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5.01.2021

 



월요일이다.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이쯤되고보면, 불면증은 이미 내 삶 속에 고착화 되었기 때문에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그래도 잠을 통 이루지 못하고 맞이하는 날, 특히 그 날이 월요일인 경우라면 괜시리 짜증이 솟구친다.

월요일치고는 조용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방금 전 또 치닥거리를 내포하고 있는 메일이 하나 들어왔다.
왠지 불안이 엄습한다.
외주 컨설턴트가 현재 개인 피씨로 이 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하는데 VPN을 설치해야하는데 어디에 들어가야하는지 모르겠단다. 그런데 말이지, 왜인지 말이지.. 이 컨설턴트에게 회사 랩톱을 발송해주는 일을 덤으로 하게 될지도 모를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다.

대체로 이런것이다.
거의 2년동안 이 프로젝트에 있는 동안에 나는 뭘 배웠지?
프로젝트팀 컨설턴트들에게 랩톱 어레인지해주고 회사 메일 계정 터주는거 어시스트 해주는거?
그걸 과연 이력서에 한줄로 적을수나 있을까?

이게 다 내가 기술이 없고 필살기가 없고 다 내가 무식하고 못나서 그런거라는 식으로 번번이 귀결되었고 그럴때마다 과연 나는 이 나라에서, 아니 그게 어느 나라가 되었건 가서 뭔가 비전있고 경쟁력있는 사람으로 직업활동을 해 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만이 든다.

오늘은 월요일부터, 그냥 마음 먹었던 것처럼 4월달에 보너스 받고 5월에 사표써서 노티스기간 3개월 채워주고 못해도 여름을 기점으로 나가는 시나리오로 굳혀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이 시국에 잡이 있음에 감사해야하지만 차라리 이 돈 안받는대신 이 일 안하고 당분간 가진 돈 쓰면서, 실업급여 신청해서 연명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게 사람이 한번 쪼달리는 마인드를 가지기 시작하면 영원히 쪼달릴 것만 같다.

 

그래도 내게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안도가 있다면 그것은 내가 작년부로 영주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업선택에 있어서 아주 유동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내 손에 쥐고있는 유일한 패다.

대안적인 일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뭐 더러 검색해보니 나오기는 한다만 하나같이 어딘지 참 허접스럽다. 그래서 사기는 아닐까 싶어 선뜻 시작을 못하겠다.

그러다보니 더욱 더 마음이 졸아들게된다.
호기롭게 사표를 냈다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될때까지도 손가락만 빨면서 앉아있게되면 어쩌나.



1. 온라인 서베이: 건당 아주 아주 소액의 돈이나 무슨 쿠폰 같은 것을 지급하는 온라인 서베이 업체들이 많긴 하다. 나도 몇 개 들어가서 해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어느 세월에 단돈 한화로 1000원이라도 모아보겠나 싶더라. 계속 똑같은 질문, 유사한 질문들의 반복이다. 아닌가? 내가 별로 좋은 서베이 사이트를 못찾아서 그런가? 아무튼, 찾는다 할지라도 왠지 이런거는 입에 풀칠도 못할 시간낭비같다.

2. 기타 경력직 remote 포지션들: again! 경력직이다. 즉, 자기 분야의 기술이 뚜렷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나같은 커리어 거지는 이런 금싸라기 일을 할 수 없다. 왜냐고? 그동안 내세울만한 기술을 못익히고 잡무나 뭐 좀 나름대로 주도적으로 해본 일들도 이런 포지션들이 원하는 강력한 hard skill을 바탕으로 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눈물만이 앞을 가린다.

3. 주식투자: 우선 주식거래 계좌 신청을 해 놓기는 했다만 한국에서도 안해본 주식거래를 여기서 주기적으로 어느정도 금액을 투자해 가며 할 자신이 없다. 이건 내가 너무 경험이 없기에 일단은 보류다.

4. 건물 세 주고 임대료 받기: 내 집도 살 돈이 없어서 세를 사는 주제에 무슨 언감생심 임대료를 받을 건물을 소유하겠는가.

5. 데이터 앤트리: 이런게 꽤 괜찮다고는 들었다. 물론 한달치 생활비를 고스란히 다 벌기는 무리겠다만, 그래도 어느정도 용돈은 할 수 있다던데 문제는 꽤 괜찮다고 알려지다보니 은근 경쟁이 있는지, 서로 알음알음으로만 소개해서 연결해주는지 도통 공고를 찾을수가 없다.

그밖에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광고 수익을 얻어라는 등,  틈새를 공략한 주재를 정해서 돈벌기용 블로그 활동을 해서 수익을 얻는 방법이 있다는 등 패시브 인컴 모델 이 인기를 얻고는 있지만, 틈새라는 것이 대체 뭐가 될만한지도 기준이 모호한 상태이다.

 



이러다보니 뚜렷한 대안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말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넓은 세상에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온라인 집약적인 시대에 접어들었다고들 하는데 이토록이나 생계유지 수단이 한정적이라니.

과연 나는 대안을 못찾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스라히 소멸할 것인가?

무슨 세상이 이렇게 단일 가능성만이 존재하는가?
생존을 위해서는 좀더 다양한 가능성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단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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