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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EPILOGUE 3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BY Birkenwald]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30.0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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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EPILOGUE 3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30.06.2021 또 한 달이 지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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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30.06.2021


또 한 달이 지나간다.

6월의 끝이다.

그 사이 여름이 내려앉았다.

또, 그 사이 나는 코로나 백신 1차 접종도 마쳤다.

끝을 향하기로 마음을 먹어서였을까?

왠지 그동안 지은 모든 것들의 과보를 돌려받는 것 같은 힘든 한 달이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기어이 나는 감행하기로 했다.

기어이 말이다.

마침내.

드디어.


결말

끝내 결말은 내려졌다.

지난 주 월요일 오전, 나는 상사에게 1:1 대화 요청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퇴사의사를 말했다.

뭐라고 말할까, 어떻게 시작할까를 놓고 나는 그 전날인 일요일 저녁을 안절부절 못하는 불안정한 상태로 보내었다. 평소에 늘 지혜로운 조언을 해 주던 지인 두명과 각각 저녁나절에 연락이 닿아서 그들과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코칭/멘토링권을 신청하여 이메일 상담 코칭을 받을 수 있었던 멘토 분께도 조언을 받을 수 있었고 그날 밤에는 온라인 심리상담도 한 회차 신청하여 담당 상담사님과 같이 마음 및 생각 정리를 하고 롤플레이도 해 볼 수 있었다.

상사는 역시 상사였다.

내가 이 회사를 떠나게되고 많은 세월이 흐른다 하더라도 나는 이 상사를 아주 오래 기억할 것 같다.

그동안 만나온 어떤 상사들 보다도 정말로 상사같은 상사였다. 그의 고도로 훈련되어 세련되고 젠틀한 외교적 화법은 가히 일품이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저렇게 대응 할 수 있구나.

내가 다녔던 한국 회사의 상사들이었다면 아마 그자리에서 내 인격을 까버릴 다양한 말들로 장전한 바주카포를 얼굴 앞에서 날려버려서 나를 어떻게든 보내버릴 수 있었을 텐데.

그의 인격에 감사를 표한다.

결국 도저히 싫어서 떠나겠다는 말을 돌리고 포장해서 것도 사전에 연습에 연습을 해서 말하고 있는 부하직원을 보면서 그는 어떤 생각이 들었겠는가.

그런데 이제 일이 다 치뤄지고 생각해보니, 이게 이렇게까지 불안해하고 영화 시나리오 집필하듯이 대본을 적어서 상황극을 연습할만한 일이었을까 싶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이 일에 심적으로 많이 끄달렸을까를 두고 성찰 해 보았는데, 이건 아무래도 내 마음에 남은 죄책감이라면 죄책감같은,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같은, 실망감이라면 실망감 같은 그 모든 찌끄러기같은 감정들이 작용한 결과인 것 같다.

그런 찌끄러기들로 꽉 막힌 하수구를 뻥 뚫어주기 위하여 나는 손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세제를 들이붓고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가 다시 쏴아-- 물을 틀어 다 흘려보내주는 그런 일을 앞두고 있었던 것 같다.

막상 하수구를 뚫기로 해서 첫 관문은 지났는데 아직 완전히 다 마무리 지어지기 전까지 남은 작업을 계속해서 해 나가야 한다.


구두 협의

우선은 직속상사와 구두로 협의를 했다.

8월과 12월에 신청해 두고 있었던 총 22일의 휴가를 취소하고 10월 한달에 쓰는 것으로 한 채, 3개월 노티스 기간은 7,8,9월로 하고 10월은 휴가처리로 하여 공식적으로 10월 31일부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러면 6월중 퇴사해서 9월까지 노티스 후 10월 휴가처리를 하기보다는 그냥 지금은 구두로 상호 협의하고 7월 초에 사직서를 내는 것으로 해서 8,9,10월 3개월 노티스를 갖는 것으로 하자, 그 중에서 마지막달인 10월 한 달은 부서 내부적으로 휴가로 처리하는 식으로 하기로 하자 까지가 이 협의의 골자였다.

지금 생각으로는 내주 금요일 오후에 사직서를 상사에게 보내주려고 한다. 그럼 상사가 그 뒤에 있을 공식적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하였다.


심경

놀랍도록 차분했다.

이렇게 차분해도 될까.

그렇게 남의 눈치에 전전긍긍하던 내가 이렇게 얼굴이 두꺼워질수도 있는 걸까. 남이사 뭐라고 생각하던지 말던지 이런 식의 배짱은 대체 어디 숨겨져 있다가 이제서야 나온 걸까.

사실 퇴사 통보 직전 1주일간은 매일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채로 온 몸의 진액이 다 빠져나간 상태로 하루를 시작했다. 얼굴 피부도 안좋아져서 트러블도 많이 올라온 상태였다. 그런데 상사에게 퇴사 의사를 이야기하고 난 바로 그 다음날부터 잘때 식은땀 나는 도한증 증세와 얼굴 트러블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나라는 인간의 극에달한 단순성에 살짝 치가 떨리기도 했다. 이렇게 한 번 싫은 건 죽어라 싫고 싫은 건 무조건 해결을 봐야지만이 마음에 평안을 얻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옵션은 존재치 않으며.. 똥고집 외곬수 흑백논리 모 아니면 도... 나라는 인간의 인간성을 다시 한 번 재점검 했을 뿐이었다.


이제 한 고비를 넘고

퇴사 통보를 앞두고 서울에 있는 가족과 영상통화를 했을 때의 일이다.

엄마는 그때 나에게 퇴사통보를 하고 퇴사하고 나오는 것은 앞으로 있을 일들 중 가장 간단한 일일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정말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이렇게 한 고비를 겨우 넘겼지만 아직 나는 어마어마하게 남은 노티스기간을 오롯이 채워나가야한다. 아직까지는 상사와 프로젝트 매니저만이 알고있는데 또 모를 일이지. 그들이 그사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말했을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노티스기간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생겨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완전히 회사와 정리되고 난 가을~초겨울 무렵부터 앞으로 쭈욱 나는 어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는 게 좋을지, 지금 구상중인 것들을 하나씩 타진해 보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 들어갈 예상 비용들 등을 야무지게 따져보는 작업만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칫 나태해지기 쉬울테니 마음가짐도 잘 단속 해야 할 터다.

우선, 한국의 가족들이 나의 선택에 비난이나 어떤 평가를 하지 않고 내 편에 서서 지지 해 준 것이 너무 고맙다. 그리고 퇴사통보 하루 전날 내 메시지를 받고 짬을 내어 통화 해 준 내 삶의 멘토같은 지인들, 온라인 코칭으로 만나게 된 코치님, 그리고 오랜기간 함께 상담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데 도움을 주고 계시는 상담사선생님.. 옆에서 묵묵히 토달지 않고 내 선택을 존중해 준 남자친구.

모두 너무 감사하다.


원인과 결과: 호오포노포노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의 법칙이 적용된다.

원인과 결과.

인풋과 아웃풋.

원인이 되는 사건을 지은 사람도, 그로 인한 결과가 되는 일에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도 결국에는 모두 나 자신이다.

이 모든 일들은 누구때문에 일어난 일인가? 누가 초래했는가?

그 일들로 인한 결과는 누가 책임을 지는가?

그 누구는 누구인가?

그게 나라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길래, 나는 누구이길래 이런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가?

그로 인해 이런 일들을 지어내게 되었는가?

그로 인해 어떤 책임을 지게 될 것인가?

어떤 값을 지불하게 될 것인가?

호오 포노포노는 하와이 섬의 원주민들에게 예로부터 내려오던 치유기법이라고 한다.

호오(ho)란 방법을 뜻한다 하고 포노포노(pono pono)란 완벽, 완전무결함이라고 한다.

즉,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 완전무결을 목표로 갈등을 치유하는 법이다.

삶에서 갈등이나 고통이 생기면 치유사는 갈등의 원인이 되는 마음을 정화하게 했다고 한다. 그때 그 마음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용서를 청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미안합니다."

"용서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지난 모든 일들과 그 일들을 지나오는 가운데 맺어진 인연들.

어긋나버린 관계들.

빗겨나간 일들.

떠나온 자리들.

모두.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서 용서를 청하고 또 애정어린 마음을 품고자 한다.

그들에게 이 마음이 전해질지, 또 이 마음을 먹고자 하는 내가 중간 중간 솟구치는 아집으로 인하여 또 이기심의 공격을 받기도 하겠지.


에필로그

이로써 3회까지 늘이고 늘린 지루한 장마같은 에필로그도 끝이다.

완결이라는 의미를 이미 가지고 있는 에필로그를 가지고도 질질 끌어왔었는데 이제 정말로 종결이다.

이 시국에, 외국에서 살면서 한 번도 환승이직이 아닌 퇴사가 없었던 나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다음 행선지 없는 퇴사를 감행한다.

때는 여전히 역병의 기세가 사그라들지 않은 코로나 시국 2년차이다.

나는 꼴통에 똥고집쟁이에 외곬수에 자기만의 세계가 강하고 이기적이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많은 요소들을 가졌으며 그것을 고치려고 할수록 더욱 망가졌고 그럴수록 더욱 분노했다. 그래서 이제는 기존과는 다르게 접근 해 보고자 한다.

고치려고 하지말고 받아들여보자.

상황은 그 어느때보다 더 나을 것 없다지만, 또 그 어느때보다 더 나쁠 것도 없다.

내 삶은 아직 건재한듯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자기 기만을 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미움받을 용기도 장착하고 외로울 각오도 하고 하지만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힘내어 살아가 보기로 했다.

그러기로 했는데, 지금 이 시국이 어떤 시국인 것은, 지금 이곳이 외국인 것도 그 무엇도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그토록 불안에 떨며 공포감을 느꼈던 걱정들도, 내가 이렇게 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굳게 믿어온 이상적인 환경에 대한 상상도 모두 허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여기서 일하면, 이런 일을 하면, 누구를 만나면, 어디를 가면 그럴 듯 해 보일 것 같으니까 억지로 끼워맞춰서 그 논리를 신념처럼 붙들고 사는 것은 퇴사를 함과 동시에 그만두는 것으로 하자.

가슴 속에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이나 소망을 품을 수 있겠지만, 허상을 붙들고 허우적거리지 않고 현재를 살아야겠다.

어디에서든, 어느 때이든, 무엇을 하든, 지금 여기에서.

불확실하고 두려워지더라도.

나 자신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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