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11.04.2021

 

http://naver.me/FS6gOFCM

 

[퇴사고민] | D-18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BY Birkenwald]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11.04.2021 ...

m.post.naver.com

https://blog.naver.com/whiska/222306836504

 

[퇴사고민] | D-18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11.04.2021주말이 지나간다.일...

blog.naver.com

 


주말이 지나간다.

일요일 밤, 현지시각은 열시 사십오분.

지난 주 금요일 아침에 상사와 짧은 통화를 했다.

드디어 급여인상 컨펌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상사는 힘주어 말했다.

보통 2-3프로 정도밖에 인상 안되는데

너는 특별히 6프로나 인상 될 예정이야.

 

6프로라...!

그렇구나. 기어이 연봉이 인상이 되기는 될 모양이구나.

몇년 전에 한 번 2프로인가 그렇게 물가상승률에 맞춰서 오른 것 이후로 급여가 인상 된 적은 없었다. 그마저도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떼어가는 이 나라의 특성상 세후 금액으로 보자면 별로 체감도 안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상사가 "너는 그동안 너무 연봉이 안올랐으니 특별히 올려준" 그 6프로의 인상율을 적용해보자면... 사실 그렇다해도 세후로는 한화로 치면 십몇만원 정도 더 오르는 정도이다.

그래, 그 십몇만원이 어디냐만은. 그렇게 겨우 특별히 오르는것도 직장을 이직해서 연봉을 아예 처음부터 싹 갈아엎고 확 인상해서 가지 않는 한, 같은 조직 내에서는 6프로가 한계구나 싶었다.

사실 감사했다. 그래도 나를 좋게 봐주어 연봉을 올려 줄 생각을 해 주었다는 것이 고맙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퇴사를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졌다.

어제는 우편함을 열어봤더니 회사 인사부에서 보낸 편지가 들어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2020년도 보너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번 달 월급날에 맞춰서 그 보너스가 들어온다. 내가 어제 때려치울까 오늘 때려치울까 하면서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그래도 보너스받고 현재 직급 근속기간 무조건 풀로 2년 채우는 2021년 4월말까지 기다릴거라고 했던 그 시간이 다가오고 그사이 보너스도 확정이 났다.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받아 챙겨서 나갈거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의 알량함과 옹졸함에 넌덜머리가 난다.


사실 나갈 때 나가더라도 스스로와 했던 약속이 있었다.

절대로 상황이 불리하거나 안좋아졌을 때, 내가 화가 나 있을 때 나가지 않기로 말이다.

제일 이상적인 것은 박수 칠 때 나가는 것이겠지만, 박수받고 각광받는 것 까지 아니더라도 우선은 어느정도 평가도 괜찮고 인정 받았을 때 나갈 수 있는 것,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부정적인 부분들에 줄곧 관심을 할애 해 왔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죄다 내가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이뤘다.

1. 한국계 회사, 교민사회를 벗어나서 현지회사 그것도 현지 굴지의 대기업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한 경험

 

2.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든 작금, 가장 전망 좋다는 IT부서로 옮겨 올 수 있었음

 

3. 한 조직 내에서 3개의 서로 다른 팀에서 지내며 근무기간 내 조직에 대한 시각을 다양화, 다각화 할 수 있었음

 

4. 프로젝트매니지먼트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경험 할 수 있었음

 

5. 지금껏 거쳐온 일들을 통하여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랑 어째서 안맞고 어긋나고 힘들고 괴로웠는지가 명확해졌음

 

6. 이 세개의 팀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제일 국적 구성이 다양한 팀에서 근무 해 볼 수 있었음

 

7. 프로젝트 관련해서 팀원들과 출장도 비록 같은 나라이긴 했지만 2번이나 다녀올 수 있었음

 

8. 업무평가시 늘 개인 목표달성은 100프로를 넘기며 좋은 평가를 받았음

 

9. 작년 연말에는 연봉인상 동결로 인해 임금 인상이 안 된 대신에 열심히 일한 대가로 특별 보너스를 지급받았음

 

10. 올해에는 대부분 물가상승률에 따른 2퍼센트 정도의 연봉인상만을 받는데 특별히 더 많은 퍼센트로 드디어 급여가 올라가는 것도 경험하게 됨

 

이만하면 되었다.

정말로 분에 넘치게 많이 경험하고 많이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

안좋았고 서러웠고 내게 불리했고 슬펐고 분노했던 부분들을 다 걷어내고 보니 내가 그동안 꽤 많이 발전 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실 어떻게하면 퇴사 이야기를 잘 하고 최대한 퇴사 사유에 대해 가타부타 왈가왈부 없이 깔끔하고 멋지게 영광스럽게 나올 수 있을까를 놓고 여전히 고민중이다.

그 가운데 많이 의지하고 배울점 많은 지인분이 내게 이런 조언을 해 주었다.

비록 나를 조금 낮추는 듯 보이더라도 그들을 높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해주고 나오면 어떨까요?

나는 어떻게하면 거짓말 안하고 최대한 솔직하게 말할까를 놓고 고민했었다. 다른 핑계 대면서 나가면 정직하지 못한거니 내가 어째서 구체적으로 어떤게 도저히 안되어서 연봉도 올려주겠다고 하는 마당에 기어이 나가겠다고 하는지에대해 또 구구절절 다 읊을 생각을 했었다. 오직 나만을 생각한것이다. 나혼자 정직하겠다고, 나혼자 정당하겠다고.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나의 정직함 솔직함에서 했던 진실이 정작 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수도 있고 되려 그로인해 그들이 상처를 입거나 더 고까운 마음으로 나를 마지막까지 안좋게 기억하게 될수도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었다.

그들을 높여주는 방식으로는, 일단 그들의 입장에서 수긍하기 좋게 선한 의도를 가지고 누가 들어도 상황과 맥락을 생각 해 봤을 때 이해하기 쉬운 이유를 말해보는 게 어떻겠어요?

진실여부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들이라면 어떤 말을 들었을때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렇게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겠다는 나의 의사표현을 그래도 수긍할 수 있을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조언.

어차피 내가 생각하는 방식, 나의 성향, 특히 직장생활 조직생활 하면서 자꾸만 어긋났던 부분들을 계속 조직생활 직장생활만을 해온 사람들에게 곧이곧대로 말한다 한들 결국 더 손해보는 쪽은 내가 될수도 있다는 말.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그동안 잘해주었던 점들에 대해 충분히 피력해주고 감사를 표해주고 최대한 나이스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방향으로 놓고 생각해볼 것. 나를 낮춘다는 것은 저자세로 나가듯이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내 욕망, 내가 생각하기에 옳다고 믿는 것들을 잠시 양보하고 거기서 한 발 물러나서 조금 더 서로에게 win-win 될 수 있고 여러가지 충격들을 완화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서 최대한 지혜롭게 처신하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일 짜증났던 것은 노티스 기간이 3개월인데 마지막 남은 한달 휴가처리 안되면 어쩌지 하면서 또 시나리오 틀어질까봐 불안해하는 마음이 가시지 않는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서도 그분이 이렇게 말해주셨다.

우리가 참 많은 것들을 컨트롤하고 싶어하죠. 특히 시간에 대해서 심해요. 그런데 우리가 당장 우리 목숨도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지 전혀 알 수 없고, 하느님께서 마음만 먹으면 한번에 모든 것을 다 끝내실 수도 있는데 계속해서 매일 매일 우리 새로운 시간을 얻어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사실 굉장히 적고 우리가 손 댈 수 있는 시간도 너무 제한적이에요. 그 마지막 한 달 어떻게 될까 말까를 놓고 지금 고민하는 것도 어찌보면 굉장히 부질 없는 일일수도 있어요. 하루 하루 주어진 시간을 최선 다해서 살아가다보면 미래의 시간들에 대해서 그 시간을 주관하시는 분이 다 알아서 가장 좋은 방식으로 처리 하실거에요.

여기에서 나는 항복하고 말았다.

내가 얼마나 모든 것을 다 손아귀에 쥐고서 전전긍긍하며 내 마음대로 뜻대로 하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는지가 드러났다. 어쩌면 같은 말을 해도 저렇게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너무너무 고마웠다. 나라면 누군가에게 그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저정도로 말 해 줄 수 없었을 것 같다.

'내가 또 지금 영역을 침해하려고 하고 있구나.'

'내가 내 직분에 충실하지 못하고 남의 직분을 넘보면서 그것을 내 것인냥 마음대로 처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돌아와서 최대한 충실하게 지혜롭게 주어진 시간들을 보내도록 해보자.'

이제서야 겨우 마음이 여기까지 정리가 된다.

다시 맞이할 월요일을 앞두고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한 주를 임해야 할지 그리고 그에 필요한 지혜를 구해야겠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길은 너무나도 어렵다.

한고비씩 넘겨가면서 나무에 테가 늘어나듯이 내 지혜의 테도 점점 늘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 복음 18장 14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