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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EPILOGUE 3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BY Birkenwald]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30.0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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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EPILOGUE 3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30.06.2021 또 한 달이 지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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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30.06.2021


또 한 달이 지나간다.

6월의 끝이다.

그 사이 여름이 내려앉았다.

또, 그 사이 나는 코로나 백신 1차 접종도 마쳤다.

끝을 향하기로 마음을 먹어서였을까?

왠지 그동안 지은 모든 것들의 과보를 돌려받는 것 같은 힘든 한 달이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기어이 나는 감행하기로 했다.

기어이 말이다.

마침내.

드디어.


결말

끝내 결말은 내려졌다.

지난 주 월요일 오전, 나는 상사에게 1:1 대화 요청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퇴사의사를 말했다.

뭐라고 말할까, 어떻게 시작할까를 놓고 나는 그 전날인 일요일 저녁을 안절부절 못하는 불안정한 상태로 보내었다. 평소에 늘 지혜로운 조언을 해 주던 지인 두명과 각각 저녁나절에 연락이 닿아서 그들과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코칭/멘토링권을 신청하여 이메일 상담 코칭을 받을 수 있었던 멘토 분께도 조언을 받을 수 있었고 그날 밤에는 온라인 심리상담도 한 회차 신청하여 담당 상담사님과 같이 마음 및 생각 정리를 하고 롤플레이도 해 볼 수 있었다.

상사는 역시 상사였다.

내가 이 회사를 떠나게되고 많은 세월이 흐른다 하더라도 나는 이 상사를 아주 오래 기억할 것 같다.

그동안 만나온 어떤 상사들 보다도 정말로 상사같은 상사였다. 그의 고도로 훈련되어 세련되고 젠틀한 외교적 화법은 가히 일품이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저렇게 대응 할 수 있구나.

내가 다녔던 한국 회사의 상사들이었다면 아마 그자리에서 내 인격을 까버릴 다양한 말들로 장전한 바주카포를 얼굴 앞에서 날려버려서 나를 어떻게든 보내버릴 수 있었을 텐데.

그의 인격에 감사를 표한다.

결국 도저히 싫어서 떠나겠다는 말을 돌리고 포장해서 것도 사전에 연습에 연습을 해서 말하고 있는 부하직원을 보면서 그는 어떤 생각이 들었겠는가.

그런데 이제 일이 다 치뤄지고 생각해보니, 이게 이렇게까지 불안해하고 영화 시나리오 집필하듯이 대본을 적어서 상황극을 연습할만한 일이었을까 싶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이 일에 심적으로 많이 끄달렸을까를 두고 성찰 해 보았는데, 이건 아무래도 내 마음에 남은 죄책감이라면 죄책감같은,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같은, 실망감이라면 실망감 같은 그 모든 찌끄러기같은 감정들이 작용한 결과인 것 같다.

그런 찌끄러기들로 꽉 막힌 하수구를 뻥 뚫어주기 위하여 나는 손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세제를 들이붓고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가 다시 쏴아-- 물을 틀어 다 흘려보내주는 그런 일을 앞두고 있었던 것 같다.

막상 하수구를 뚫기로 해서 첫 관문은 지났는데 아직 완전히 다 마무리 지어지기 전까지 남은 작업을 계속해서 해 나가야 한다.


구두 협의

우선은 직속상사와 구두로 협의를 했다.

8월과 12월에 신청해 두고 있었던 총 22일의 휴가를 취소하고 10월 한달에 쓰는 것으로 한 채, 3개월 노티스 기간은 7,8,9월로 하고 10월은 휴가처리로 하여 공식적으로 10월 31일부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러면 6월중 퇴사해서 9월까지 노티스 후 10월 휴가처리를 하기보다는 그냥 지금은 구두로 상호 협의하고 7월 초에 사직서를 내는 것으로 해서 8,9,10월 3개월 노티스를 갖는 것으로 하자, 그 중에서 마지막달인 10월 한 달은 부서 내부적으로 휴가로 처리하는 식으로 하기로 하자 까지가 이 협의의 골자였다.

지금 생각으로는 내주 금요일 오후에 사직서를 상사에게 보내주려고 한다. 그럼 상사가 그 뒤에 있을 공식적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하였다.


심경

놀랍도록 차분했다.

이렇게 차분해도 될까.

그렇게 남의 눈치에 전전긍긍하던 내가 이렇게 얼굴이 두꺼워질수도 있는 걸까. 남이사 뭐라고 생각하던지 말던지 이런 식의 배짱은 대체 어디 숨겨져 있다가 이제서야 나온 걸까.

사실 퇴사 통보 직전 1주일간은 매일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채로 온 몸의 진액이 다 빠져나간 상태로 하루를 시작했다. 얼굴 피부도 안좋아져서 트러블도 많이 올라온 상태였다. 그런데 상사에게 퇴사 의사를 이야기하고 난 바로 그 다음날부터 잘때 식은땀 나는 도한증 증세와 얼굴 트러블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나라는 인간의 극에달한 단순성에 살짝 치가 떨리기도 했다. 이렇게 한 번 싫은 건 죽어라 싫고 싫은 건 무조건 해결을 봐야지만이 마음에 평안을 얻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옵션은 존재치 않으며.. 똥고집 외곬수 흑백논리 모 아니면 도... 나라는 인간의 인간성을 다시 한 번 재점검 했을 뿐이었다.


이제 한 고비를 넘고

퇴사 통보를 앞두고 서울에 있는 가족과 영상통화를 했을 때의 일이다.

엄마는 그때 나에게 퇴사통보를 하고 퇴사하고 나오는 것은 앞으로 있을 일들 중 가장 간단한 일일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정말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이렇게 한 고비를 겨우 넘겼지만 아직 나는 어마어마하게 남은 노티스기간을 오롯이 채워나가야한다. 아직까지는 상사와 프로젝트 매니저만이 알고있는데 또 모를 일이지. 그들이 그사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말했을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노티스기간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생겨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완전히 회사와 정리되고 난 가을~초겨울 무렵부터 앞으로 쭈욱 나는 어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는 게 좋을지, 지금 구상중인 것들을 하나씩 타진해 보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 들어갈 예상 비용들 등을 야무지게 따져보는 작업만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칫 나태해지기 쉬울테니 마음가짐도 잘 단속 해야 할 터다.

우선, 한국의 가족들이 나의 선택에 비난이나 어떤 평가를 하지 않고 내 편에 서서 지지 해 준 것이 너무 고맙다. 그리고 퇴사통보 하루 전날 내 메시지를 받고 짬을 내어 통화 해 준 내 삶의 멘토같은 지인들, 온라인 코칭으로 만나게 된 코치님, 그리고 오랜기간 함께 상담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데 도움을 주고 계시는 상담사선생님.. 옆에서 묵묵히 토달지 않고 내 선택을 존중해 준 남자친구.

모두 너무 감사하다.


원인과 결과: 호오포노포노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의 법칙이 적용된다.

원인과 결과.

인풋과 아웃풋.

원인이 되는 사건을 지은 사람도, 그로 인한 결과가 되는 일에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도 결국에는 모두 나 자신이다.

이 모든 일들은 누구때문에 일어난 일인가? 누가 초래했는가?

그 일들로 인한 결과는 누가 책임을 지는가?

그 누구는 누구인가?

그게 나라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길래, 나는 누구이길래 이런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가?

그로 인해 이런 일들을 지어내게 되었는가?

그로 인해 어떤 책임을 지게 될 것인가?

어떤 값을 지불하게 될 것인가?

호오 포노포노는 하와이 섬의 원주민들에게 예로부터 내려오던 치유기법이라고 한다.

호오(ho)란 방법을 뜻한다 하고 포노포노(pono pono)란 완벽, 완전무결함이라고 한다.

즉,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 완전무결을 목표로 갈등을 치유하는 법이다.

삶에서 갈등이나 고통이 생기면 치유사는 갈등의 원인이 되는 마음을 정화하게 했다고 한다. 그때 그 마음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용서를 청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미안합니다."

"용서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지난 모든 일들과 그 일들을 지나오는 가운데 맺어진 인연들.

어긋나버린 관계들.

빗겨나간 일들.

떠나온 자리들.

모두.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서 용서를 청하고 또 애정어린 마음을 품고자 한다.

그들에게 이 마음이 전해질지, 또 이 마음을 먹고자 하는 내가 중간 중간 솟구치는 아집으로 인하여 또 이기심의 공격을 받기도 하겠지.


에필로그

이로써 3회까지 늘이고 늘린 지루한 장마같은 에필로그도 끝이다.

완결이라는 의미를 이미 가지고 있는 에필로그를 가지고도 질질 끌어왔었는데 이제 정말로 종결이다.

이 시국에, 외국에서 살면서 한 번도 환승이직이 아닌 퇴사가 없었던 나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다음 행선지 없는 퇴사를 감행한다.

때는 여전히 역병의 기세가 사그라들지 않은 코로나 시국 2년차이다.

나는 꼴통에 똥고집쟁이에 외곬수에 자기만의 세계가 강하고 이기적이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많은 요소들을 가졌으며 그것을 고치려고 할수록 더욱 망가졌고 그럴수록 더욱 분노했다. 그래서 이제는 기존과는 다르게 접근 해 보고자 한다.

고치려고 하지말고 받아들여보자.

상황은 그 어느때보다 더 나을 것 없다지만, 또 그 어느때보다 더 나쁠 것도 없다.

내 삶은 아직 건재한듯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자기 기만을 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미움받을 용기도 장착하고 외로울 각오도 하고 하지만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힘내어 살아가 보기로 했다.

그러기로 했는데, 지금 이 시국이 어떤 시국인 것은, 지금 이곳이 외국인 것도 그 무엇도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그토록 불안에 떨며 공포감을 느꼈던 걱정들도, 내가 이렇게 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굳게 믿어온 이상적인 환경에 대한 상상도 모두 허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여기서 일하면, 이런 일을 하면, 누구를 만나면, 어디를 가면 그럴 듯 해 보일 것 같으니까 억지로 끼워맞춰서 그 논리를 신념처럼 붙들고 사는 것은 퇴사를 함과 동시에 그만두는 것으로 하자.

가슴 속에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이나 소망을 품을 수 있겠지만, 허상을 붙들고 허우적거리지 않고 현재를 살아야겠다.

어디에서든, 어느 때이든, 무엇을 하든, 지금 여기에서.

불확실하고 두려워지더라도.

나 자신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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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23.04.2021​종종 헤드헌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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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3.04.2021


 

종종 헤드헌터들에게 메시지가 온다.

그럴때마다 일순간 잠시 두근거리다가 그들이 보내온 내용을 읽어보면, 나와 해당사항 없는 포지션들인 경우가 많아서 다시 설렘이 사라져버리곤 한다.

몇번은 그런식으로 연락 온 헤드헌터들과 통화를 해본 적도 있었고, 그들이 소개해 준 포지션에 실재로 지원을 해서 해당 회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잘 안되었다. 그냥 내가 그 포지션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또 그럼과 동시에 그 포지션이 나에게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새로 지원을 해보려고 채용공고들을 두루 살펴보아도 아무리 아무리 제일 마지막 페이지까지 찾아보아도, 그럴듯하고 좋아보이는 자리들은 많고 많지만 지원하고 싶은 일자리는 하나도 없다는 것만을 확인했다. 언제나 자기비난만을 해왔던 과거의 나는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자책을 해왔다.

이건 다 네가 아직 배가 덜고파서 그래.

네가 아직 덜 아쉬워봐서 그래.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넌 왜이렇게 현실감각이 없냐.

네가 지원하고 싶은게 없는게 아니라 저사람들이 너를 뽑기

싫어하는거라는 걸 모르냐?

넌 정말 노답이야. 노답인생.

넌 정말 꼴통이야.

이 등신.

저능아.

네가 이러니까 맨날 직장생활을 못하지.

너같은거 뽑는 직장이 불쌍한거야.

그동안 너때문에 네 동료들과 상사들이 얼마나 싫었겠냐?

넌 쓸모없어.

방구석에서 백수로 늙든 말든 너 알아서 해.

무책임한 인간 같으니라구.

...

...

...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런데 자책을 멈추고 판단중지를 연습해보려고 노력중인 요즘은 좀 다르게 생각해보고싶다.

 

그동안 이런 일들의 이런 점들이 계속 안맞았는데 그 이유는 뭐였을까?

그 이유를 찾았다면, 그게 이 일들을 하면서 개선이 가능한 일일까?

아니라면, 어떤 일들을 하면 그런 점들을 보완 할 수 있을까?

그런 일들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뭐가 있을까?

그 중에서 지금부터라도 시작 해 볼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그래도 안맞으면 어쩌지?

그래도 그럼 그거 선택지에서 지우거나 아니면 잠시 보류해 두고, 계속 다른 것들도 찾아나서보자.

모든 것은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니 설령 그게 생각과 다르게 나오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그걸 통해서 뭔가

하나 더 배웠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나아가자.

그리고 계속해서 자책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되물어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내가 저런 자책들을 타인에게까지 죄다 쏟아내면서 자기 학대를 온 동네방네 공연하고 전시했었고 그때마다 타인들이 어쩔줄 몰라하며 나에게 해주었던 말들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그들의 말은 가슴에 하나도 와닿지않았다. 특히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라는 말. 그런 말은 씨알조차 먹히지 않았다.

그랬었던 내가 이제는 달라지기로 결심한 만큼, 진정으로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되묻고 싶어졌다. 이제서야 비로소.. 진짜 회심이 이루어졌다. 마음을 돌려세우고, 내게 묻는다.

 

그렇게 안맞아하고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라도 유지해 온 것만으로도 스스로 자부심 가져 볼 수는 없는걸까?

그때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라서 그런 일을 그렇게 했었던 것이지 않을까?

지금 알게 된 것들은 그때는 몰랐으니까, 대신 그때 그런 일들을 겪어와서 지금 이렇게 생각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다행스럽지 않아?

 


 

그 일환으로 나는 내가 지금 내 선에서 해 볼 수 있는 것 하나를 작게나마 찾아서 해보기로 하였다.

대단한 것은 아니라지만, 직장을 그만두려고 설정한 퇴사 유예기간도 이제 거의 다 만료되어가는 시점에서, 그래도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것 하나를 실행해보고자 하였다.

어찌어찌하다보니 IT부서로 오게되었고 그 중에서도 IT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경험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고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존에 잘 알려진 클래식한 Waterfall 모델의 프로젝트 프로세스는 이미 몇년 전 교육을 받고 자격증도 하나 가지고 있고 실제로 워터폴 모델의 프로젝트들로 일 해 보았다. 하지만 정말 테크니컬한 IT분야에서는 클래식한 모델 보다는 보다 빠르고 언제나 변화하고 시간이 지남에따라 점점 확장되고 수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애자일(agile)한 프로세스로 일을 하고 있다.

하여 생각해 낸 것은 Agile Product Development 를 매니징하는 프레임워크인 스크럼 (Scrum) 프로세스를 공부해보고 하는김에 자격증까지 하나를 따보기로 하였다. 스크럼 자격증은 이미 여러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Professional Scrum Master I (PSM I) 이라는 자격증을 목표로 일주일 남짓 인텐시브하게 준비를 해보기로 했다.

바이블이라고 불리우는 <Scrum Guide> 라는 14페이지 정도되는 개념서를 보고 또 무료로 구할 수 있는 스크럼 설명서 같은 리소스들도 구해서 읽고 기출문제들도 계속해서 풀어나갔다. 그리고 감을 찾기 위해 화요일 저녁에 응시한 첫 시험에서 합격 커트라인 85% 중 83.5%, 즉 1문제를 더 틀리는 바람에 패스하지 못하였다. 생각보다 편하게 응시할 수 있고 아주 난이도가 어려운 시험이 아니라 해서 잔꾀를 써서 문제만 달달 외우는 식으로 공부했던 것이 결정적인 실패 요인이었다.

그래서 이틀간 좀더 튜토리얼 영상도 보고 개념서를 한번 더 정독하고 약한 문제들 위주로 보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다. 그 결과 다시 응시했을 때 90% 로 합격할 수 있었다. 여전히 만점은 받지 못하였지만 지난 번 시험때 약했던 부분들은 큰폭으로 보완 된 것이 보였다.

내가 스크럼마스터로 일을 할 것도 아니고 프로덕트 오너가 될 것도 아니라지만, 추후 IT 테크 분야로 관련 기술을 배워서 진출 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이고, 사람일은 어찌 될지 모르니 배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런 작은 성취경험 하나하나가 쌓여서 자기 비난을 그만두고 조금 더 생산적이고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려서 방향을 틀어가는게 중요하다.

클래식한 워터폴 모델과 애자일한 스크럼 방식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두개 다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all-rounded project management knowledge 를 가졌다고 스스로를 마케팅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스크럼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 프로세스가 (물론 현실에서는 교과서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들도 많을 것이다) 생각을 명료하고 간단하게 해서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도록 설계되었고, 팀원간의 수평적이고 원활한 피드백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모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점이 중요하다. 막상 내가 추후에 조금 더 테크니컬한 일을 하게 된다고 할 시에 그 분야가 대체로 어떤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는지를 미리 아는 것은 도움이 되는 일이다. 제아무리 각종 신기술들을 배우고 마스터해서 취업을 했다고 한들, 막상 마주한 현실 속에서 해당 분야의 사람들이 어떤 멘탈리티로 일하고 어떤 프로세스로 일하는지에 대한 사전 이해 없이 덤벼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앞으로도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잘 되지 않고 생각보다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고 이게 맞나 틀리나 자꾸 의심이 드는 순간이 찾아 올 것이다. 그때마다 다시 과거의 자책하고 비난하면서 이도저도 안되는 어둠의 수렁으로 빠지지 않고 다시 솟아오르도록 늘 깨어있으면서 의식적으로 삶을 살아가야겠다.

벌써 이 다음으로는 어떤 것들을 찾아서 해볼지 검색도 해 볼 수 있게 되었고 계획도 그에 맞춰서 조금씩 구체화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이 페이스대로라면 이번달이 지나고 언제 퇴사를 통보하고 인수인계 기간을 거치더라도 그와 평행선상에서 나는 나대로 내선에서 준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준비하며 이 시간을 생산적으로 사용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희망을 갖고싶다.

의식적으로 깨어있기.

요즘 하도 화두가 되고 있다는 그 "마인드풀니스", "알아차리기", "끌어당김" 이런 모든 것들이 결국 의식적으로 깨어있으면서 무의식의 악습에 끄달려가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이끌어가라는 말이라는게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내일 또 이런 마음가짐이 무너지고 힘들어진다 하더라도 내일 모레 다시 일어서면서 그렇게 살아가고싶다.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1.0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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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21.04.2021​이제 내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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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그렇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노래를 부르던 4월 말까지 8일 남았다.

미쳤다는 말 밖에는 안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담담하다.

그리고 하나도 미치지 않았다.

마음이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덤덤해진다.

어제 저녁, 빨래를 하려고 세탁기를 설치해둔 지하 세탁실로 내려갔다 오면서 우편함을 체크했다. 두 개의 우편물이 와 있었다. 하나는 상사가 저번에 말한대로 급여인상에 관한 회사 인사부에서 온 우편이었고, 다른 하나는 혹시라도 퇴사 후 어떤 식으로든 자영업을 하게 될 것에 대비하여 시청에 1인사업자 등록을 신청한 것에 대한 등록확인증이었다.

상반되는 성격의 우편물이 들어온 것이다.

내가 떠나려고 하는 일터에서는 급여를 올려주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혹시라도 떠난 뒤에 어떻든 쓰임이 될까봐 신청해 놓은 것도 거절당하지 않고 발급이 된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이런 기분이 들었다.

문은 생각보다 여러개일수있고, 문 하나가 닫히면 또 다른 문도 열릴 수 있고 그 문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할수도 있다는 것. 그 다양성에의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내 머리로는, 내가 여지껏 경험 해 온 것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고 가늠 할 수 없는 것들이 차곡차곡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것 말이다. 하여, 무척 두렵고 불안하지만 내가 2015년도 1월 초에 이민가방과 수트케이스에 배낭을 매고 혈혈단신으로 이 땅에 도착했던 그때만큼 두렵고 불안할까 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마주하게 될 삶 앞에 당당히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떨치지 못했던 생각, 바로 "내가 또 도망치려고 하고 있는 걸까?" 에 대해서도 서서히 결말을 지어야겠다는 그 "결말"에의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내가 마주하기 싫은 불안으로부터 계속 도망쳐왔는데 도망생활중에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한국을 떠나왔듯이, 내가 부모와 형제와 거기서의 모든 생활과 친구들과 모든 것들을 다 뒤로하고 와버린것이, 여기에 와서도 이리저리 표류한것이, 이제 또 부서까지 바꿔가며 4년 반정도를 끈덕지게 버텨온 이 곳을 나가려는 생각을 품는 것이 모두 도망치는 것, 도망의 역사 - 그래, 도망이라면 도망 맞는 것 같다.

이 세상은 도망치는 행위를 싫어한다.

도망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고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이고 그것은 미성숙한 것이며 끈기없고 형편없는 것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는것이 싫어서 더욱 더 회피에 회피만을 거듭 해 온 것 같다.

내가 도망치려고 해 왔던 것은, 결국 그런 내면의 수치감을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달아나려고 했던 것 같다. 나를 상처준 사람들,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들, 그런 일들이 일어났던 장소, 공간들, 내가 거기서 겪었던 암울했던 시간들, 기억들, 그 시간들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 그 감정의 기억들, 내가 주목받고 싶었는데 주목 못받은 것들, 내가 다 컨트롤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들, 나를 우습게 본 사람들, 그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지 못한 무능력했던 나자신, 그렇다고 그 능력치를 막 끌어올려서 출세하고 싶었는데 그럴 노력 기울이지 않았던 스스로의 나태함, 그 숱한 자기 비하, 자괴감, 자책감, 실망감들.

이제 내가 여기서마저도 또 도망치고 나서 무언가 다른, 새로운 것을 하게 되면 거기서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보장 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지금 발 딛은 곳을 떠나서 그 미지의 영역으로 도망을 쳐보고 싶단 말이다. 이것은 심령이 불안한자의 역마살 같은 것일까? 또 그렇다 한들, 그러면 정말로 안되는 걸까?

지금 내가 이렇게 덤덤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덤덤하면 안된다 그래도 된다 이런 법규는 어디에도 없다.

내가 지금 현재 착 가라앉아서 덤덤하면 덤덤한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러는 나에게 대책없이 꼴값 떤다고 할 것이고 더러는 나를 측은하거나 이상한 눈으로 바라 볼 것이다. 더러는 날더러 앞날을 응원한다고 할 것이고 더러는 내가 뭘 하던 말던 아무런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현재 어떤 마음가짐이 드는지, 어떤 상태에 놓이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주체자는 바로 나다.

 


 

근속연수 2년을 꼭 채우는 것이 나는 왜 이토록 힘들었을까, 그리고 왜 그 알량한 2년도 나는 여지껏 제대로 채운 적이 없어서 이제서야 그것을 채워볼것이라고 이토록 생색을 냈던 것일까?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것들을 붙들고서 말이다.

이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할 92일 정도 전에만 해도 나는 여전히 이런 생각을 끊을 수 없는 나 자신을 자책하고 사람들이 이런 나의 성향을 간파했을까봐 전전긍긍하고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이라도 하면서 찌질한 속풀이를 한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지금까지 내 마음을 거쳐갔던 수많은 생각들과 감정들, 수 많은 충동들과 동기들은 다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 그런 감정들 그런 생각들이 들었기 때문에 그것들에 대한 반응으로서 내가 내렸던 모든 행동들(선택, 행위, 말들 등등)이 생겨났던 것이고 그 행동들을 바탕으로 지금껏 겪었던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일들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이렇게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에 이정도로 마음을 정리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든 것들이 다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서 하나의 커다란 테피스트리를 직조해오고 있었다.

그래, 나는 자주 불안했고, 싫은 것들도 많았고 그래서 자주 도망친다.

그렇게 도망쳐온것 치고는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걸 보면 그리 나쁜 도망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나는 더러 도망도 치고 그러면서 살아 갈 것 같다.

인간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지 않나 - 그런 맥락에서 보면 내 이런 성향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더러는 날더러 포기하고 도망치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어떤 말을 듣더라도 내가 내 도망에 떳떳하고 내 도망으로 따르는 모든 결과들을 그 모든 값들을 다 치러내면서 내 삶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누구도 원망않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삶도 그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두고 또 누군가는 어디서 자기합리화냐며 또 비난할지도 모른다.

비난은 내 삶이 지속되는 한 끊이지 않을것이다.

 

나는 결심하기로 했다.

나는, 앞으로, 내 삶에 어떤 상황이 닥치고 내가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되고 어떤 말들을 듣게 되더라도, 심지어 엄청난 비난을 받게된다 하더라도, 나 자신만은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나는 그 모든 상황들에서 무엇이든 한가지 이상은 배워갈것이며 나만의 인생 노하우로 적금들듯이 모아갈 것이다.

그러면 세상을 원망할 것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할 것도, 나보다 잘난 사람 앞에 주눅 들 일도,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 앞에 은근히 우쭐 할 일도, 그런 모든 적나라한 찌질함을 탑제한 나라는 인간을 경멸할 일도 없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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