠고 또 하다보면 잘하게 되거나 최소 익숙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이걸 배우고나서 무언가 직업을 구하게 되었을 때, 내가 그 일을 좋아하게 될지 정말로 모르겠다. 정말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내렸던 모든 선택들에서 이렇게 하면 전망이 좋을거야, 이렇게 하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거야, 기왕지사 이렇게 해온 마당에 연봉 올려서 이직하도록 해보자, 커리어 플랜을 짜야할텐데 기타등등.. 이런식으로 접근했던 모든 것들 끝에 내 가슴에 남은 짙은 감정은 공허함, 불안감, 가짜행세를 하는 것 같은 찜찜함, 아슬아슬함, 자괴감, 실망감 같은 것들이지 않았나.

 


 

가장 두려운것은 이러다가 노숙자가 되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것이었는데, 사실 진짜 두려운 것은 따로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숙자가 되어 길바닥에 나앉고 말고는 둘째 문제인 것이다.

허영심.

나는 사실 내가 원하는 일로 밥을 벌어먹고 살 자신이 없고, 또 그럴 방법도 없기때문에 그나마 현실과 타협에 타협에 타협에 타협을 거듭하여 지금까지 겉보기만으로는 이럭저럭 제법 멀쩡해 보이도록 해서 살고있는 것이지 않나. 언제나 나의 비극은 같은 지점으로 돌아오는 것도 이제는 너무 지겹다.

나는 누군가 밑에서 고용되어서 남의 일을 해주면서 그 보수로 돈을 받는 일에 의존해 살아왔지만 사실은 죽기전에 소설을 한 번 꼭 쓰고 죽고싶었는데 말이다. 왜 나는 여지껏 한 번도 제대로 쓰지 못했을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굶어죽을 각오라도 해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 내가 쓰고 싶은 때에 쓰고싶은 만큼 쓰다가 그게 안팔려서 한평생 무명으로 살게 된다 해도 자기 만족만은 가진채로 살고싶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굶게되는 거..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정말로 진실로 두려워하는 것은 밥벌이를 위해서 그나마 지금 "남보기에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일들 말고 그게 무엇이 되었건 전천후로 닥치는대로 생업에 뛰어들자니 두렵고 망설여지는 것. 바로 이점이다.

 


 

내가 여기와서 2017년도 후반부터 알게 되어서 지금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지만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위이다. 내성적인 성격인데 나와는 달리 강단이 있고 사람이 나처럼 겉모습과 남보기에 그럴듯해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면이 없고 솔직하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나보다는 훨씬 더 밸런스가 잡힌 사람이라는 인상을 지금까지 받아왔다.

그 친구가 뒤늦게 시작한 석사공부를 마치고서 진로를 결정해야하는데 뭘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잠시 스트레스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그녀가 했던 일이 내게는 신선함과 일종의 경외심과도 같은 그런 마음마저 들게 했었다. 그녀는 그때 일단 그녀가 지내고 있던 학교 기숙사 방세 내는것, 그리고 입에 넣어줄 빵을 사고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게 할 최소한의 경비를 벌면서도 언제나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게 해줄 방편으로서 바로 이 일을 택했었다.

그것은 바로 시내의 커다란 ZARA 의류매장에 아침 아주 일찍 나가서 다른 용역으로 온 일꾼들과 함께 건물 청소를 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솔직히 청소하는 일이 뭐 좋겠냐마는 이게 일찍 일어나서 나가야하는 일이라서 늦잠자면서 하루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게 해주고, 그리고 그 용역 일꾼으로 오는 여자들이 대부분 남미 국가에서 온 여자들이 많아서 자기 스페인어도 연습할 수 있고 결정적으로 일당도 따박따박 받는다고, 그래서 당분간은 이걸 하면서 지내고자 한다고 내게 했던 그 말을 나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이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해서, 그녀가 새로 찾은 다른 파트타임 잡으로는 손님들이 어플로 배달음식을 시키면 호출을 받고 제일 가까운 음식점에 가서 포장된 음식들을 받고 배달해 주는 일이었다.

여기는 한국처럼 철가방맨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방식도 있지마는 이 배달 어플의 경우에는 배달부들은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해 준다. 그녀는 이 일은 운동도 될 겸 자전거 타면서 늦은 오후부터 저녁시간까지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어디 사무직 자리 하나 따분하게 얻어서 복사하고 스캔해주고 잔신부름하느니 차라리 건강하게 몸 움직이면서, 가끔 배달할 때 손님들이 음식 수령하면서 바로 팁을 줄 때도 있어서 그런 짭짤한 부수입도 있는 이런 일이 임시로 하기에는 더 낫다고 했다.

그런식으로 그녀는 취업 공백시기를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남의 시선 신경쓰지 않고 주체적으로 보냈다. 아주 건강한 방식으로 말이다.

 


 

나는, 막상 그렇게 청소업체에 임시로 적을 두고 청소를 하거나 배달을 다니거나 폐지를 줍거나 하라고 하면 나는 망설임없이 선뜻 할 자신 있나?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엄밀히 따지고보면 못할것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왜 망설이는가?

그렇게 뭐든 일하면서 생활비 조달해가면서 풀타임 대기업 일자리보다 폼은 안난다만 그래도 대신에 심리적으로 덜 스트레스 받고 내가 언제든 그만두고 싶을때 그만 두기에도 편하고. 남는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는 이거저거 뭐 새로운 걸 배워보는데 써보든 배우다가 재미없어 관두고 공상을 하든, 일기쓰기부터 다시 시작해서 소설을 제대로 써보든 뭐라도 할 수 있을텐데 나는 왜 망설이는가?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노숙자가 되면 어쩌지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왜 나는 그렇게 하면 할수록 마음에 공허함만을 남기던 겉보기에 번듯한 일자리들을 손에서 못놓고 이러고 있나?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야 나머지 문제들도 해결이 될 기미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내가 외면하고 있는 두려움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남보기에 그럭저럭 괜찮고, 다른 직종보다 급여 괜찮고, 따뜻하고 쾌적한 곳에서 일하지만 심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늘 가면 쓴 것 같은 위태로운 삶.

vs.

폼은 좀 안나도 떳떳하게 자기 손으로 밥벌어 먹고 살고, 대신에 심리적으로 덜 끄달리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고 그 남는 에너지로 진짜 살고 싶은 삶은 뭔지를 공상을 하든 뭘하든 자유로울 수 있을 삶.

어떻게 하면 허영심을 버리고 본질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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