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8.0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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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32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BY Birkenwald]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28.0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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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32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28.03.20213월 말이다.오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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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이다.

오늘부로 섬머타임이 시작되었다. 한국과의 시차는 7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어제와 오늘은 날이 좋아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날은 추워 아직도 겨울용 비니모자와 경량패딩을 입고 외출했지만 봄꽃들은 탐스럽게 피어나 총천연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벚꽃도 솜사탕처럼 소담스럽게 꽃송이들을 피워내고 있다.

 

이렇게 맞이하는 봄도 벌써 일곱번째이다.

이 긴긴 세월을 이 땅에서 보낸 것이다. 어제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며 올해에는 백신을 맞고서라도 꼭 서울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왠지 지금이 아니라 더 지나서 엄마를 다시 만나면 엄마가 너무 많이 노쇄해져있을 것 같다. 나는 엄마에게 별로 좋은 딸은 못되었지만 엄마는 나에게 언제가 좋은 엄마였는데.

서울에 있었더라면 잠실 석촌호수든 여의도든 벚꽃 흐드러지게 핀 절경을 즐기러 같이 다녔을텐데. 여기로 나오기 바로 직전 해 였던 2014년도에 오빠와 함께 이렇게 벚꽃 피던 무렵 야간개장한 경복궁 구경을 다녀오던 때가 엊그제같다.

 

마음이 약해지려고 그러는지 엄마 오빠 생각이 많이 나는 요즘이다.

 


 

간밤에는 이런 꿈을 꾸었다.

내가 어느 병원에 들어가서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엄마가 모습을 등진채로 누군가를 간호하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엄마, 나 왔어" 그랬는데 엄마가 내 쪽을 한 번 돌아보더니 "응 그래 왔어-" 하고는 계속해서 간호를 하고 있었다. 그 환자가 도대체 누구인가 하고 침상 곁으로 가 내려봤는데 글쎄 그게 바로 나였다. 내가 머리쪽에 부상을 입은채로 누워있었고 담요와 이불로 둘둘 말린채 누워있었다. 약간 모로 누워있는 것 같아서 혹시나 어머 나 무슨 사고를 당해서 누워있는건가 혹시나 다리라도 잃은건가 하고 다가가서 다리부분을 만져보았는데 다리는 그대로 있었다. 순간 나는 안도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옆에 서 있는 나를 두고 엄마는 거기 누워있는 나를 계속 간호하며 내게 어떤 사정으로 내가 이렇게 누워있는지를 말해주었다. 길을 가던 중에 무엇에 부딪치게 되었는데 넘어지면서 머리쪽을 다쳐서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망연자실 간호를 하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과 식물인간이 되어 혼수상태에 놓여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나는 문득 너무 짠한 생각에 눈물이 울컥하고 솟구쳤다.

그때였다. 갑자기 코마 상태에 놓여있던 내가 조금씩 의식을 회복하는 것인지 어딘지 조금 움찔 움찔 하더니 이윽고 눈을 뜨는 것이었다. 그렇게 눈을 뜨고 의식을 회복한 내가 그런 나를 침상 곁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나를 바라고았고 시선이 마주친 가운데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정말로 생생한 꿈이어서 엄마와 영상통화를 할 때에도 엄마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라지만 인터넷 꿈해몽 사이트들을 돌아다녀보아도 딱히 혼수상태 꿈이나 의식회복 꿈에 대한 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구글에 영어로 된 해외 사이트들의 검색 결과를 찾아보았는데 거기서 꿈 해몽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대체로 자기 자신이 코마상태에 놓이는 꿈은 본인이 현실에서 주체적으로 살아 가지 못하고 남에게 의존하고 있거나 무언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고 하고 코마에서 깨어나는 것은 다시 그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 그리고 이전에는 깨닫지 못하던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하였다. 내가 만일 그냥 하염없이 식물인간 상태로만 있는 내용으로 깨어났다면 여간 찜찜하지 않을 수 없었겠으나, 의식이 돌아와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깨어났다는데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 꿈을 꾸고 난 뒤로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알 수 없는 어떤 안도감 같은 것이 든다.

내일부터 부활절 연휴 전 성목요일까지 4일간은 휴가를 냈다.

올해들어 처음으로 쓰는 연차이다. 그리고 성금요일과 그 다음 주 월요일인 부활월요일은 공휴일이다. 그래서 통틀어 일주일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안그랬더라면 번아웃이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휴가 전, 금요일 오후에는 그동안 준비 해 오던 부서 내 프로젝트 매니저들 및 부서원들을 대상으로 기존에 있는 회사 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프로세스를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이 부서에서 주로 다루는 프로젝트들의 성격에 맞도록 제작한 인포매이션 패키지를 전체메일로 퍼블리싱했다. 그 과정에서 상사는 자꾸 전체 팀에게 보내야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그 말인 즉 어쩌면 또 그가 원하는 대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전체 팀 대상으로 하는 트레이닝 세션을 셋업해야할 거 같은 엄청나게 짜증스러운 예감이 몰려왔다. 일단 휴가중에 재충전 하면서, 만일 구태여 구태여 그들에게 트레이닝을 시켜줘야 한다면 설명 해주듯이 트레이닝 해 주고 그걸 내 이번 회사에서의 마지막 legacy로 남긴 채 나오고 싶다.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이고 이게 내가 나가기 전까지 최대한으로 해 주고 갈 내 마지막 과업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점이 클리어해졌다.

이게 내가 남기고 갈 마지막 선물이다.

잘들 있어라. 그대들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

마지막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거 완전 무슨 종말의 때가 왔도다 하는 거 같아서 웃기기도 하다. 그래 차라리 웃고싶다.

7월에 나오나 8월에 나오나 둘 중 하나 일 것 같다.

월급이 오를 수도 있다고 했지만.. 암만 생각해도 이렇게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해주면 그들은 행복하고 그들은 나에게 잘 대해 줄 것이겠지만 내 마음은 계속 불편하고 싫을 것 같은게 뻔하다. 만일 내 마음에 솔직하기 위해서 그들이 원하는 일을 안하겠다고 하면 그들은 나를 싫어할 것이고 더이상 내게 잘 대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가시밭길 걷듯이 지내고싶지 않다. 월급이 인상된다면, 이제는 돈도 더 올려주니 더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쓰고싶어 할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다 따져보아도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이제는 정말로 확실해졌다.

다만 한가지, 월급도 올려주기로 해서 결제 올린 상태인데 왜 그만두냐, 이런식으로 나올 수도 있는데 뭐라고 하면서 거짓말 하지 않고 솔직하되 디플로매틱하게 잘 말하고 나올 수 있느냐 그것을 놓고 고민을 조금 더 해 봐야겠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결별선언일까.

 

 


 

 

잔디밭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드러지게 만개한 수선화들이 내게 얼마나 많은 위안을 주었는지 모른다.

내 인생에도 마치 긴긴 식물인간 상태를 벗어나 이제 스스로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자각하게 되어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고싶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자신이 내린 선택에 따른 결과도 책임감있게 받아들이며 살아나가는 삶이야 말로 어른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아직도 은연중에 대학생같은, 혹은 사회초년생같은 마인드를 가져왔던 것 같다.

그동안은 하기싫은 것은 많은데 해야만하는 것들이 짜증나서 울며겨자먹기로 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그걸 안하고 박차고 나올 용기는 없고, 그러자니 이게 두렵고 저게 두렵고 그래서 불평불만만 하면서 스트레스 받아왔다면 앞으로는 정말 달라져야한다. 그래, 하기싫을 수도 있고 짜증날수도 있어. 그런데 그게 자꾸만 지속된다면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짜증나지 않을 수 있을지 그 대안을 주체적으로 정하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불평불만을 하더라도 잠시 하고 다시 더 많은 에너지를 비축해서 그 대안을 찾고 그것을 실행해가는 데 사용해야한다. 그렇지않으면 계속해서 어린 철부지처럼 불평불만만 늘어놓으며 수틀리면 울음이나 터뜨리는 미성숙한 상태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이제 코마상태는 끝났다.

회복한 의식을 가지고 나는 앞으로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점이다.

아름다운 노란수선화들은 이렇게 만개해서 잔디밭을 가로지른다.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12.03.2021


다시 찾아온 금요일이다.

어제 오후부터 저녁에는 한 차례 감정적 트리거를 당해 불안-초조-우울-비관의 사이클을 차례로 겪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저 금요일이라는 이유로 심기일전 해보려고 하고 있다.

내 5월 중 사표 후 노티스 기간 감안 8월말까지 근무하지만 8월 한 달은 남은 연차를 몰아서 사용하여

garden-leave 형식으로 7월 말까지 근무하고 나머지는 퇴사일까지 휴가처리하려는 계획.

그 시나리오가 흔들리려나 라는 불안감이 조성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번달 말, 즉 3월 말까지 올해동안의 모든 연차계획을 다 입력해서 제출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그냥 그게 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메일에서 내가 아직은 비밀로 부치고 있는 나만의 계획이 틀어질지도 모른다는 그런 이상한 불안감에 휩쌓이고 만 것이다. 그러다가 이런식으로 나올거라면 4월말이고 5월달이고 뭐 기다릴 것도 없이 내일이라도 당장 다 정리하고 나와버리고 싶다는 극단적인 감정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그간 받아온 심리상담의 효과를 보는 것인지,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았다.

이런 패턴들.

과거에도 있지않았던가.

뭔가, 원하는대로 마음먹었던대로 계획이 진행 될 것 같지 않아지면 발동하는 패닉적인 증상들.

이성적인 사고가 위협받고, 불안, 초조, 짜증, 우울, 분노, 비관 으로 발전하는 감정의 곡선들.

그 모든 것의 시발점은 불안. 불안과 두려움이다.

 


 

한 스타트업 기업이 디지털 관련 커리어로 직종 전환을 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받도록 강좌를 만들어서 이수 후 관련 기업으로 취업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SNS 광고를 통해 알게되었다. 거기서 하는 SEO 온라인 마케팅 웨비나를 들었다. 사실 말이 웨비나이지 그렇게 초반에 잠깐 온라인 마케팅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는 나중에는 자신들의 강좌를 들으라는 세일즈 콜인 것이다.

알아두면 좋은 기술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퇴사 후에 업으로 삼기에는 글쎄... 들으면서도 어딘지 설득되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퇴사를 하면 커리어가 망가지는 유형"이라는 한 포스팅을 읽은 적이 있다.

(퇴사하면 커리어가 망가지는 3가지 유형 | 직장in 생활백서 - 사람인 (saramin.co.kr))

퇴사하면 커리어가 망가지는 3가지 유형 | 직장in 생활백서 - 사람인

명확한 이유가 없는데도 충동적으로 퇴사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문제가 벌어집니다. 내 커리어가 걸린 문제인데 설마 경솔하게 선택하는 사람이 있겠느냐 싶겠지만,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저 싫다는 감정에 사로잡혀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혹시라도 본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차분하게 자신을 한 번 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www.saramin.co.kr

거기에 보면 대체로 이런 유형들이 그렇다고 나오는데...

 

불안이 많고 짜증이 많은 성격

사람들을 주도하고 싶지만 막상 나서기는 싫은 성격

공상을 많이하며

막상 주변에 관심이 별로 없고

본인이 그들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성격

등등..

죄다 내 이야기 같다.

그래서 나는 무려 이 시국이라는 시국적 프레임까지 덧쓰고서 퇴사를 하면 그대로 아작이 나고 말 것인가.

어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이 나왔다.

결국 지금 하고 있는 것도 내가 처음에 동의하고 결정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라는 것.

마치 전속 여배우와의 열애로 화제거리가 된 그 모 감독의 영화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때는 그런 줄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지금은 틀렸다고 말하는.


과거에 다니던 한국계 회사에서 당시 상사였던 사람이 했던 말들을 듣고 상처+짜증을 느낀 날 썼던 오래된 내 블로그 포스팅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그사람 입장에서도 이런 내가 얼마나 싫었을까. 그에 비하면 적어도 사람 불러놓고 그런식으로 인신공격하듯이 말하는 문화가 아예 없는 (뭐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다른 방법이 또 있지만) 현지 회사에서는 그나마 내가 이런 성격유형을 하고서 이만큼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렇게 민폐를 끼칠바에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또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그래도 내가 나라까지 바꿔서 살고 있는 마당에, 이대로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말면 너무 슬프지 않겠는가. 하지만 할수만 있다면 세상에 존재하되 또 동시에 존재하지 않듯이 그렇게 살아보고싶기도 하다.

뭐든지 그러려면 뭐니뭐니해도 돈이 필요하다.

존재하지 않듯이 하면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입에 넣어줄 밥을 마련할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이다.

 


금요일이다.

 

한 주 한 주 이렇게 흘러간다.

그렇게 내가 늘 돈 돈 하는 그놈의 그 돈, 2주 후면 이번 달의 급여가 입금된다.

스스로 설정한 100일간의 퇴사유예기간 중 절반이 훌쩍 지났고 어느덧 디데이 카운팅의 숫자는 40일대에 접어들었다.

나는 훗날,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난 뒤, 지금 이렇게 보내고 있는 이 유예기간을 어떻게 회상하고 있을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09.03.2021

 


 

영혼이 잠식된 기분이다.

나아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마음에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너무 괴롭다.

더 이상 버티기 싫은 기분이다.

그냥 이번 달 안에 사표를 내고 6월에 나오는 걸로 할까 그런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막상 강박적으로 내가 설정한 4월말까지 버티고 2년 채우는 그 알량한 그놈의 그 2년에 왜이렇게 목숨을 걸지?

기대연봉을 확 줄여서 여기저기 지원하고 다니면 되는걸까?

아니다. 그러면 어차피 또 새로운 곳에 가서도 불만족스러워서 얼마 못가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해본다.

뭐라고 하면서 나올까.

한국에 급히 가야한다는 "한국 귀국설"을 카드로 쓸까 이런 거지같은 생각을 하다가 이따위 시나리오나 구축해서 또 입증하려고 하는 내 자신의 비루함에 화가난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이렇게 일하고 먹고 살고 하는 방면에 있어서는 영혼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다.

지쳤단 말이다.

사실.. 일을 하게 되면 인간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진다.

가장 큰 실망감을 안겨주는 인간이 있는데,

그는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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