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02.02.2021


2월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프로젝트팀은 한결 더 분주해졌다.
여러 국가들에 론칭하는 프로젝트 롤아웃 활동들이 보다 활발해졌다.

적어도 6월달 정도 까지는 유럽의 두 나라들이고, 그와 맞물러 다음타자가 될 미주지역의 국가들도 컨텍을 시작하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프로젝트 세션 일정들이 발송되었다.
그것은 코디네이팅을 하는 내 몫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오직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수신자 목록에 기입하고 그리고 그런 일정들을 보내는 것이다.

그와 맞물려, 2021년도 프로젝트 롤아웃 예산 트래킹을 위한 엑셀 스프레드시트 작업도 하였다.
작년도에 쓰던 것에서 이런 저런 변경을 조금 해 주면 되긴 했지만 예산 규모는 훨씬 달라졌다. 사실 예산이라는 것이 대부분 다 인건비다.


오늘은 오후에 잠시 짬을 내어 2주 전부터 일정을 잡아놓은 은행에 다녀왔다.
사실 퇴사를 하게 될지도 모르니 올해부터라도 조금 더 바짝 목돈을 쟁여두고자 서브어카운트를 하나 더 트려고 했는데, 은행원이 상담을 통해 개설을 해 줄 수 있다고 하여 갔던 것이다.

굉장히 앳되어 보이는 상담원이 출입문까지 마중을 나왔더랬다.
그녀와 함께 자리로 가서 상담을 했다. 앞이 뾰족하게 부리처럼 입체적으로 나오는 부직포 마스크를 끼고 그녀와의 사이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보호막까지 쳐진 상태였다. 코로나시대의 은행상담이란..!

사실 은행원 입장에서는 한국이든 외국이든 마찬가지로 상품 한가지라도 더 팔아보려고 애를 쓴다.
이번 경우도 그랬다. 그냥 서브어카운트만 틀어서 돈을 따로 모아두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이자가 없다고 보면 되므로 그냥 묶어놓는 기능밖에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정도는 나도 안다. 이런 국제적인 저금리시대에 은행예금만으로 뭔가 재테크를 해보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이나라 기준으로 나름 "적금"같은 컨셉에 드는 주택구매융자를 위한 저축상품에 가입하길 권했다. 처음에는 전혀 생각이 없었으나 그래도 월 한화로 10만원 정도는 다달이 이런 상품에 가입해두면 그래도 일반 예금이자보다는 매해 이자율이 적용되면서 돈이 조금이라도 불어 날 가망이 있으며, 나중에 정말로 주택구매를 위하여 은행융자를 받게 될 시에 혜택을 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일반 분산예금용 서브어카운트 한개와 이 주택융자저축상품 어카운트 한개를 같이 텄고 서브어카운트는 매달 내가 자율적으로 돈을 넣는 것으로 우선은 해 두었다. 한 몇달 해보다보면 평균 금액이 서면 그때 자동이체로 고정금액을 설정하고자 한다. 한화로 약 300만원 정도만 우선 그쪽으로 이체 해 두었다. 입금은 자유롭지만 출금은 지점을 방문하여 해야한다고 하니 길게보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괜히 출금까지 자유로운 것으로 하였다가는 슬그마니 이 주머니에도 손을 대고 말 것 같기 때문이다.

8월달까지 악착같이 해서 천만원 정도.. 적어도 800-900만원 정도라도 알차게 더 모아 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식을 하는 것은 잠깐 더 보류하기로 했다. 

은행원과 상담을 하면서 더더욱 절실히 현실을 깨달았다.
그동안은 영주권을 받는 것만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으며 매달 매달, 매해 매해 살아남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한달 벌어 한달 써대기 바빴으니 야무지게 저축을 하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다시 마주했다.
차라리 매해 돈이라도 차곡차곡 모았더라면 지금쯤 되어서 꽤나 마음이 든든했을텐데 지난 세월동안은 아무리 저축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되는대로 써대느라, 사실 그 소비행위를 통해 이런 저런 스트레스들을 풀어가며 살아 온 것 같다.

상담원 왈 특히 주택융자용 저축상품의 경우 대부분의 회사들에서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매달 어느정도는 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평소에 이쪽으로 전혀 관심이 없다보니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이런 것을 해주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사실 올해안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회사에게 지원을 해달라고 말하기는 좀 그런 것 같다고 말은 해 두었다. 마지막에 각종 서명한 서류들의 사본을 챙겨주며 그녀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회사에 이 관련 연락을 해 볼 수도 있을 때를 대비해서 회사에 보내야 하는 서류양식도 한 부는 뽑아주겠다고 하였다.

내가 아직도 확고하게 퇴사를 할 것이라는 결심이 서 보이지 않아서였을까.

 



내 생계유지를 위한 돈나오고 쌀나오는 유일한 창구인 현재의 직장.
여기서 주는 돈을 받아먹고 살아가는 생활을 나는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하게될까.
직장을 감사히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오로지 한 군데에 목 매달 수 밖에 없는 지금의 나 자신이 사실 좀 못마땅하긴 하다. 여전히.. 그러하다.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9.01.2021


직장을 계속 다닐 시의 단점/ 우려되는 점들

Challenges to the Cons

1. 익숙하지만 내가 발전한다는 느낌이 안듦.

 

--> 어떤 느낌이길래?

처음엔 프로젝트매니지먼트 쪽이나 ERP 컨설턴트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접근해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프로젝트매니지먼트는 너무 많은 stakeholder 들과 일해야하고 ERP 컨설턴트도 마찬가지로 워크샵, 기능 교육 등을 도맡는 등 너무 많은 에너지 소모가 필요한 직군이라는 생각에 점점 이게 나에게 좋을 일일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현재 하는 일이 그렇다면 이 두가지 패스로 나가지 않을 시 뭘 할 수 있을지 모호해지기 시작함.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하고있는게 월급받기 용도 말고 대체 어떤 쓸모가 있을지 발전하고 있는건지 시간낭비하고있는건지 모르겠음.

 

--> 조직 내에서 다른 일을 타진 해 보는 건 어떨까?

이미 여러번 팀을 옮긴 상태고 솔직히 이번이 이 조직에서 마지막 팀이었으면 좋겠고 여기서도 아니다 싶으면 그때는 이 조직을 아예 나가고 싶다. 그리고 다른 직무도 솔직히 하고싶은게 없고, 있다 한들 이 조직의 특성을 너무 잘 알아서 익숙하긴 해도 그래도 계속 장기적으로 있기에는 겪은 게 너무 많다.

 

--> 어떻게 하면 발전한다는 느낌이 들 것 같은가?

뭔가 좀더 테크니컬한 것들을 만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어드민적인 일만을 하기엔, 익숙해지면 몸편한 일일수는 있을지 몰라도 솔직히 너무 전문성이 없음.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면 돈 안벌고 배우는 기간을 갖더라도 차라리 그렇게 하고싶다.

 

 

2. 이 조직에서 겪은 여러가지 불편한 점들도 계속 꼬리표처럼 뒤따라오며 불편함을 가중시킴

 

--> 어차피 모두 과거의 일 아닌가?

머리로는 그게 수긍이 가는데, 계속해서 관련된 사람들을 보게되거나 하면 자꾸만 과거에 내가 거기

있을 당시 힘들었고 번민했던 점들, 내가 없애고 싶은 과거 기억들이 떠올라서 자꾸 더 미워짐.

 

--> 과거를 용서 할 수 있는가?

아직까지 드문드문 그때 무능력했던 나 자신과 내가 원하는 그림대로 되지 않은 일들에 대해 토라져

있는 상태인 건 맞다. 노력해야하는 부분이다.

 

--> 그래도 여러 팀을 거치는 동안 좋은 점들도 있지 않았는가?

확실히 그렇다. 그렇게 거치지 않았더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도 분명 있다

3. 벌이가 적어지더라도 차라리 낮시간동안 다른 더 의미 있는 일들을 해 볼 기회를 잃음

 

--> 퇴사를 한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가?

확실히 뭔가 조금 더 하드스킬을 업데이트 하는데 도움 되는 것들을 배워보고싶다.

제너럴하고 어드민적인 요소가 적은, 뭔가 topic driven 한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하드스킬!!

 

--> 구체적으로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이 있나?

작년 가을에 직장인들을 위한 원격 대학원 석사과정에 등록해서 Information Systems를 공부해보려

고 했다. 그러나 갈수록 프로그램에 실망 + 흥미 잃음으로 인하여 그 등록금을 주고 모든 과정을 이수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대신에 그 다음학기부터는 등록하지 않고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서

해보려고 한다. 조금 더 실용적인 커리큘럼이며 학점이수가 가능해서 4과목 정도 프로그래밍, 시스템

엔지니어링,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을 배우는 것이다. 추후 석사로 연장하길 원할 시 그 과목들에 대해

학점인정이 되어 나머지 학점만 채우면 되는 프로그램을 찾아 둔 상태다. 가격도 작년에 지원한 석사

과정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 만일 그 프로그램도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어쩌려는가?

사실 이 점이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뭐든..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대신에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번에는 사전조사를 조금 더 철저하게 해서 타진해보고싶다.

 

--> 차선책은 있는가?

조금 더 테크니컬한 ERP 파트 (예를들면 ABAP 프로그래밍, SAP 데이터베이스, 비즈니스 애널래틱스

모듈 등등) 혹인 기타 다른 도움 될만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자격증 트레이닝 과정을 듣고 자격증을 딴

뒤 재취업을 노려볼 수도 있을 것 같다.

 

-> 그래서 결국은 재취업이라는 말인가?

이 점은 좀 더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특정 직장에 기대지 않고도 생계유지가 가능해지는 파이프라인이

구축된다면 꼭 다시 취업을 하는 것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만일 좀 다른 포지션으로 일 해 볼

수 있다면 그것도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4. 일을 해도 의구심 & 회의감이 지속적으로 듦.

 

-->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일을 일단 시작해서 해 보면 볼수록 자꾸만 난관에 부딪히고 이 난관은 내 성향과 적성에 관련된 것이

라 그럴때마다 좌절감과 회의감이 크다. 또한 그 회의감이 지속되면서 내가 과연 올바른 것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증폭된다.

 

--> 다른 일을 하면 의구심이나 회의감이 안 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나?

솔직히 자신 없긴 하다. 그래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렇게 해왔는데 의구심이 들었다면, 다른 쪽을

택해서 의구심과 회의감이 든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그 다른 쪽을 택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직장을 그만 뒀을 시의 단점/ 우려되는 점들

Challenges to the Cons

1. 도망치려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아무래도 팀을 옮긴다거나 직장을 옮긴 전례가 있고, 2-3년 이상 진득하게 있지 않고 옮겼다는

데서 얻은 일종의 컴플렉스 같다.

 

--> 도망치는 것이라면, 무엇으로부터의 도망일까?

나 자신의 약함이 너무 많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 즉, 나의 강점 보다는 약점많이 집중되는 환경

에서 그만 나를 놓아줘야겠다는 절실한 생각. 그럴수록 자꾸만 마주해야하는 스스로의 찌질함이 너무

괴로웠다.

 

-->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밖에 어떤 심리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사실 지금껏 도망치는 것 같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 없이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매번 이동을

할 때마다 나는 발전해왔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의 선택에 후회는 없는 편이다. 완벽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후회는 없다. 도망치는 것이 아니고, 시절인연이 다하여 마음도 함께 떠나 변화에의 목마름

으로 해석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2. 사회적으로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낙인찍히면 어쩌지/사회에서 소속감이 결여 될 것 같음

 

--> 어떤 소속감?

나름대로 이민자로서 그래도 현지의 직장을 다니는 것으로 이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라지면 끄나풀이 없어질 것 같다.

 

--> 그게 사라지면 어떻게 되길래?

왠지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다.

 

-->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더 심리적으로 위축될까봐 걱정된다.

 

--> 직장을 다니면 "아무것"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나?

솔직히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도 아니고 직장 다니기만 한다고 무조건 어떤 의미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손으로 밥벌어 먹고 살고 세금도 내고 연금도 내는 측면에서 생산적인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은 들었음.

 

--> 직장도 안다니고 가족도 없이 사는 외국인들도 있지 않아?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솔직히 궁금하다. 믿을 구석 하나 없고 의탁할 구석 하나 없지 않는가.

 

--> 그렇게 사는 이민자들은 모두 이 나라에서 체류를 하면 안되나?

그런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재정만 축내는 암적 존재가 될 것 같다.

 

--> 직장 이외로 소속감을 가질 만한 것은 뭐가 있을까?

이를테면, 학교를 다시 다니면서 공부를 하거나 뭔가 현지에서 계속 어떤 활동을 하게 되면 사회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음.

 

-> 바로 재취업 안하고 어느정도 기간동안 생활 가능하다는 전재 하에, 그런 다른 활동들로 소속감이나

생산적인 삶을 영위 할 대안적 방안은 없을까?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공부를 다시 해서 나중에 그걸 바탕으로 일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3. 실업 상태면 대외적으로 사람들에게 말할 때 위축 될 것 같다. (2번과 연결 가능)

 

--> 현재 이 나라에 실업자는 단 한명 뿐인가?

아니다. 많은 실업자들이 있다.

 

--> 그들은 모두들 위축되게 살고 있는가?

모두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남앞에 말하기 떳떳하지 못하고 불편한 부분은 있을 것이다.

 

--> 자발적 실직상태는 그자체로 잘못인가?

잘못은 아니지만 장기화 된다면 개인과 사회 모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 커리어 공백기를 표현하는 방식들에 대해 알고있는가?

알고는 있지만, 막상 내 입으로 말하자면 주눅 들 것 같다.

 

--> 그러면 커리어를 유지하는 지금은 주눅이 들지 않는가?

사실.. 주눅은 이러나 저러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매한가지로 든다.

 

--> 대부분의 인간들은 어차피 노동가능한 연령까지 평생 일을 해야 한다. 그 중에서 6개월~최장

1년 6개월 정도까지의 공백은 어찌 보이나?

전체를 놓고 보면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닐 수 있다.

 

--> 대안 없이 퇴사하고 쉬는 사람들이 실재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아는가?

실재 사례들을 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사람들로부터 현실적인 경험들을 듣고싶고

조언도 받고싶다.

 

4. 장기적으로 돈벌이 될 만한 일을 찾지 못하게 될까 두렵다.

 

--> 직장을 다니는 현재는 장기으로 돈을 벌 보장이나 확신이 서는가?

아니다. 불명확하긴 마찬가지다.

 

--> 현재 저축 상태는 어떠한가?

사실 5월에 사표를 내고 노티스기간 8월까지 일해주고 9월부터 실직상태에 들어갈 시나리오를 염두

해두고 저축플랜에 들어서긴 했다. 기존에 모아둔 돈과 8월까지 모으게 될 돈, 그리고 그 3개월 뒤

수령하게 될 실업급여를 합하면 당장 굶어죽지 않을 수 있다.

 

--> 최악의 경우, 잠시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가?

정 안되면 그렇게라도 해서 다시 최소 생계유지는 이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게 된 일을

하며 더욱 비참한 기분만 들고 더욱 우울해 질 까봐 걱정이다.

 

--> 이 경우 현실적인 도움을 받아 볼 수 있는가?

정말 정말로 최악으로는 이 나라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을 신청 해 볼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런

최악으로까지는 가지 않아야한다.

 

5. 인터내셔널한 조직을 찾기 힘들다.

 

--> 현지인들로만 구성된 조직은 전혀 안되나?

아무래도 스스로 마음이 편할 것 같지는 않다.

 

--> 스타트업 등 다국적 인원으로 구성된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라면 다시 잡을 구해 볼 엄두가

설 것 같은가?

만일 인터뷰 등을 통해 조건이 괜찮아 보이면 시도 해 볼 의사는 있다.

 

--> 리모트로 다른 나라와 연결되어 하는 일을 찾는 것은 어떤가?

그럴 수만 있다면야 이상적이겠지만 그런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단 오늘 이 내용을 앞으로 시일이 어느정도 더 지난 뒤에 다시 읽어보며 생각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오늘의 내용에 대한 정리를 해 봐야겠다.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6.01.2021

 


 

곰곰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왜, 어찌하여 그토록이나 지금까지 해왔던 종류의 일들과 지금까지 겪어온 대부부의 일들, 그 속에서의 나의 위치에 불만을 품어왔던 것일까?


왜 나는, 마치 "나만은" 더 높이 되는 일을 해야하고, 더 우아하고 폼나는 일을 해야하고, 돋보여야하고 우월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걸까?
한번도 그런 삶을 살아온 역사가 없건만, 어찌하여 마치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생각을 해왔던 것일까?

이 부분을 놓고 나는 꽤 오랜 시간동안 몇 년에 걸쳐 성찰해보고 고민해보았다.
그때마다 번번이 내 안의 어떤 방어기제 같은것이 진실을 마주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비교적 최근에야, 이 부분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열등감과 우월감의 상관관계와도 같았다.

 

한국에서 보냈던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라 할 수 있는 대학시절, 그리고 대학 졸업 후 방황하며 이런 저런 일들을 전전했던 시기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 바닥을 친 자존감은 이곳으로 건너온 뒤에도 지금까지 크게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자존감의 유무가 사람의 삶의 질을 이토록 좌우 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랍고도 놀라울 뿐이다.

[자기미움], 필로 이경희 저, 북스톤 출판

작년 초반 무렵이었을 것이다.

나는 내 안에 켜켜이 쌓여있는 열등감들과, 우월하고 돋보이고 싶은 욕망 사이의 줄다리기에 지쳐있었으며 그것을 파해치고싶은 갈증에 고조되어있었다. 그때 나는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책 제목은 [자기 미움]이었다.
내가 오래도록 품고 살았던 자책감, 수치심, 자괴감 그리고 분노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한 권을 끝까지 다 읽는동안 많은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 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죄책감이나 죄책감은 겸손도 자기반성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무의식적인 심리적 우월감 혹은 안정감과 만족감을 위한 전략이다.

지만 잘못된 전략이고, 결국 자기 자신이 희생자가 된다.
얼핏 납득이 어려울 수도 있다.

타인이나 상황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심리인데 왜 이기적인가?

물론 제대로 된 자기반성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책감, 죄책감은 교묘한

이기적 심리가 더해져서 만들어진다. 자신의 '다른 모습'을 꿈꾸는 것이 그래서다.

일종의 자기배신이자 자기기만이다. 일단 기준을 높게 잡고, 그것에서 자기만족을 찾는다.

'나는 이 정도 되는 사람이야. 이런 존재야. 비록 실재로는 아니더라도.'
또는 이것은 심리적으로 버티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가짜를 만들어 진짜 내 모습으로 삼는 것이다.

하지만 두 모습 모두 오류다. 즉 본인이 생각하는 '못난 현재의 모습'도 진짜가 아니며,

또한 본인이 바라는 '뛰어난 자신의 모습'도 실제가 아니다.
그러고는 '현재의 모습'이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 스스로 정한 기준에 미달할 때 과도하게

자책하며 죄책감을 갖는다. 이처럼 비실용적인 우월감 혹은 심리적인 방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기적'이라 표현한 것이다. 비록 현실에서는 실패했다 하더라도 내면에서는

실패하지 않고, 못나지 않고, 멋지고, 능력 있고, 잘하고 있는 나를 그림으로써

심리적 우월감, 만족감, 안심을 만끽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실제의 나, 실제 상황과의 분리가 일어난다.

나아가 실제 나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고, 실용적인 대응과

결책을 떠올리지 못하고 실행하지 못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손해다.

자기에게 해를 끼치는 실패한 이기심. 이것이 자책감과 죄책감의 실체다." - [자기미움] 42-44쪽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사실 많이 울었더랬다.

내 스스로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던 내가 처했던, 그리고 여전히 처해있는 현실과 그 속에서의 나. 그리고 내가 되고싶어한, 내가 욕망한 기준 속에 있을 법한 상상 속의 나.
나라까지 바꿔서 살아보겠다고, 내게 어떤 유쾌함도 주지 못했던 한국을 벗어나서, 내가 내손으로 마련하고 빚어온 삶의 터전이 있는 이곳에서도 나는 여전히 "쭈굴이" 신세, "시다바리"신세, 거기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외국인 이민자로 어찌해도 빛나고 돋보일 수 없는 그런 환경에 놓여있도록 내가 내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누구의 탓도 아니라 모든 것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들의 결과물이라는 것.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우월해질 수 있겠지, 이렇게 하면 조금 더 발전하겠지, 이렇게하면 조금 더 스스로 긍지를 느낄 수 있겠지 하면서 살아왔지만 번번이 스스로에대한 의심과 자책감, 그리고 열등감은 곱절로 늘어갔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세상적인 잣대로, 세상적 수준의 - 다시말해, 인간적 이해와 지식의 차원에 입각한- 조언들과 해석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점점 더 나의 마음을 만져주는 참 조언을 찾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었다. 나는 무엇이 조금 잘 되려고 할때는 우쭐거리며 자기영광만을 찾으려고 했으며, 조금 잘 안된다 싶으면 우울의 나락으로 빠지며 세상을 증오하고 내 자신을 죽일듯 미워했다. 

나는 그럴수록 더욱 더 세상적이고 인간적인 것들에 집착했다. 내 고민을 아무에게나 토로하고 징징대고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을 성급히 내리고 더욱 더 스스로를 우울의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더 나은 직장을 가지면 지금의 고민에서 해결될거야, 더 나은 자격을 가지면 나아질거야 그래서 자격증 취득하는 것에 목을 매기도 했고, 이것만 하면 나아질거야, 이렇게 하면 될거야 저렇게 하면 될거야..

그와중에 나는 기도도 잘 하지 않았고 그나마 아침에 눈뜨면 성호긋고 늘 바치던 주님의 기도도 그냥 아무 영혼없는 웅얼거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종교활동이 금지되며 더욱 더 성당에 나가는 생활, 성경을 읽는 생활에서도 멀어졌다. 

 

그러던 차에 올 신년 초, 나는 한 유튜버를 알게되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굴지의 대기업 CHRO자리에까지 고속승진하며 커리어의 최정점을 찍고 지금은 퇴사하여 구직난을 겪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과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유튜버 "퇴사한 이형" 이준희 대표님이었다.

그분의 채널이 제공하는 진솔하면서도 탄탄한 경험에 입각한 조언들에 감탄하며 그의 영상들을 보다가 아래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사실 그는 크리스천이며 한 기독교방송에 출현하여 간증 형식으로 직장생활에 대처하는 올바른 크리스천의 자세에 대해 피력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믿음으로 고속 승진 할 수 있을까요? | 면접왕 이형 이준희 대표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직장 생활 꿀팁 좀 알려주세요""믿음으로 고속 승진 할 수 있을까요?"신앙인으로써 직장 생활 하는 방법 취업전문가 이준희 대표가 속 시원히 답변해드립니다. -이준희 대표前 대기업 최연소 최고인사책임자(CHO) 現 '면접왕 이형' 유튜브 채널 운영 -면접...

youtu.be/lwwQTu1tVVs

 

 

 


크리스천이 세상사람들과 구별되는 것이 거룩함이다.
어떻게 거룩함을 드러낼 것인가?
결국 세상사람들이 하지 않으려는 값 지불을 함으로서 거룩함을 실천할 수 있다.
다른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하면 되는 것 같다.
일이, 직무가, 직장이 우리가 부르심 받게 된 것이라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 근사한 일일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때도 있다.
근사한 일일때는 이게 정말로 나를 위한 부르심인 것 같다고 여겨 헌신, 순종,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아보이는 단순반복적이고 남들만을 위한 일일 때에는 전혀 그 반대의 길로 가게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것이 비성경적이라고 본다.

그 작은 일에 충성될 때 하느님은 더 큰 일을 맡기시는데 그 충성을 다하지 않고
큰 일만을 바라는 것은 값지불이나 성경적인 차원에서의 올바른 직업관은 아닌 것 같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기꺼이 하면서 내가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내가 인내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세상사람들도 그것을 높이 사 줄 것이다.

내가 인내하고 남들이 안하는 값을 지불을 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성숙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직장은 그것을 알아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늘 반짝반짝한 상태로 있기 보다는 흙속에 숨어있는 진주같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게 되고,
꼭 세상적 고속승진이 아니라 해도 그 과정에서 내가 받은 은혜로, 인내로 살아간다면
영적으로는 큰 승진이 있지 않을까?

열등감을 상쇄하기 위해 가상의, 환상속의 이미지로 빚어낸 우월감을 덧입혀가며 살아오고 있었던 나.
나는 열등감도 우월감도 모두가 마음에서 만들어낸 것들이지 실재하지 않은 것임을 머리로는 조금씩 이해하겠지만 여전히 마음으로부터 전적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는 상태다. 이것이 내가 넘어서야 할 부분 같다. 이것이 해결 되어야 내가 지금껏 해온 모든 고민들을 해결 할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퇴사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아니 직장에서 하는 일이 이것은 어떻고 저것은 어떻고, 원래는 내가 원하기에는 이것은 이렇게 되어야하고 저것은 저렇게 되어야하고, 그렇게 되어야"만" 하고 그런 모든 강박적 관념들. 그런것들 이면에 첨예하게 대립중인 열등감-우월감의 싸움.

그것이 진짜 문제였던게 아닐까.

 


 

저 영상의 말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전신갑주처럼 주신 무기가 있다.
감사, 순종, 헌신
이것이야말로 세상사람들과 구별되는 거룩함이다.
그 중에서 '헌신'이 모든것의 결론 같다.

 

개신교 가톨릭 종파를 초월해서,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떠나서, 누구든지 위의 말을 한번쯤 곱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한계가 많은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그래도 우리가 가진 무기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감사하는 마음, 뒤집어 엎고 싶을때라도 순종하고 헌신하는 마음을 갖는 것. 사실 그 마음을 가지면 많은 것들이 수월해질텐데 그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고 저항하면 할수록 갈등만이 생겨나고 힘들어졌으며 이기적인 자세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비합리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순종하고 헌신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지금 자신이 발 딛고 선 곳에서 그 상황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순명하면서 인내하고 헌신하며 지내다보면 더 나은 상황이 반드시 오리라는 믿음을 갖도록 해 보자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것을 참 못했다. 

여전히 내 마음은 갈대와도 같이 흔들린다.
조금 더 순종하고 인내하면 되는걸까?
두려운 마음,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볼까?
그러면 나 내 안의 열등감도 우월감도 다 부질없음을 완전히 깨우치고 거듭 날 수 있을까?

 

 

오늘은 그 어느 날 보다도 기도가 필요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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