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02.02.2021


2월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프로젝트팀은 한결 더 분주해졌다.
여러 국가들에 론칭하는 프로젝트 롤아웃 활동들이 보다 활발해졌다.

적어도 6월달 정도 까지는 유럽의 두 나라들이고, 그와 맞물러 다음타자가 될 미주지역의 국가들도 컨텍을 시작하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프로젝트 세션 일정들이 발송되었다.
그것은 코디네이팅을 하는 내 몫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오직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수신자 목록에 기입하고 그리고 그런 일정들을 보내는 것이다.

그와 맞물려, 2021년도 프로젝트 롤아웃 예산 트래킹을 위한 엑셀 스프레드시트 작업도 하였다.
작년도에 쓰던 것에서 이런 저런 변경을 조금 해 주면 되긴 했지만 예산 규모는 훨씬 달라졌다. 사실 예산이라는 것이 대부분 다 인건비다.


오늘은 오후에 잠시 짬을 내어 2주 전부터 일정을 잡아놓은 은행에 다녀왔다.
사실 퇴사를 하게 될지도 모르니 올해부터라도 조금 더 바짝 목돈을 쟁여두고자 서브어카운트를 하나 더 트려고 했는데, 은행원이 상담을 통해 개설을 해 줄 수 있다고 하여 갔던 것이다.

굉장히 앳되어 보이는 상담원이 출입문까지 마중을 나왔더랬다.
그녀와 함께 자리로 가서 상담을 했다. 앞이 뾰족하게 부리처럼 입체적으로 나오는 부직포 마스크를 끼고 그녀와의 사이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보호막까지 쳐진 상태였다. 코로나시대의 은행상담이란..!

사실 은행원 입장에서는 한국이든 외국이든 마찬가지로 상품 한가지라도 더 팔아보려고 애를 쓴다.
이번 경우도 그랬다. 그냥 서브어카운트만 틀어서 돈을 따로 모아두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이자가 없다고 보면 되므로 그냥 묶어놓는 기능밖에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정도는 나도 안다. 이런 국제적인 저금리시대에 은행예금만으로 뭔가 재테크를 해보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이나라 기준으로 나름 "적금"같은 컨셉에 드는 주택구매융자를 위한 저축상품에 가입하길 권했다. 처음에는 전혀 생각이 없었으나 그래도 월 한화로 10만원 정도는 다달이 이런 상품에 가입해두면 그래도 일반 예금이자보다는 매해 이자율이 적용되면서 돈이 조금이라도 불어 날 가망이 있으며, 나중에 정말로 주택구매를 위하여 은행융자를 받게 될 시에 혜택을 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일반 분산예금용 서브어카운트 한개와 이 주택융자저축상품 어카운트 한개를 같이 텄고 서브어카운트는 매달 내가 자율적으로 돈을 넣는 것으로 우선은 해 두었다. 한 몇달 해보다보면 평균 금액이 서면 그때 자동이체로 고정금액을 설정하고자 한다. 한화로 약 300만원 정도만 우선 그쪽으로 이체 해 두었다. 입금은 자유롭지만 출금은 지점을 방문하여 해야한다고 하니 길게보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괜히 출금까지 자유로운 것으로 하였다가는 슬그마니 이 주머니에도 손을 대고 말 것 같기 때문이다.

8월달까지 악착같이 해서 천만원 정도.. 적어도 800-900만원 정도라도 알차게 더 모아 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식을 하는 것은 잠깐 더 보류하기로 했다. 

은행원과 상담을 하면서 더더욱 절실히 현실을 깨달았다.
그동안은 영주권을 받는 것만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으며 매달 매달, 매해 매해 살아남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한달 벌어 한달 써대기 바빴으니 야무지게 저축을 하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다시 마주했다.
차라리 매해 돈이라도 차곡차곡 모았더라면 지금쯤 되어서 꽤나 마음이 든든했을텐데 지난 세월동안은 아무리 저축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되는대로 써대느라, 사실 그 소비행위를 통해 이런 저런 스트레스들을 풀어가며 살아 온 것 같다.

상담원 왈 특히 주택융자용 저축상품의 경우 대부분의 회사들에서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매달 어느정도는 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평소에 이쪽으로 전혀 관심이 없다보니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이런 것을 해주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사실 올해안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회사에게 지원을 해달라고 말하기는 좀 그런 것 같다고 말은 해 두었다. 마지막에 각종 서명한 서류들의 사본을 챙겨주며 그녀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회사에 이 관련 연락을 해 볼 수도 있을 때를 대비해서 회사에 보내야 하는 서류양식도 한 부는 뽑아주겠다고 하였다.

내가 아직도 확고하게 퇴사를 할 것이라는 결심이 서 보이지 않아서였을까.

 



내 생계유지를 위한 돈나오고 쌀나오는 유일한 창구인 현재의 직장.
여기서 주는 돈을 받아먹고 살아가는 생활을 나는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하게될까.
직장을 감사히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오로지 한 군데에 목 매달 수 밖에 없는 지금의 나 자신이 사실 좀 못마땅하긴 하다. 여전히.. 그러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