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01.0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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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28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BY Birkenwald]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01.0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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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28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01.04.2021​3월이 지나고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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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지나고 4월 1일로 넘어온지 50여분이 지나고 있는 지금은 밤 12시 51분.

만우절이다.

거짓말처럼, 만우절 장난처럼 내 모든 세속적 근심 걱정들이 한 번에 해소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성 목요일에 접어들었다.

이제 개월수로 따지면 그 지긋지긋한 업계 2년 경력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이 달 말 까지는 무사히 버텨야 그게 유효하다. 2년은 무조건 채우고 마리라는 도대체 다른 구석에서는 잘 발휘되지 않는 집요한 고집.

 


어제와 오늘은 계획 했던 대로 무료 온라인 강좌를 두 개 들었다.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데 유용하게 사용되는 SQL 이라는 데이터 프로그래밍 언어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 중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Python의 인트로 강좌였다.

각각 한 4시간 정도 투자하면 쭉 들으면서 직접 연습문제도 풀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내가 홈오피스 할 때 사용하는 서재처럼 꾸민 집의 한 켠에서 큰 모니터까지 연결시켜서 따라해보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는 초급이라 그런지 그렇게 겁먹을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Python은 SQL에 비해서 수리적 연산을 기반으로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 이렇게 맛보기 형식으로 배우기에는 몰라도 정식으로 데이터분석가가 되거나 그런식으로 하자면 수학적 사고능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선택했던 온라인 수업은 Data Camp 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러닝허브였다. 아무래도 여러가지 강좌들을 번들로 묶어서 코스과정을 짜두기도 했는데 그런 정식 강좌들을 들으려면 러닝 라이센스 같은 것을 구매해서 회원제로 운영되는 전형적인 형식이었다.

무료 강좌와 각 인트로가 끝난 뒤에 해 볼 수 있는 연습문제풀기까지 해 보기에는 시간적 부담도 적고 강좌 구성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사실 이 두 강좌를 맛보기로라도 이렇게 들어보려고 하는 이유는 퇴사를 하게 되었을 시, 코딩과 데이터베이스 매니징 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배우는 자격증 과정을 신청해서 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까지만 하더라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할까 걱정하지 말고 주어진 하루만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보자고 해놓고서는 오늘 이 강좌를 거의 다 들어갈 즈음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또 눈물 콧물 쏟아버리고 말았다.

사실 이거든 그게 무엇이 되었든 새로운 것을 배우라면 얼마든지 배우겠고 또 하다보면 잘하게 되거나 최소 익숙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이걸 배우고나서 무언가 직업을 구하게 되었을 때, 내가 그 일을 좋아하게 될지 정말로 모르겠다. 정말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내렸던 모든 선택들에서 이렇게 하면 전망이 좋을거야, 이렇게 하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거야, 기왕지사 이렇게 해온 마당에 연봉 올려서 이직하도록 해보자, 커리어 플랜을 짜야할텐데 기타등등.. 이런식으로 접근했던 모든 것들 끝에 내 가슴에 남은 짙은 감정은 공허함, 불안감, 가짜행세를 하는 것 같은 찜찜함, 아슬아슬함, 자괴감, 실망감 같은 것들이지 않았나.

 


 

가장 두려운것은 이러다가 노숙자가 되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것이었는데, 사실 진짜 두려운 것은 따로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숙자가 되어 길바닥에 나앉고 말고는 둘째 문제인 것이다.

허영심.

나는 사실 내가 원하는 일로 밥을 벌어먹고 살 자신이 없고, 또 그럴 방법도 없기때문에 그나마 현실과 타협에 타협에 타협에 타협을 거듭하여 지금까지 겉보기만으로는 이럭저럭 제법 멀쩡해 보이도록 해서 살고있는 것이지 않나. 언제나 나의 비극은 같은 지점으로 돌아오는 것도 이제는 너무 지겹다.

나는 누군가 밑에서 고용되어서 남의 일을 해주면서 그 보수로 돈을 받는 일에 의존해 살아왔지만 사실은 죽기전에 소설을 한 번 꼭 쓰고 죽고싶었는데 말이다. 왜 나는 여지껏 한 번도 제대로 쓰지 못했을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굶어죽을 각오라도 해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 내가 쓰고 싶은 때에 쓰고싶은 만큼 쓰다가 그게 안팔려서 한평생 무명으로 살게 된다 해도 자기 만족만은 가진채로 살고싶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굶게되는 거..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정말로 진실로 두려워하는 것은 밥벌이를 위해서 그나마 지금 "남보기에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일들 말고 그게 무엇이 되었건 전천후로 닥치는대로 생업에 뛰어들자니 두렵고 망설여지는 것. 바로 이점이다.

 


 

내가 여기와서 2017년도 후반부터 알게 되어서 지금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지만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위이다. 내성적인 성격인데 나와는 달리 강단이 있고 사람이 나처럼 겉모습과 남보기에 그럴듯해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면이 없고 솔직하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나보다는 훨씬 더 밸런스가 잡힌 사람이라는 인상을 지금까지 받아왔다.

그 친구가 뒤늦게 시작한 석사공부를 마치고서 진로를 결정해야하는데 뭘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잠시 스트레스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그녀가 했던 일이 내게는 신선함과 일종의 경외심과도 같은 그런 마음마저 들게 했었다. 그녀는 그때 일단 그녀가 지내고 있던 학교 기숙사 방세 내는것, 그리고 입에 넣어줄 빵을 사고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게 할 최소한의 경비를 벌면서도 언제나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게 해줄 방편으로서 바로 이 일을 택했었다.

그것은 바로 시내의 커다란 ZARA 의류매장에 아침 아주 일찍 나가서 다른 용역으로 온 일꾼들과 함께 건물 청소를 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솔직히 청소하는 일이 뭐 좋겠냐마는 이게 일찍 일어나서 나가야하는 일이라서 늦잠자면서 하루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게 해주고, 그리고 그 용역 일꾼으로 오는 여자들이 대부분 남미 국가에서 온 여자들이 많아서 자기 스페인어도 연습할 수 있고 결정적으로 일당도 따박따박 받는다고, 그래서 당분간은 이걸 하면서 지내고자 한다고 내게 했던 그 말을 나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이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해서, 그녀가 새로 찾은 다른 파트타임 잡으로는 손님들이 어플로 배달음식을 시키면 호출을 받고 제일 가까운 음식점에 가서 포장된 음식들을 받고 배달해 주는 일이었다.

여기는 한국처럼 철가방맨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방식도 있지마는 이 배달 어플의 경우에는 배달부들은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해 준다. 그녀는 이 일은 운동도 될 겸 자전거 타면서 늦은 오후부터 저녁시간까지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어디 사무직 자리 하나 따분하게 얻어서 복사하고 스캔해주고 잔신부름하느니 차라리 건강하게 몸 움직이면서, 가끔 배달할 때 손님들이 음식 수령하면서 바로 팁을 줄 때도 있어서 그런 짭짤한 부수입도 있는 이런 일이 임시로 하기에는 더 낫다고 했다.

그런식으로 그녀는 취업 공백시기를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남의 시선 신경쓰지 않고 주체적으로 보냈다. 아주 건강한 방식으로 말이다.

 


 

나는, 막상 그렇게 청소업체에 임시로 적을 두고 청소를 하거나 배달을 다니거나 폐지를 줍거나 하라고 하면 나는 망설임없이 선뜻 할 자신 있나?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엄밀히 따지고보면 못할것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왜 망설이는가?

그렇게 뭐든 일하면서 생활비 조달해가면서 풀타임 대기업 일자리보다 폼은 안난다만 그래도 대신에 심리적으로 덜 스트레스 받고 내가 언제든 그만두고 싶을때 그만 두기에도 편하고. 남는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는 이거저거 뭐 새로운 걸 배워보는데 써보든 배우다가 재미없어 관두고 공상을 하든, 일기쓰기부터 다시 시작해서 소설을 제대로 써보든 뭐라도 할 수 있을텐데 나는 왜 망설이는가?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노숙자가 되면 어쩌지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왜 나는 그렇게 하면 할수록 마음에 공허함만을 남기던 겉보기에 번듯한 일자리들을 손에서 못놓고 이러고 있나?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야 나머지 문제들도 해결이 될 기미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내가 외면하고 있는 두려움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남보기에 그럭저럭 괜찮고, 다른 직종보다 급여 괜찮고, 따뜻하고 쾌적한 곳에서 일하지만 심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늘 가면 쓴 것 같은 위태로운 삶.

vs.

폼은 좀 안나도 떳떳하게 자기 손으로 밥벌어 먹고 살고, 대신에 심리적으로 덜 끄달리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고 그 남는 에너지로 진짜 살고 싶은 삶은 뭔지를 공상을 하든 뭘하든 자유로울 수 있을 삶.

어떻게 하면 허영심을 버리고 본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9.0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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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31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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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31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29.03.2021​“그러므로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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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고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으냐?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너희는 그것들보다 더 귀하지 않으냐?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해서 자기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느냐?

그리고 너희는 왜 옷 걱정을 하느냐?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

그것들은 애쓰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

오늘 서 있다가도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들풀까지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너희야 훨씬 더 잘 입히시지 않겠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마태오복음서 6장 25절부터 34절에 걸쳐 나오는 내용이다.

세상살이를 하는 동안 우리가 가지게 되는 수많은 고민들과 걱정들로 하루도 평안 할 날이 없는 것 같다.


 

휴가 첫날이던 오늘 오후, 지난 주 화요일에 면접을 본 회사의 인사 담당자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와 다음 단계 전형으로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그럴 줄 알았다. 왜냐하면 피드백을 달라고 해서 그 다음날 주었고 그러면 자기들도 피드백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 주가 다 지나가도록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실망스럽지 않았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미 그렇게 면접을 치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유의미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내용은 뭐 일반적인 거절 이메일에 나오는 내용이었다. 나의 자격 요건이 결코 모자란 것이 아니었으며 면접 과정 중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으나 다른 지원자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이 통보를 절대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앞으로의 구직활동에 행운이 있기를 바라며 충분히 그럴 포텐셜이 있다는 말.

이걸로 되었다.

사실 면접을 앞두고 친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분에게서 들은 말이 바로 "가지치기"이다.

면접에 임해보면 점차적으로 어떤 것이 나와 맞을지 아닐지에 대한 가지치기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점점 어느 길로 가야하는가에 대한 응답이 드러날 것이라는 의미에서의 가지치기 말이다.


그 100프로 리모트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역시 서류전형에서 불합격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로써 지난 주에 한 군데 더 지원해 놓고 서류전형 결과 기다리는 곳 한 군데만 남은 상태이다.

솔직히 말해서 만일 이것마저 불합격 된다면 정말로 마음이 확실하게 놓일 것 같고 그럼으로써 정말로 바로 다음 그 비스무리한 일들로의 이직 말고 전혀 다른 새로운 way making을 위한 계획을 세워보자고 마음을 굳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휴가 기간 동안은 무언 갈 정말로 배워 볼 심산이라면 무엇을 배우는 게 좋을 지, 정식 강좌에 등록하기 전에 무료 강좌 같은 것도 수강 해 보면서 맛보기 형식으로 미리보기를 해 두어야겠다. 그리고 마음을 비우며 앞으로 만일 정말 퇴사를 했을 시 최장 1년의 타임오프 기간을 스스로에게 준다고 설정하고 로드맵 같은 것을 그려보는 셀프 워크숍을 해 봐야겠다.

예산은 얼마정도 잡아 볼 수 있을 지, 어떤 것을 배워 볼 수 있을지, 배우고 나서는 어떤 일들을 생각 해볼 수 있을지 기타등등.

더불어 무엇이 현재 가장 두려운 부분인지, 어떤 리스크들이 예상되는지, 그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지도 함께 구상 해 보아야겠다.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와 같은 기본적인 걱정에서 부터 내일은 어떤 일들이 또 나를 머리아프게 할까 그런 생각들을 가급적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심지어 그 옛날 옛적 성경시대에 쓰여진 복음서에도 이런 기가막힌 구절이 나와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하루하루 그날 일에 충실하면서 내가 그날 그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나머지 것들은 알아서 마련 될 것으로 믿자. 안믿어지는 것도 덮어놓고 믿어보기로 하자. 가타부타 사설 달지말고 정말 예전에 유행하던 그 유행어마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믿어보자.

여러 갈레의 가지들이 솎아지고 가벼워지면 선택지가 한 층 더 좁혀 져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나는 앞으로 무조건 잘 될 일만 남았다. 그것이 설사 얼핏 보기에 고난을 겪는 것 같고 방황을 하는 것 같더라도 그것 조차도 다 잘 되어가는 일에 포함되는 것일 것이다.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8.0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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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32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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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28.03.20213월 말이다.오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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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이다.

오늘부로 섬머타임이 시작되었다. 한국과의 시차는 7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어제와 오늘은 날이 좋아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날은 추워 아직도 겨울용 비니모자와 경량패딩을 입고 외출했지만 봄꽃들은 탐스럽게 피어나 총천연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벚꽃도 솜사탕처럼 소담스럽게 꽃송이들을 피워내고 있다.

 

이렇게 맞이하는 봄도 벌써 일곱번째이다.

이 긴긴 세월을 이 땅에서 보낸 것이다. 어제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며 올해에는 백신을 맞고서라도 꼭 서울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왠지 지금이 아니라 더 지나서 엄마를 다시 만나면 엄마가 너무 많이 노쇄해져있을 것 같다. 나는 엄마에게 별로 좋은 딸은 못되었지만 엄마는 나에게 언제가 좋은 엄마였는데.

서울에 있었더라면 잠실 석촌호수든 여의도든 벚꽃 흐드러지게 핀 절경을 즐기러 같이 다녔을텐데. 여기로 나오기 바로 직전 해 였던 2014년도에 오빠와 함께 이렇게 벚꽃 피던 무렵 야간개장한 경복궁 구경을 다녀오던 때가 엊그제같다.

 

마음이 약해지려고 그러는지 엄마 오빠 생각이 많이 나는 요즘이다.

 


 

간밤에는 이런 꿈을 꾸었다.

내가 어느 병원에 들어가서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엄마가 모습을 등진채로 누군가를 간호하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엄마, 나 왔어" 그랬는데 엄마가 내 쪽을 한 번 돌아보더니 "응 그래 왔어-" 하고는 계속해서 간호를 하고 있었다. 그 환자가 도대체 누구인가 하고 침상 곁으로 가 내려봤는데 글쎄 그게 바로 나였다. 내가 머리쪽에 부상을 입은채로 누워있었고 담요와 이불로 둘둘 말린채 누워있었다. 약간 모로 누워있는 것 같아서 혹시나 어머 나 무슨 사고를 당해서 누워있는건가 혹시나 다리라도 잃은건가 하고 다가가서 다리부분을 만져보았는데 다리는 그대로 있었다. 순간 나는 안도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옆에 서 있는 나를 두고 엄마는 거기 누워있는 나를 계속 간호하며 내게 어떤 사정으로 내가 이렇게 누워있는지를 말해주었다. 길을 가던 중에 무엇에 부딪치게 되었는데 넘어지면서 머리쪽을 다쳐서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망연자실 간호를 하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과 식물인간이 되어 혼수상태에 놓여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나는 문득 너무 짠한 생각에 눈물이 울컥하고 솟구쳤다.

그때였다. 갑자기 코마 상태에 놓여있던 내가 조금씩 의식을 회복하는 것인지 어딘지 조금 움찔 움찔 하더니 이윽고 눈을 뜨는 것이었다. 그렇게 눈을 뜨고 의식을 회복한 내가 그런 나를 침상 곁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나를 바라고았고 시선이 마주친 가운데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정말로 생생한 꿈이어서 엄마와 영상통화를 할 때에도 엄마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라지만 인터넷 꿈해몽 사이트들을 돌아다녀보아도 딱히 혼수상태 꿈이나 의식회복 꿈에 대한 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구글에 영어로 된 해외 사이트들의 검색 결과를 찾아보았는데 거기서 꿈 해몽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대체로 자기 자신이 코마상태에 놓이는 꿈은 본인이 현실에서 주체적으로 살아 가지 못하고 남에게 의존하고 있거나 무언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고 하고 코마에서 깨어나는 것은 다시 그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 그리고 이전에는 깨닫지 못하던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하였다. 내가 만일 그냥 하염없이 식물인간 상태로만 있는 내용으로 깨어났다면 여간 찜찜하지 않을 수 없었겠으나, 의식이 돌아와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깨어났다는데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 꿈을 꾸고 난 뒤로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알 수 없는 어떤 안도감 같은 것이 든다.

내일부터 부활절 연휴 전 성목요일까지 4일간은 휴가를 냈다.

올해들어 처음으로 쓰는 연차이다. 그리고 성금요일과 그 다음 주 월요일인 부활월요일은 공휴일이다. 그래서 통틀어 일주일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안그랬더라면 번아웃이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휴가 전, 금요일 오후에는 그동안 준비 해 오던 부서 내 프로젝트 매니저들 및 부서원들을 대상으로 기존에 있는 회사 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프로세스를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이 부서에서 주로 다루는 프로젝트들의 성격에 맞도록 제작한 인포매이션 패키지를 전체메일로 퍼블리싱했다. 그 과정에서 상사는 자꾸 전체 팀에게 보내야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그 말인 즉 어쩌면 또 그가 원하는 대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전체 팀 대상으로 하는 트레이닝 세션을 셋업해야할 거 같은 엄청나게 짜증스러운 예감이 몰려왔다. 일단 휴가중에 재충전 하면서, 만일 구태여 구태여 그들에게 트레이닝을 시켜줘야 한다면 설명 해주듯이 트레이닝 해 주고 그걸 내 이번 회사에서의 마지막 legacy로 남긴 채 나오고 싶다.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이고 이게 내가 나가기 전까지 최대한으로 해 주고 갈 내 마지막 과업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점이 클리어해졌다.

이게 내가 남기고 갈 마지막 선물이다.

잘들 있어라. 그대들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

마지막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거 완전 무슨 종말의 때가 왔도다 하는 거 같아서 웃기기도 하다. 그래 차라리 웃고싶다.

7월에 나오나 8월에 나오나 둘 중 하나 일 것 같다.

월급이 오를 수도 있다고 했지만.. 암만 생각해도 이렇게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해주면 그들은 행복하고 그들은 나에게 잘 대해 줄 것이겠지만 내 마음은 계속 불편하고 싫을 것 같은게 뻔하다. 만일 내 마음에 솔직하기 위해서 그들이 원하는 일을 안하겠다고 하면 그들은 나를 싫어할 것이고 더이상 내게 잘 대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가시밭길 걷듯이 지내고싶지 않다. 월급이 인상된다면, 이제는 돈도 더 올려주니 더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쓰고싶어 할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다 따져보아도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이제는 정말로 확실해졌다.

다만 한가지, 월급도 올려주기로 해서 결제 올린 상태인데 왜 그만두냐, 이런식으로 나올 수도 있는데 뭐라고 하면서 거짓말 하지 않고 솔직하되 디플로매틱하게 잘 말하고 나올 수 있느냐 그것을 놓고 고민을 조금 더 해 봐야겠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결별선언일까.

 

 


 

 

잔디밭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드러지게 만개한 수선화들이 내게 얼마나 많은 위안을 주었는지 모른다.

내 인생에도 마치 긴긴 식물인간 상태를 벗어나 이제 스스로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자각하게 되어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고싶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자신이 내린 선택에 따른 결과도 책임감있게 받아들이며 살아나가는 삶이야 말로 어른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아직도 은연중에 대학생같은, 혹은 사회초년생같은 마인드를 가져왔던 것 같다.

그동안은 하기싫은 것은 많은데 해야만하는 것들이 짜증나서 울며겨자먹기로 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그걸 안하고 박차고 나올 용기는 없고, 그러자니 이게 두렵고 저게 두렵고 그래서 불평불만만 하면서 스트레스 받아왔다면 앞으로는 정말 달라져야한다. 그래, 하기싫을 수도 있고 짜증날수도 있어. 그런데 그게 자꾸만 지속된다면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짜증나지 않을 수 있을지 그 대안을 주체적으로 정하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불평불만을 하더라도 잠시 하고 다시 더 많은 에너지를 비축해서 그 대안을 찾고 그것을 실행해가는 데 사용해야한다. 그렇지않으면 계속해서 어린 철부지처럼 불평불만만 늘어놓으며 수틀리면 울음이나 터뜨리는 미성숙한 상태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이제 코마상태는 끝났다.

회복한 의식을 가지고 나는 앞으로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점이다.

아름다운 노란수선화들은 이렇게 만개해서 잔디밭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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