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8.01.2021

 


 

연초부터 병가를 내고 수술을 받고 입원했던 팀 동료가 있다.
오늘 그가 팀에게 단체메일을 보내왔는데, 수술 잘 되었고 퇴원했고 집에서 휴식 취하며 회복 하고 있다고 하였다. 생각보다 1주일 정도는 일찍 앞당겨 복귀 가능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가 메일의 말미에 덧붙인 이 말이 오늘 오전 내내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이렇게 누워 쉬면서 팀원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다들 너무 보고싶고 얼른 복귀하고 싶다는 말.

정말.. 다들 이러는게 정상인거구나 싶었다.
다들 동료들이 서로 안보면 그립고, 사무실도 오랫동안 나가지 않으면 가고싶어 좀이 쑤시고.
서로 함께하던 시간들이 그토록이나 사무치게 그리워야하는 거구나.

왜 나는 좀처럼 그렇게 되질 않았을까?
비단 직장 뿐 아니라 돌이켜보면 거의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한국을 떠나오고 나서도, 지금까지 한 번도 한국에 들어가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이럭저럭 살 만 했다. 한때는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구태여 만나지 않는다 해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
그냥.. 타인에게서 뭘 구하려고 하지 않는가보다.
이런 스스로에 대해서 나는 이기적인가, 나는 나쁜가, 나는 차가운가 등등 여러가지 의문을 가졌었다.

나는 이 시국에 어떻게 하면 이 조직을 나갈까 그 궁리로 하루를 보내는데, 수술까지 받고 온 어떤 근로자는 병상에 누워서까지 동료들을 생각할 수 있는 거였구나.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면 사람들은 관계를 먼저 걱정했다.
그럼 지금의 팀원들과 작별해야하잖아. 그게 두려워서 그만두지 못하고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나는 사람때문에 그만두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내 안위를 더 생각하는 편인 것을 보면 암만해도 독고다이 하며 살다가 나중에 죽을때도 고독사 할 운명같다는 생각만이 더욱 강해진다.

나는 사회성이 결여된 사회부적응자인걸까?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국경도 없는 부적응성.

 



퇴사를 하게 되면 얻는것과 잃는 것은 무엇일까?
손익계산서를 써보아야 한다.

직장을 계속 다닐 시,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이라는 고정수입과 이력서상의 공백기를 매울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한

장점 단점:

Pros

Cons

업무와 관련 사람들을 이미 알고 있음 - 일단 익숙함

익숙은 한데 내가 발전한다는 느낌이 안듦 

팀 자체는 마음에 듦

특히 현재직장은 과거 있었던 팀들에서 나올때 마다
겪은 심적 트라우마나 심적 불편감이 크기에 계속
꼬리표처럼 그때의 생각들이 따라오는 걸 막을 수가 없음.

상사가 유능함

차라리 벌이가 적거나 일이 적더라도 낮 시간동안
다른 걸 하고 싶을 기회를 계속 잃는 느낌

그나마 상대적으로 인터내셔널한 조직환경

일을 해도 계속 의구심 & 회의감이 지속적으로 찾아옴

대외적으로 자기소개 할 때 말하기 용이함

 


그렇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생각해보자.
퇴사를 했을 때의 장점과 단점:

Pros

Cons

심리적 해방감

도망치려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빨리 이직을 하거나 대안을 찾고 그만둬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금전적 상황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다음 할 일을 찾아보고 생각 해 볼 수 있음

사회적 소속감의 결여/ 사회적으로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낙인찍히면 어쩌지?

일이 일상스트레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일에서 놓여날 수 있음

고정수입이 사라지는 불안/ 장기적으로 돈벌이
될 만한 일을 찾지 못하게 될까 두려움

내 자신을 돌볼 시간적 여유

이 나라도 은근 직업이 뭐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무직이라고 하면 심적으로 위축 될 수도 있음

내가 정말 흥미있고 하고싶었던 것이 생길 시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인터내셔널한 조직 찾기가 쉽지 않음

 

사람은 부정적인 마음에 많이 휘둘리는 존재다.
하여 내일부터는 위의 두 경우 (직장을 계속 다닐 경우와 퇴사 할 경우) 각각 예상되는 단점들에 대한 챌린지를 해보고자 한다. 

각각의 경우에 단점 혹은 우려로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 대안이 있는지, 계속 물음을 던져보고 싶다.
그러고 난 뒤 각각 경우의 장점들과 다시 한 번 비교 해 보고 싶다.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7.01.2021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위하여 하듯이 진심으로 하십시오.
주님에게서 상속 재산을 상으로 받는다는 것을 알아 두십시오.

콜로새서 3장 23-24절


 

 

나는 지금 흙 속에 몸을 숨긴 한 알의 영롱한 진주다.

이렇게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누가 봐도 한눈에 화려하고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일 필요 없다.
누가 봐도 한눈에 매혹적인 붉은 루비일 필요도 없다.
누가 봐도 한눈에 신비로운 에메랄드일 필요도 없다.
나는, 은은한 광채를 내뿜는, 조개가 눈물로 품어낸 그 한 알 진주로 충분하다.
우아하고 클래식한, 그리하여 유행을 타지 않는 한결같은 그러나 견고한.

반드시 드러날 필요 없다. 평생 숨어 살 필요도 없지만 꼭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필요 없다. 그렇게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내가 보기에, 나는 소심한 관종같다. 관심의 중심에 놓이면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아주 뒷전으로 밀려난다 싶으면 불안하고 어딘지 침울해지니 말이다.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는 데까지 해 보는 것은 이 "흙속의 진주"같은 심정으로 참아내듯 지내면서 지금껏 해 왔듯이 버텨 볼 수도 있는 일이다. 분명 이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는 한편,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회사원 생활을 하는 것에서 내가 만족하고 이 테두리 속에서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한 판단은 내려야한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든, 다른 어느 곳이 되었든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계속 자리보전하면서 어떻든 버티고 또 버티면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그것이 승진이 되었든 급여의 인상이 되었든 조금 더 품격 높은 혹은 복잡한 업무가 주어지는 방식이 되었든 풀려갈 것이다. 여기서 나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그렇게 그 조직 내에서 계속 발전을 정말로 해 나가고 싶은가이다. 

직장생활을 계속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해나가고 싶은가?
직장생활을 계속 하고 싶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직장생활을 지속 했을 시 나는 무엇을 얻게될 것인가?
직장생활을 안한다면 어떤 대안을 생각하고 있는가?
그 대안을 택했을 시 나는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사실은 직장을 팽개치고 모든 것들로부터 손을 떼고 싶어졌던 순간들로 점철되다 시피 했던 지난 세월들 동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끝끝내 손에서 직장생활을 놓지 않게 한 원동력은 이런 것들이었다.
이민 초창기 때에는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영주권을 취득해서 1차적인 정착을 마치기 위해서. 그렇다면 영주권을 따고 난 지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생활비는 벌어야하기 때문에. 단지 그것때문이었을까?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반대로 물어보자.
무엇이 제일 두렵거나 염려되어 퇴사를 유보하고 게다가 이렇게 퇴사 전 일지까지 쓰기 시작한걸까?

외국에서 자리잡고 살아가는 가운데, 직장이라는 끄나풀이 사라지고나면 과연 내가 나의 이곳에서 살아감의 이유를 입증 할 수 있을까?

나와 이곳 사회를 연결해주는 끈이 여기서 내가 하고있는 노동활동이며, 그로인해 취득한 급여, 거기서 원천징수 되어가는 사회보장보험료와 엄청난 양의 세금을 마치 여기에 살아가는 대가로 지불하는 사용료 같이 여기며 살아왔다.

그 끈이 떨어지고 나면 헌 짚신짝처럼 끈떨어진 신세로 나뒹굴면 어쩌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영화 제목 같은 이런 말.
외국생활을 하면서 주로 이런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맞고 여기서는 틀린 것들.
한국에서는 안되는데 여기서는 되는 것들.

그 중 대표적으로 현재 내 상황에 가장 소용이 닫는 차이점은 바로 이것이다.

 

한국에서는 없는 것

여기서는 있는 것

자진 퇴사 시 실업수당 지급 안됨.

자진 퇴사 시 최대 3개월까지 freeze기간 있은 뒤부터
지난 12개월 이상 수령 급여액의 60-70%정도까지
실업수당 지급.

단, 꾸준히 고용노동센터와 소통해야하며 구직활동을 하고 있음을 증명해야함.

한국에서 살 당시 나는 돈이 거의 없는 상태였음.

많은 돈은 아니여도 그래도 그동안 모은 돈으로,
최악의 경우 아무 소득이 없다 해도 최장 1년까지는
버틸 수는 있을 것 같음.



일단 이렇게 마음을 먹어보려고 한다.

그 이유는 
어떤 선택을 하든 모든 것은 내 소관이라는 주체성, 능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상황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나에게도 얼마든지 유리한 쪽으로 끌어내 볼 수 있다.
나는 절대 무능력한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1. 퇴사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2. 퇴사를 하게 되더라도 당장 굶어죽지 않는다.
3. 퇴사를 하고 안하고는 전적으로 내 의지 소관이다.
4. 퇴사를 안하고 버티는게 능사가 아니듯이, 퇴사를 했다 해서 그것이 반드시 실패인 것은 아니다.
5. 궁극적으로, 퇴사를 "스마트하게" 할 수 있도록 해보자.

 

허나.. 장기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암만 생각해도 아니올시다다.
그렇다면 결국 답은 창업인가? 프리랜서인가? 주식을 배워 투자를 해야하는가?
또 만일 창업을 한다면 뭘 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어떤 니즈들이 있고 그 니즈들과 내가 가진 능력치의 교집합 부분은 과연 있기는 한걸까?

 

자기만의 컨텐츠를 기반으로 한 지식창업.
어떤 지식?
무엇을?
어떤 컨텐츠?
나는 누구?
나만의 차별성, 고유성?
퍼스널브랜딩.

 

 


 

솔직히 내가 앞으로 92일 뒤에 5월이 되었을 때에 바로 사표를 내지 않고 회사를 더 다녀보기로 마음 먹는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주제가 바로 이 "퇴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슴 속에서는 5월이 되면 어떤 뾰족한 솔루션이 생겨 5월에 사표를 내라면 낼수도, 한 몇달 정도 더 월급을 모을 심사로 다녀 볼 수도 있는 선택이 가능한 위치에 있고 싶다.

역시 대안적 삶에 대한 뾰족한 수가 생겨야만한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다 하더라도, 그로인해 급여도 높아질 수 있고 조금 더 나은 업무를 운좋게 찾게 된다 하더라도 회사생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나를 가장 불편하고 불안하게 한 것들과 또다시 부딪히고 또다시 나는 퇴사를 생각할것만 같은 강렬한 예감만이 든다. 그래서 이직을 안한다는 전제하에 나는 무얼 할 수 있는가.. 그 답이 내려지지 않지만, 동시에 가장 시급한 문제가 갈수록 점점 더 난제가 되어간다.

 


나는 흙 속의 진주.
인내하고 헌신하지만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하루 하루 살아내지만, 지금 내 머리로는 내 능력으로는 내 현실로는 스스로에게 다른 환경을 마련해 줄 재간이 없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모순이다.
순종하고 인내하고 감사해야하는데 이런 현실이 아직은..좀 많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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