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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EPILOGUE 3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BY Birkenwald]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30.0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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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EPILOGUE 3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30.06.2021 또 한 달이 지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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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30.06.2021


또 한 달이 지나간다.

6월의 끝이다.

그 사이 여름이 내려앉았다.

또, 그 사이 나는 코로나 백신 1차 접종도 마쳤다.

끝을 향하기로 마음을 먹어서였을까?

왠지 그동안 지은 모든 것들의 과보를 돌려받는 것 같은 힘든 한 달이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기어이 나는 감행하기로 했다.

기어이 말이다.

마침내.

드디어.


결말

끝내 결말은 내려졌다.

지난 주 월요일 오전, 나는 상사에게 1:1 대화 요청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퇴사의사를 말했다.

뭐라고 말할까, 어떻게 시작할까를 놓고 나는 그 전날인 일요일 저녁을 안절부절 못하는 불안정한 상태로 보내었다. 평소에 늘 지혜로운 조언을 해 주던 지인 두명과 각각 저녁나절에 연락이 닿아서 그들과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코칭/멘토링권을 신청하여 이메일 상담 코칭을 받을 수 있었던 멘토 분께도 조언을 받을 수 있었고 그날 밤에는 온라인 심리상담도 한 회차 신청하여 담당 상담사님과 같이 마음 및 생각 정리를 하고 롤플레이도 해 볼 수 있었다.

상사는 역시 상사였다.

내가 이 회사를 떠나게되고 많은 세월이 흐른다 하더라도 나는 이 상사를 아주 오래 기억할 것 같다.

그동안 만나온 어떤 상사들 보다도 정말로 상사같은 상사였다. 그의 고도로 훈련되어 세련되고 젠틀한 외교적 화법은 가히 일품이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저렇게 대응 할 수 있구나.

내가 다녔던 한국 회사의 상사들이었다면 아마 그자리에서 내 인격을 까버릴 다양한 말들로 장전한 바주카포를 얼굴 앞에서 날려버려서 나를 어떻게든 보내버릴 수 있었을 텐데.

그의 인격에 감사를 표한다.

결국 도저히 싫어서 떠나겠다는 말을 돌리고 포장해서 것도 사전에 연습에 연습을 해서 말하고 있는 부하직원을 보면서 그는 어떤 생각이 들었겠는가.

그런데 이제 일이 다 치뤄지고 생각해보니, 이게 이렇게까지 불안해하고 영화 시나리오 집필하듯이 대본을 적어서 상황극을 연습할만한 일이었을까 싶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이 일에 심적으로 많이 끄달렸을까를 두고 성찰 해 보았는데, 이건 아무래도 내 마음에 남은 죄책감이라면 죄책감같은,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같은, 실망감이라면 실망감 같은 그 모든 찌끄러기같은 감정들이 작용한 결과인 것 같다.

그런 찌끄러기들로 꽉 막힌 하수구를 뻥 뚫어주기 위하여 나는 손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세제를 들이붓고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가 다시 쏴아-- 물을 틀어 다 흘려보내주는 그런 일을 앞두고 있었던 것 같다.

막상 하수구를 뚫기로 해서 첫 관문은 지났는데 아직 완전히 다 마무리 지어지기 전까지 남은 작업을 계속해서 해 나가야 한다.


구두 협의

우선은 직속상사와 구두로 협의를 했다.

8월과 12월에 신청해 두고 있었던 총 22일의 휴가를 취소하고 10월 한달에 쓰는 것으로 한 채, 3개월 노티스 기간은 7,8,9월로 하고 10월은 휴가처리로 하여 공식적으로 10월 31일부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러면 6월중 퇴사해서 9월까지 노티스 후 10월 휴가처리를 하기보다는 그냥 지금은 구두로 상호 협의하고 7월 초에 사직서를 내는 것으로 해서 8,9,10월 3개월 노티스를 갖는 것으로 하자, 그 중에서 마지막달인 10월 한 달은 부서 내부적으로 휴가로 처리하는 식으로 하기로 하자 까지가 이 협의의 골자였다.

지금 생각으로는 내주 금요일 오후에 사직서를 상사에게 보내주려고 한다. 그럼 상사가 그 뒤에 있을 공식적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하였다.


심경

놀랍도록 차분했다.

이렇게 차분해도 될까.

그렇게 남의 눈치에 전전긍긍하던 내가 이렇게 얼굴이 두꺼워질수도 있는 걸까. 남이사 뭐라고 생각하던지 말던지 이런 식의 배짱은 대체 어디 숨겨져 있다가 이제서야 나온 걸까.

사실 퇴사 통보 직전 1주일간은 매일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채로 온 몸의 진액이 다 빠져나간 상태로 하루를 시작했다. 얼굴 피부도 안좋아져서 트러블도 많이 올라온 상태였다. 그런데 상사에게 퇴사 의사를 이야기하고 난 바로 그 다음날부터 잘때 식은땀 나는 도한증 증세와 얼굴 트러블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나라는 인간의 극에달한 단순성에 살짝 치가 떨리기도 했다. 이렇게 한 번 싫은 건 죽어라 싫고 싫은 건 무조건 해결을 봐야지만이 마음에 평안을 얻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옵션은 존재치 않으며.. 똥고집 외곬수 흑백논리 모 아니면 도... 나라는 인간의 인간성을 다시 한 번 재점검 했을 뿐이었다.


이제 한 고비를 넘고

퇴사 통보를 앞두고 서울에 있는 가족과 영상통화를 했을 때의 일이다.

엄마는 그때 나에게 퇴사통보를 하고 퇴사하고 나오는 것은 앞으로 있을 일들 중 가장 간단한 일일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정말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이렇게 한 고비를 겨우 넘겼지만 아직 나는 어마어마하게 남은 노티스기간을 오롯이 채워나가야한다. 아직까지는 상사와 프로젝트 매니저만이 알고있는데 또 모를 일이지. 그들이 그사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말했을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노티스기간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생겨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완전히 회사와 정리되고 난 가을~초겨울 무렵부터 앞으로 쭈욱 나는 어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는 게 좋을지, 지금 구상중인 것들을 하나씩 타진해 보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 들어갈 예상 비용들 등을 야무지게 따져보는 작업만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칫 나태해지기 쉬울테니 마음가짐도 잘 단속 해야 할 터다.

우선, 한국의 가족들이 나의 선택에 비난이나 어떤 평가를 하지 않고 내 편에 서서 지지 해 준 것이 너무 고맙다. 그리고 퇴사통보 하루 전날 내 메시지를 받고 짬을 내어 통화 해 준 내 삶의 멘토같은 지인들, 온라인 코칭으로 만나게 된 코치님, 그리고 오랜기간 함께 상담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데 도움을 주고 계시는 상담사선생님.. 옆에서 묵묵히 토달지 않고 내 선택을 존중해 준 남자친구.

모두 너무 감사하다.


원인과 결과: 호오포노포노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의 법칙이 적용된다.

원인과 결과.

인풋과 아웃풋.

원인이 되는 사건을 지은 사람도, 그로 인한 결과가 되는 일에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도 결국에는 모두 나 자신이다.

이 모든 일들은 누구때문에 일어난 일인가? 누가 초래했는가?

그 일들로 인한 결과는 누가 책임을 지는가?

그 누구는 누구인가?

그게 나라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길래, 나는 누구이길래 이런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가?

그로 인해 이런 일들을 지어내게 되었는가?

그로 인해 어떤 책임을 지게 될 것인가?

어떤 값을 지불하게 될 것인가?

호오 포노포노는 하와이 섬의 원주민들에게 예로부터 내려오던 치유기법이라고 한다.

호오(ho)란 방법을 뜻한다 하고 포노포노(pono pono)란 완벽, 완전무결함이라고 한다.

즉,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 완전무결을 목표로 갈등을 치유하는 법이다.

삶에서 갈등이나 고통이 생기면 치유사는 갈등의 원인이 되는 마음을 정화하게 했다고 한다. 그때 그 마음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용서를 청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미안합니다."

"용서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지난 모든 일들과 그 일들을 지나오는 가운데 맺어진 인연들.

어긋나버린 관계들.

빗겨나간 일들.

떠나온 자리들.

모두.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서 용서를 청하고 또 애정어린 마음을 품고자 한다.

그들에게 이 마음이 전해질지, 또 이 마음을 먹고자 하는 내가 중간 중간 솟구치는 아집으로 인하여 또 이기심의 공격을 받기도 하겠지.


에필로그

이로써 3회까지 늘이고 늘린 지루한 장마같은 에필로그도 끝이다.

완결이라는 의미를 이미 가지고 있는 에필로그를 가지고도 질질 끌어왔었는데 이제 정말로 종결이다.

이 시국에, 외국에서 살면서 한 번도 환승이직이 아닌 퇴사가 없었던 나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다음 행선지 없는 퇴사를 감행한다.

때는 여전히 역병의 기세가 사그라들지 않은 코로나 시국 2년차이다.

나는 꼴통에 똥고집쟁이에 외곬수에 자기만의 세계가 강하고 이기적이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많은 요소들을 가졌으며 그것을 고치려고 할수록 더욱 망가졌고 그럴수록 더욱 분노했다. 그래서 이제는 기존과는 다르게 접근 해 보고자 한다.

고치려고 하지말고 받아들여보자.

상황은 그 어느때보다 더 나을 것 없다지만, 또 그 어느때보다 더 나쁠 것도 없다.

내 삶은 아직 건재한듯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자기 기만을 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미움받을 용기도 장착하고 외로울 각오도 하고 하지만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힘내어 살아가 보기로 했다.

그러기로 했는데, 지금 이 시국이 어떤 시국인 것은, 지금 이곳이 외국인 것도 그 무엇도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그토록 불안에 떨며 공포감을 느꼈던 걱정들도, 내가 이렇게 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굳게 믿어온 이상적인 환경에 대한 상상도 모두 허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여기서 일하면, 이런 일을 하면, 누구를 만나면, 어디를 가면 그럴 듯 해 보일 것 같으니까 억지로 끼워맞춰서 그 논리를 신념처럼 붙들고 사는 것은 퇴사를 함과 동시에 그만두는 것으로 하자.

가슴 속에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이나 소망을 품을 수 있겠지만, 허상을 붙들고 허우적거리지 않고 현재를 살아야겠다.

어디에서든, 어느 때이든, 무엇을 하든, 지금 여기에서.

불확실하고 두려워지더라도.

나 자신으로서.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11.0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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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18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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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지나간다.

일요일 밤, 현지시각은 열시 사십오분.

지난 주 금요일 아침에 상사와 짧은 통화를 했다.

드디어 급여인상 컨펌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상사는 힘주어 말했다.

보통 2-3프로 정도밖에 인상 안되는데

너는 특별히 6프로나 인상 될 예정이야.

 

6프로라...!

그렇구나. 기어이 연봉이 인상이 되기는 될 모양이구나.

몇년 전에 한 번 2프로인가 그렇게 물가상승률에 맞춰서 오른 것 이후로 급여가 인상 된 적은 없었다. 그마저도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떼어가는 이 나라의 특성상 세후 금액으로 보자면 별로 체감도 안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상사가 "너는 그동안 너무 연봉이 안올랐으니 특별히 올려준" 그 6프로의 인상율을 적용해보자면... 사실 그렇다해도 세후로는 한화로 치면 십몇만원 정도 더 오르는 정도이다.

그래, 그 십몇만원이 어디냐만은. 그렇게 겨우 특별히 오르는것도 직장을 이직해서 연봉을 아예 처음부터 싹 갈아엎고 확 인상해서 가지 않는 한, 같은 조직 내에서는 6프로가 한계구나 싶었다.

사실 감사했다. 그래도 나를 좋게 봐주어 연봉을 올려 줄 생각을 해 주었다는 것이 고맙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퇴사를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졌다.

어제는 우편함을 열어봤더니 회사 인사부에서 보낸 편지가 들어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2020년도 보너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번 달 월급날에 맞춰서 그 보너스가 들어온다. 내가 어제 때려치울까 오늘 때려치울까 하면서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그래도 보너스받고 현재 직급 근속기간 무조건 풀로 2년 채우는 2021년 4월말까지 기다릴거라고 했던 그 시간이 다가오고 그사이 보너스도 확정이 났다.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받아 챙겨서 나갈거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의 알량함과 옹졸함에 넌덜머리가 난다.


사실 나갈 때 나가더라도 스스로와 했던 약속이 있었다.

절대로 상황이 불리하거나 안좋아졌을 때, 내가 화가 나 있을 때 나가지 않기로 말이다.

제일 이상적인 것은 박수 칠 때 나가는 것이겠지만, 박수받고 각광받는 것 까지 아니더라도 우선은 어느정도 평가도 괜찮고 인정 받았을 때 나갈 수 있는 것,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부정적인 부분들에 줄곧 관심을 할애 해 왔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죄다 내가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이뤘다.

1. 한국계 회사, 교민사회를 벗어나서 현지회사 그것도 현지 굴지의 대기업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한 경험

 

2.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든 작금, 가장 전망 좋다는 IT부서로 옮겨 올 수 있었음

 

3. 한 조직 내에서 3개의 서로 다른 팀에서 지내며 근무기간 내 조직에 대한 시각을 다양화, 다각화 할 수 있었음

 

4. 프로젝트매니지먼트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경험 할 수 있었음

 

5. 지금껏 거쳐온 일들을 통하여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랑 어째서 안맞고 어긋나고 힘들고 괴로웠는지가 명확해졌음

 

6. 이 세개의 팀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제일 국적 구성이 다양한 팀에서 근무 해 볼 수 있었음

 

7. 프로젝트 관련해서 팀원들과 출장도 비록 같은 나라이긴 했지만 2번이나 다녀올 수 있었음

 

8. 업무평가시 늘 개인 목표달성은 100프로를 넘기며 좋은 평가를 받았음

 

9. 작년 연말에는 연봉인상 동결로 인해 임금 인상이 안 된 대신에 열심히 일한 대가로 특별 보너스를 지급받았음

 

10. 올해에는 대부분 물가상승률에 따른 2퍼센트 정도의 연봉인상만을 받는데 특별히 더 많은 퍼센트로 드디어 급여가 올라가는 것도 경험하게 됨

 

이만하면 되었다.

정말로 분에 넘치게 많이 경험하고 많이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

안좋았고 서러웠고 내게 불리했고 슬펐고 분노했던 부분들을 다 걷어내고 보니 내가 그동안 꽤 많이 발전 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실 어떻게하면 퇴사 이야기를 잘 하고 최대한 퇴사 사유에 대해 가타부타 왈가왈부 없이 깔끔하고 멋지게 영광스럽게 나올 수 있을까를 놓고 여전히 고민중이다.

그 가운데 많이 의지하고 배울점 많은 지인분이 내게 이런 조언을 해 주었다.

비록 나를 조금 낮추는 듯 보이더라도 그들을 높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해주고 나오면 어떨까요?

나는 어떻게하면 거짓말 안하고 최대한 솔직하게 말할까를 놓고 고민했었다. 다른 핑계 대면서 나가면 정직하지 못한거니 내가 어째서 구체적으로 어떤게 도저히 안되어서 연봉도 올려주겠다고 하는 마당에 기어이 나가겠다고 하는지에대해 또 구구절절 다 읊을 생각을 했었다. 오직 나만을 생각한것이다. 나혼자 정직하겠다고, 나혼자 정당하겠다고.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나의 정직함 솔직함에서 했던 진실이 정작 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수도 있고 되려 그로인해 그들이 상처를 입거나 더 고까운 마음으로 나를 마지막까지 안좋게 기억하게 될수도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었다.

그들을 높여주는 방식으로는, 일단 그들의 입장에서 수긍하기 좋게 선한 의도를 가지고 누가 들어도 상황과 맥락을 생각 해 봤을 때 이해하기 쉬운 이유를 말해보는 게 어떻겠어요?

진실여부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들이라면 어떤 말을 들었을때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렇게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겠다는 나의 의사표현을 그래도 수긍할 수 있을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조언.

어차피 내가 생각하는 방식, 나의 성향, 특히 직장생활 조직생활 하면서 자꾸만 어긋났던 부분들을 계속 조직생활 직장생활만을 해온 사람들에게 곧이곧대로 말한다 한들 결국 더 손해보는 쪽은 내가 될수도 있다는 말.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그동안 잘해주었던 점들에 대해 충분히 피력해주고 감사를 표해주고 최대한 나이스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방향으로 놓고 생각해볼 것. 나를 낮춘다는 것은 저자세로 나가듯이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내 욕망, 내가 생각하기에 옳다고 믿는 것들을 잠시 양보하고 거기서 한 발 물러나서 조금 더 서로에게 win-win 될 수 있고 여러가지 충격들을 완화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서 최대한 지혜롭게 처신하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일 짜증났던 것은 노티스 기간이 3개월인데 마지막 남은 한달 휴가처리 안되면 어쩌지 하면서 또 시나리오 틀어질까봐 불안해하는 마음이 가시지 않는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서도 그분이 이렇게 말해주셨다.

우리가 참 많은 것들을 컨트롤하고 싶어하죠. 특히 시간에 대해서 심해요. 그런데 우리가 당장 우리 목숨도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지 전혀 알 수 없고, 하느님께서 마음만 먹으면 한번에 모든 것을 다 끝내실 수도 있는데 계속해서 매일 매일 우리 새로운 시간을 얻어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사실 굉장히 적고 우리가 손 댈 수 있는 시간도 너무 제한적이에요. 그 마지막 한 달 어떻게 될까 말까를 놓고 지금 고민하는 것도 어찌보면 굉장히 부질 없는 일일수도 있어요. 하루 하루 주어진 시간을 최선 다해서 살아가다보면 미래의 시간들에 대해서 그 시간을 주관하시는 분이 다 알아서 가장 좋은 방식으로 처리 하실거에요.

여기에서 나는 항복하고 말았다.

내가 얼마나 모든 것을 다 손아귀에 쥐고서 전전긍긍하며 내 마음대로 뜻대로 하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는지가 드러났다. 어쩌면 같은 말을 해도 저렇게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너무너무 고마웠다. 나라면 누군가에게 그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저정도로 말 해 줄 수 없었을 것 같다.

'내가 또 지금 영역을 침해하려고 하고 있구나.'

'내가 내 직분에 충실하지 못하고 남의 직분을 넘보면서 그것을 내 것인냥 마음대로 처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돌아와서 최대한 충실하게 지혜롭게 주어진 시간들을 보내도록 해보자.'

이제서야 겨우 마음이 여기까지 정리가 된다.

다시 맞이할 월요일을 앞두고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한 주를 임해야 할지 그리고 그에 필요한 지혜를 구해야겠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길은 너무나도 어렵다.

한고비씩 넘겨가면서 나무에 테가 늘어나듯이 내 지혜의 테도 점점 늘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 복음 18장 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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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22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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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07.04.2021

 


역병은 지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세상은 계속 돌아간다.

재택근무도 계속된다. 그와 함께 세상이 돌아가는 기분이다.

회사에서 전직원 대상 공지메일이 내려왔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추후 공지가 있을 때 가지 계속 재택근무를 유지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제 이곳은 3차유행에 사실상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하고 나름대로 백신 접종도 시작하고 있고 부분적 봉쇄도 하고 거리두기도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병원 중환자실들은 만실이라고 한다.

게다가 부활절이 지나간 4월 초순인데도 갑자기 몇일 사이에 날씨가 겨울기온으로 뚝 떨어지면서 눈이 몇일간 내렸다. 어제 밤까지 제법 굵은 함박눈송이가 세찬 바람과 함께 퍼부었는데 오늘은 그 눈이 비가 되어 창문을 오래도록 때렸다. 이런 극심한 일교차로 바이러스가 더 극성을 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편으로는 악천후로 인해 사람들이 자연히 실내에 있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거리두기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민 나온뒤로 한번도 가지 않았던 서울을 올해에는 진짜 가 볼 수나 있을까.

 

 


늘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도 결단코 무직상태에 놓인 적은 없었던 나인데, 퇴사를 유예기간 씩이나 설정해서 고민하고 있는 그 시점은 왜 하필 이시국인가.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의 시대.

이 시대는 그동안 얼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을 하던 범상치않은 것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자리잡아가는 전환점이다.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이 시국: 뉴노멀

그토록 평소부터 꿈꿔오던 재택의 가능성이 점점 더 가시화되고 상용화되는 시점이기도 하며 이제 기업들은 아예 코로나와 관계없이 재택을 당연한 하나의 근무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커지고있다. 기존에 재택근무 조항이 없던 사업장들도 이번 계기로 사내 IT 인프라를 구축하며 원하든 원치않든 이 새로운 근무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스페인같은 나라는 내친김에 주4일 근무를 시험해보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이제 먹고 살만해진 인간들은 돈보다도 중요한 것들, 바로, 자유가 보장되는 시간이라는 것을 더욱 확보하고자 다양한 궁리들을 하고 있다.

이 시대부터는 어쩌면 내향인들에게 재택근무 등 특정 장소에 매이지 않는 탄력적인 환경이 더 우호적으로 작용 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바라는바였다. 더이상 본성을 구겨넣지 않고 한층 다양한 삶의 선택지를 가져볼 수 있을 바로 그 가능성 말이다.

코로나시대란, 이 시국이란 어찌보면 확장된 가능성의 시대이기도하다.

 


 

나는 내가 인문학을 전공해놓고도 나라는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는 인간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경멸이 공존한다는 것을 두고 오래도록 부끄러워했다. 왜 나는 인간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는걸까? 그리하여 세상을 살면서 타인들과 부대끼며 살아야하는 것에 피로를 느껴버렸다.

척 하는 삶 속의 번아웃

억지로 사랑하는 척 하지 말고, 억지로 부끄러운 것을 안 부끄러운 척 하지도 말고 그냥 이런 나의 구석도 받아들여서 살고싶다. 이 유예기간을 가지면서 틈틈이 써내려간 글들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며 느낀점은 나의 고난은 나의 인간됨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런 인간이 아니었더라면 전혀 다른 삶이 펼쳐졌을텐데. 나는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사람들이 구축해놓은 모든 것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사실 어떤 노력도 기울이고 싶지 않았다. 그 뻣뻣함으로 인하여 나는 과거에도 그랬듯 자주 오해받을 것이며 또한 자주 슬플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들을 마음 속으로는 좋아하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채 하려는 나같은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많고 하기 싫은 것들이 너무 많고 싫은 사람들이 너무 많고 자꾸만 사소하게 거슬리고 그래서 늘 괴로웠던 것이다. 더욱이 기존에 해왔던 일들, 내가 내 자신을 부양해내느라 거쳤던 일들은 유난히도 사람들 사이에서 보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막아낼 재간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자꾸만 스스로를 더 미워했다. 그러느라 주변의 관계에도 고스란히 반영이 되어 어긋남과 균열이 생겼던 것이다. 타인들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들 보기에 내가 얼마나 고까웠을까.

 

자꾸만 억지로 맞추고 고치지 말고 딱 한번쯤은 나 생긴대로 하면서 살고싶다!!

여러명이 사무실 공유하고 서로 눈치봐가면서 그러지 않고, 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 귀퉁이에서 일을 하든 점심을 만들면서 이메일을 보내든 일만 해낼 수 있다면 돈을 적게 벌더라도 그게 더 나을 것 같다. 보고싶지 않은 사람을 보며 살기위한 삶의 성숙도를 기르자 와 같은 종류의 자기개발 워크숍, 무슨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 다 쥐뿔 집어치우라고 하라지. 솔직히 말해서 이제 우리 알지 않아? 그런걸로는 소용없다는 것. 이제 비로소 이 시대에 싫은거 억지로 하면서 에너지 낭비 하는 대신에 잘 맞는 거 하면서 능률을 올리는 게 더욱 가능해 질 모양이라 가슴 속에서 두방망이질을 친다. 사람들이 역병으로 죽어나가는데 나는 또 그와중에 내게 유리할 수 있을 상황이 점점 만들어져가는 것 같아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내가 가장 경멸하는 인간은 나 자신이다.

 


얼렁뚱땅 넘어가서 흐지부지 끝내지 말고, 매듭을 짓기로 했으면 확실해지자.

내가 지냈던 시간에 대한 예의를 다하자. 고마운 시간이지 않았던가.

이런 나에게 노동의 기회를 주었고, 이런 내가 나를 자립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이런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욱 잘

깨닫게 해 주었기에 얻어 갈 것만 채워도 이미 광주리는 한가득이다.

 

목표 시나리오: 5월 퇴사 통보, 최장 8월 말 근로계약 완전 종료

마음을 먹었다.

예상시나리오는 5월 중 퇴사 통보로 결국 기존의 생각에 큰 변함이 없을 것 같다.

현재 근로계약서에 명시된대로 퇴사 후 노티스 기간은 상호간 3개월로 3개월째 되는 달의 말일까지이다.

그러면 5월 중에 퇴사를 이야기하고 5월 31일까지 사표를 제출하면 8월 31일까지 3개월의 기간이 생긴다. 그 중에서 지금 바라는 바로는 마지막 달 한 달간은 남은 연차를 다 넣어 쓰고 오는 것이다.

만일 그냥 휴가 돈으로 처리할테니 끝까지 일하다 나가라도 배짱을 부리면 어떻게 하지에 대한 대처법도 생각해 둬야한다. 그래도 거짓말로 둘러대면서 나오고 싶지는 않다. 왠지 나는 자꾸만 지금도 머릿속으로 거짓말로 둘러댈 알리바이를 짜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해서 나오고나면 나는 조금도 발전하지 못하고 과거를 답습하는 꼴 밖에는 안 될 것 같다.

진실을 가지고 당당하게 자기 원하는바를 주장하고 관철해내는 성공경험을 가져야 내가 다음단계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상담사 선생님이 내게 해 준 말이다.

남들이 뭐라고 할지, 남들에게 뭐라고 말할지에 대해 걱정하는 것과 그런 말들은

모두 다 연기처럼 사라질 허상들일 뿐.

뭐라고 통보를 할까를 놓고 고민하고 있고 주변사람들이 뭐라고들 할까를 놓고 걱정하고 있지만, 이미 한 근로자가 퇴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와 그 주변인들간의 결론이 아닐까.

퇴사를 하면 가능한 방법을 찾아 한두달 정도 서울에 다녀오고싶다.

이 시나리오를 염두해서 생존자금의 예산도 짜보고, 추후 배워 볼 강좌에 대한 문의도 하고 자격증 같은 것도 하나 정도 공부해서 따두고 해 볼 생각이다. 이걸 바탕으로 대강의 로드맵을 짜 보는 것이다.

유일한 걱정이 있다면, 뭐든 배우라면 배우겠고 돈도 절약해가며 연명하라 하면 저축 해 둔 것과 받게 될 실업급여를 포함하여 살아가겠지만... 역시 다시 다른 생계유지를 위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나의 인간성으로 인하여 또다시 같은 종류의 고난을 겪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조금 유연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유연해 지되, 너무 나를 구겨넣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스스로 당당하고 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서 거기서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을 해 볼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을 확보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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