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5.03.2021


흐르는 강물과 시간은 막을 수 없는 것.

하루 하루 날은 지나가고 어느덧 디데이까지 35일을 앞두고 있다.

이틀 전 화요일에는 대망의 면접이 있었다.

면접 보기 직전까지 자기소개용 멘트조차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서 어쩌면 좋을지 걱정했을 정도이다.

면접은 화상회의로 진행되었다.

상의에만 블라우스와 검정색 블레이저를 걸쳐 입고 단정하게 머리를 모아 묶고 위아래 속눈썹에 마스카라를 바르고 그리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하의는 집에서 입는 트레이닝복 바지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코로나시대의 면접경험은 정말로 신선했다.


하늘이 도운것인지, 원래대로라면 실무진 2명 외에 추가로 참석하기로 했던 인사부 담당자가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아서 실무진과 오롯이 실무에 관한 논의들을 하며 꼬박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따라서 내가 늘 예민하게 생각하는 왜 이직을 많이 했느냐, 왜 이 직장/ 이 부서에서는 이만큼만 일했냐 등의 질문은 놀라울 정도로 "단 하나"도 받지 않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이제 내가 직업시장에서 면접자들을 만났을 때, 특히 실무진들과의 만남에서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들만을 가지고도 면접을 끌어갈 수 있을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더이상 대졸신입들이나 업계신입들에게 아주 전형적으로 묻는 강점과 약점이 뭔지 같은 이런 종류의 소프트스킬 측정용 질문들은 나오지 않았고 사실 업무에 대한 이야기들만 나누기에도 바빴다. 이 점이 이번 면접의 가장 큰 성과이다.

그들 쪽에서 나와 한 번 더 다음 면접을 하길 원해온다면 나도 한 번 더 만나서 추가적인 이야기를 나누고싶기는 하다. 하지만 만일 거절을 당하게 된다 해도 이미 나에게는 이 체험이 정말로 놀라운 경험이었고 마음에 많은 자신감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기분이 든다. 특히나 한국계 회사에서 처음 현재 회사로 넘어와서 그 사이 여러 부서들을 거치는 동안 내 한계는 이 조직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컸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기업의 실무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엄청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위 포지션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기로 하면서, 어제 저녁부터 밤까지는 꼬박 집중하고 자리에 앉아서 다른 회사에서 난, 내가 지금껏 해온 일들을 적용 해 볼 수 있음직한 자리에 지원해 볼 커버레터와 이력서 수정 작업을 했다. 특히 이 회사의 채용공고는 현지어로 나왔고 회사 자체도 굉장히 현지인들이 압도적인 회사라 모두 현지어로 작성하느라 원어민들의 첨삭도 받았다. 오랜 지인과 남자친구가 그 일을 기꺼이 맡아 도와주어 정말 고마웠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내가 지금 리쿠르팅 프로세스 선상에 있는 이런 포지션들로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게 될지, 아니면 원래의 시나리오대로 바로 이직하는 대안 없이 일단 쉬는 쪽으로 하게 될지. 그렇지만 시시각각 가변적인 내 마음을 붙들면서 매일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우연적이라고 느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화요일 면접 전 그러니까 월요일 저녁에 그날 성경통독 팟캐스트의 회차는 길고 긴 모세 5경을 통과해서 여호수아기에 접어든 첫 날이었다. 여호수아기 첫 장의 강독이 이어졌고 그리고 이 대목에서 엄청난 평안과 힘을 얻었다.

내가 너에게 분명히 명령한다.

힘과 용기를 내어라.

무서워하지도 말고 놀라지도 마라.

네가 어디를 가든지 주 너의 하느님이 너와 함께 있어 주겠다.


<여호수아 1장 9절>


이제 목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다.

늦은 점심조로 허기를 달래주고 남은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싶다.

그리고 내일은 지난 달 다른 부서로 조직 내 인사이동을 한 동료와 근황토크 겸 콜 약속을 잡아두었다. 여기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한다.

남은 오늘 오후와 내일 하루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며 마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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