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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6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BY Birkenwald]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23.04.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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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6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23.04.2021​종종 헤드헌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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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3.04.2021


 

종종 헤드헌터들에게 메시지가 온다.

그럴때마다 일순간 잠시 두근거리다가 그들이 보내온 내용을 읽어보면, 나와 해당사항 없는 포지션들인 경우가 많아서 다시 설렘이 사라져버리곤 한다.

몇번은 그런식으로 연락 온 헤드헌터들과 통화를 해본 적도 있었고, 그들이 소개해 준 포지션에 실재로 지원을 해서 해당 회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잘 안되었다. 그냥 내가 그 포지션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또 그럼과 동시에 그 포지션이 나에게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새로 지원을 해보려고 채용공고들을 두루 살펴보아도 아무리 아무리 제일 마지막 페이지까지 찾아보아도, 그럴듯하고 좋아보이는 자리들은 많고 많지만 지원하고 싶은 일자리는 하나도 없다는 것만을 확인했다. 언제나 자기비난만을 해왔던 과거의 나는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자책을 해왔다.

이건 다 네가 아직 배가 덜고파서 그래.

네가 아직 덜 아쉬워봐서 그래.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넌 왜이렇게 현실감각이 없냐.

네가 지원하고 싶은게 없는게 아니라 저사람들이 너를 뽑기

싫어하는거라는 걸 모르냐?

넌 정말 노답이야. 노답인생.

넌 정말 꼴통이야.

이 등신.

저능아.

네가 이러니까 맨날 직장생활을 못하지.

너같은거 뽑는 직장이 불쌍한거야.

그동안 너때문에 네 동료들과 상사들이 얼마나 싫었겠냐?

넌 쓸모없어.

방구석에서 백수로 늙든 말든 너 알아서 해.

무책임한 인간 같으니라구.

...

...

...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런데 자책을 멈추고 판단중지를 연습해보려고 노력중인 요즘은 좀 다르게 생각해보고싶다.

 

그동안 이런 일들의 이런 점들이 계속 안맞았는데 그 이유는 뭐였을까?

그 이유를 찾았다면, 그게 이 일들을 하면서 개선이 가능한 일일까?

아니라면, 어떤 일들을 하면 그런 점들을 보완 할 수 있을까?

그런 일들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뭐가 있을까?

그 중에서 지금부터라도 시작 해 볼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그래도 안맞으면 어쩌지?

그래도 그럼 그거 선택지에서 지우거나 아니면 잠시 보류해 두고, 계속 다른 것들도 찾아나서보자.

모든 것은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니 설령 그게 생각과 다르게 나오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그걸 통해서 뭔가

하나 더 배웠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나아가자.

그리고 계속해서 자책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되물어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내가 저런 자책들을 타인에게까지 죄다 쏟아내면서 자기 학대를 온 동네방네 공연하고 전시했었고 그때마다 타인들이 어쩔줄 몰라하며 나에게 해주었던 말들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그들의 말은 가슴에 하나도 와닿지않았다. 특히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라는 말. 그런 말은 씨알조차 먹히지 않았다.

그랬었던 내가 이제는 달라지기로 결심한 만큼, 진정으로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되묻고 싶어졌다. 이제서야 비로소.. 진짜 회심이 이루어졌다. 마음을 돌려세우고, 내게 묻는다.

 

그렇게 안맞아하고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라도 유지해 온 것만으로도 스스로 자부심 가져 볼 수는 없는걸까?

그때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라서 그런 일을 그렇게 했었던 것이지 않을까?

지금 알게 된 것들은 그때는 몰랐으니까, 대신 그때 그런 일들을 겪어와서 지금 이렇게 생각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다행스럽지 않아?

 


 

그 일환으로 나는 내가 지금 내 선에서 해 볼 수 있는 것 하나를 작게나마 찾아서 해보기로 하였다.

대단한 것은 아니라지만, 직장을 그만두려고 설정한 퇴사 유예기간도 이제 거의 다 만료되어가는 시점에서, 그래도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것 하나를 실행해보고자 하였다.

어찌어찌하다보니 IT부서로 오게되었고 그 중에서도 IT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경험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고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존에 잘 알려진 클래식한 Waterfall 모델의 프로젝트 프로세스는 이미 몇년 전 교육을 받고 자격증도 하나 가지고 있고 실제로 워터폴 모델의 프로젝트들로 일 해 보았다. 하지만 정말 테크니컬한 IT분야에서는 클래식한 모델 보다는 보다 빠르고 언제나 변화하고 시간이 지남에따라 점점 확장되고 수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애자일(agile)한 프로세스로 일을 하고 있다.

하여 생각해 낸 것은 Agile Product Development 를 매니징하는 프레임워크인 스크럼 (Scrum) 프로세스를 공부해보고 하는김에 자격증까지 하나를 따보기로 하였다. 스크럼 자격증은 이미 여러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Professional Scrum Master I (PSM I) 이라는 자격증을 목표로 일주일 남짓 인텐시브하게 준비를 해보기로 했다.

바이블이라고 불리우는 <Scrum Guide> 라는 14페이지 정도되는 개념서를 보고 또 무료로 구할 수 있는 스크럼 설명서 같은 리소스들도 구해서 읽고 기출문제들도 계속해서 풀어나갔다. 그리고 감을 찾기 위해 화요일 저녁에 응시한 첫 시험에서 합격 커트라인 85% 중 83.5%, 즉 1문제를 더 틀리는 바람에 패스하지 못하였다. 생각보다 편하게 응시할 수 있고 아주 난이도가 어려운 시험이 아니라 해서 잔꾀를 써서 문제만 달달 외우는 식으로 공부했던 것이 결정적인 실패 요인이었다.

그래서 이틀간 좀더 튜토리얼 영상도 보고 개념서를 한번 더 정독하고 약한 문제들 위주로 보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다. 그 결과 다시 응시했을 때 90% 로 합격할 수 있었다. 여전히 만점은 받지 못하였지만 지난 번 시험때 약했던 부분들은 큰폭으로 보완 된 것이 보였다.

내가 스크럼마스터로 일을 할 것도 아니고 프로덕트 오너가 될 것도 아니라지만, 추후 IT 테크 분야로 관련 기술을 배워서 진출 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이고, 사람일은 어찌 될지 모르니 배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런 작은 성취경험 하나하나가 쌓여서 자기 비난을 그만두고 조금 더 생산적이고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려서 방향을 틀어가는게 중요하다.

클래식한 워터폴 모델과 애자일한 스크럼 방식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두개 다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all-rounded project management knowledge 를 가졌다고 스스로를 마케팅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스크럼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 프로세스가 (물론 현실에서는 교과서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들도 많을 것이다) 생각을 명료하고 간단하게 해서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도록 설계되었고, 팀원간의 수평적이고 원활한 피드백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모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점이 중요하다. 막상 내가 추후에 조금 더 테크니컬한 일을 하게 된다고 할 시에 그 분야가 대체로 어떤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는지를 미리 아는 것은 도움이 되는 일이다. 제아무리 각종 신기술들을 배우고 마스터해서 취업을 했다고 한들, 막상 마주한 현실 속에서 해당 분야의 사람들이 어떤 멘탈리티로 일하고 어떤 프로세스로 일하는지에 대한 사전 이해 없이 덤벼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앞으로도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잘 되지 않고 생각보다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고 이게 맞나 틀리나 자꾸 의심이 드는 순간이 찾아 올 것이다. 그때마다 다시 과거의 자책하고 비난하면서 이도저도 안되는 어둠의 수렁으로 빠지지 않고 다시 솟아오르도록 늘 깨어있으면서 의식적으로 삶을 살아가야겠다.

벌써 이 다음으로는 어떤 것들을 찾아서 해볼지 검색도 해 볼 수 있게 되었고 계획도 그에 맞춰서 조금씩 구체화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이 페이스대로라면 이번달이 지나고 언제 퇴사를 통보하고 인수인계 기간을 거치더라도 그와 평행선상에서 나는 나대로 내선에서 준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준비하며 이 시간을 생산적으로 사용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희망을 갖고싶다.

의식적으로 깨어있기.

요즘 하도 화두가 되고 있다는 그 "마인드풀니스", "알아차리기", "끌어당김" 이런 모든 것들이 결국 의식적으로 깨어있으면서 무의식의 악습에 끄달려가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이끌어가라는 말이라는게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내일 또 이런 마음가짐이 무너지고 힘들어진다 하더라도 내일 모레 다시 일어서면서 그렇게 살아가고싶다.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21.0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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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21.04.2021​이제 내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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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그렇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노래를 부르던 4월 말까지 8일 남았다.

미쳤다는 말 밖에는 안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담담하다.

그리고 하나도 미치지 않았다.

마음이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덤덤해진다.

어제 저녁, 빨래를 하려고 세탁기를 설치해둔 지하 세탁실로 내려갔다 오면서 우편함을 체크했다. 두 개의 우편물이 와 있었다. 하나는 상사가 저번에 말한대로 급여인상에 관한 회사 인사부에서 온 우편이었고, 다른 하나는 혹시라도 퇴사 후 어떤 식으로든 자영업을 하게 될 것에 대비하여 시청에 1인사업자 등록을 신청한 것에 대한 등록확인증이었다.

상반되는 성격의 우편물이 들어온 것이다.

내가 떠나려고 하는 일터에서는 급여를 올려주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혹시라도 떠난 뒤에 어떻든 쓰임이 될까봐 신청해 놓은 것도 거절당하지 않고 발급이 된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이런 기분이 들었다.

문은 생각보다 여러개일수있고, 문 하나가 닫히면 또 다른 문도 열릴 수 있고 그 문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할수도 있다는 것. 그 다양성에의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내 머리로는, 내가 여지껏 경험 해 온 것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고 가늠 할 수 없는 것들이 차곡차곡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것 말이다. 하여, 무척 두렵고 불안하지만 내가 2015년도 1월 초에 이민가방과 수트케이스에 배낭을 매고 혈혈단신으로 이 땅에 도착했던 그때만큼 두렵고 불안할까 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마주하게 될 삶 앞에 당당히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떨치지 못했던 생각, 바로 "내가 또 도망치려고 하고 있는 걸까?" 에 대해서도 서서히 결말을 지어야겠다는 그 "결말"에의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내가 마주하기 싫은 불안으로부터 계속 도망쳐왔는데 도망생활중에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한국을 떠나왔듯이, 내가 부모와 형제와 거기서의 모든 생활과 친구들과 모든 것들을 다 뒤로하고 와버린것이, 여기에 와서도 이리저리 표류한것이, 이제 또 부서까지 바꿔가며 4년 반정도를 끈덕지게 버텨온 이 곳을 나가려는 생각을 품는 것이 모두 도망치는 것, 도망의 역사 - 그래, 도망이라면 도망 맞는 것 같다.

이 세상은 도망치는 행위를 싫어한다.

도망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고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이고 그것은 미성숙한 것이며 끈기없고 형편없는 것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는것이 싫어서 더욱 더 회피에 회피만을 거듭 해 온 것 같다.

내가 도망치려고 해 왔던 것은, 결국 그런 내면의 수치감을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달아나려고 했던 것 같다. 나를 상처준 사람들,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들, 그런 일들이 일어났던 장소, 공간들, 내가 거기서 겪었던 암울했던 시간들, 기억들, 그 시간들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 그 감정의 기억들, 내가 주목받고 싶었는데 주목 못받은 것들, 내가 다 컨트롤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들, 나를 우습게 본 사람들, 그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지 못한 무능력했던 나자신, 그렇다고 그 능력치를 막 끌어올려서 출세하고 싶었는데 그럴 노력 기울이지 않았던 스스로의 나태함, 그 숱한 자기 비하, 자괴감, 자책감, 실망감들.

이제 내가 여기서마저도 또 도망치고 나서 무언가 다른, 새로운 것을 하게 되면 거기서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보장 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지금 발 딛은 곳을 떠나서 그 미지의 영역으로 도망을 쳐보고 싶단 말이다. 이것은 심령이 불안한자의 역마살 같은 것일까? 또 그렇다 한들, 그러면 정말로 안되는 걸까?

지금 내가 이렇게 덤덤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덤덤하면 안된다 그래도 된다 이런 법규는 어디에도 없다.

내가 지금 현재 착 가라앉아서 덤덤하면 덤덤한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러는 나에게 대책없이 꼴값 떤다고 할 것이고 더러는 나를 측은하거나 이상한 눈으로 바라 볼 것이다. 더러는 날더러 앞날을 응원한다고 할 것이고 더러는 내가 뭘 하던 말던 아무런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현재 어떤 마음가짐이 드는지, 어떤 상태에 놓이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주체자는 바로 나다.

 


 

근속연수 2년을 꼭 채우는 것이 나는 왜 이토록 힘들었을까, 그리고 왜 그 알량한 2년도 나는 여지껏 제대로 채운 적이 없어서 이제서야 그것을 채워볼것이라고 이토록 생색을 냈던 것일까?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것들을 붙들고서 말이다.

이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할 92일 정도 전에만 해도 나는 여전히 이런 생각을 끊을 수 없는 나 자신을 자책하고 사람들이 이런 나의 성향을 간파했을까봐 전전긍긍하고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이라도 하면서 찌질한 속풀이를 한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지금까지 내 마음을 거쳐갔던 수많은 생각들과 감정들, 수 많은 충동들과 동기들은 다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 그런 감정들 그런 생각들이 들었기 때문에 그것들에 대한 반응으로서 내가 내렸던 모든 행동들(선택, 행위, 말들 등등)이 생겨났던 것이고 그 행동들을 바탕으로 지금껏 겪었던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일들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이렇게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에 이정도로 마음을 정리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든 것들이 다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서 하나의 커다란 테피스트리를 직조해오고 있었다.

그래, 나는 자주 불안했고, 싫은 것들도 많았고 그래서 자주 도망친다.

그렇게 도망쳐온것 치고는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걸 보면 그리 나쁜 도망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나는 더러 도망도 치고 그러면서 살아 갈 것 같다.

인간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지 않나 - 그런 맥락에서 보면 내 이런 성향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더러는 날더러 포기하고 도망치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어떤 말을 듣더라도 내가 내 도망에 떳떳하고 내 도망으로 따르는 모든 결과들을 그 모든 값들을 다 치러내면서 내 삶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누구도 원망않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삶도 그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두고 또 누군가는 어디서 자기합리화냐며 또 비난할지도 모른다.

비난은 내 삶이 지속되는 한 끊이지 않을것이다.

 

나는 결심하기로 했다.

나는, 앞으로, 내 삶에 어떤 상황이 닥치고 내가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되고 어떤 말들을 듣게 되더라도, 심지어 엄청난 비난을 받게된다 하더라도, 나 자신만은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나는 그 모든 상황들에서 무엇이든 한가지 이상은 배워갈것이며 나만의 인생 노하우로 적금들듯이 모아갈 것이다.

그러면 세상을 원망할 것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할 것도, 나보다 잘난 사람 앞에 주눅 들 일도,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 앞에 은근히 우쭐 할 일도, 그런 모든 적나라한 찌질함을 탑제한 나라는 인간을 경멸할 일도 없어 질 것 같다.

[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

11.0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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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고민] | D-18 | 이 시국에 외국에서 퇴사해보려고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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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해외 이민자의 코로나 시대 퇴사결심 100일 카운트다운의 기록11.04.2021주말이 지나간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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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지나간다.

일요일 밤, 현지시각은 열시 사십오분.

지난 주 금요일 아침에 상사와 짧은 통화를 했다.

드디어 급여인상 컨펌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상사는 힘주어 말했다.

보통 2-3프로 정도밖에 인상 안되는데

너는 특별히 6프로나 인상 될 예정이야.

 

6프로라...!

그렇구나. 기어이 연봉이 인상이 되기는 될 모양이구나.

몇년 전에 한 번 2프로인가 그렇게 물가상승률에 맞춰서 오른 것 이후로 급여가 인상 된 적은 없었다. 그마저도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떼어가는 이 나라의 특성상 세후 금액으로 보자면 별로 체감도 안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상사가 "너는 그동안 너무 연봉이 안올랐으니 특별히 올려준" 그 6프로의 인상율을 적용해보자면... 사실 그렇다해도 세후로는 한화로 치면 십몇만원 정도 더 오르는 정도이다.

그래, 그 십몇만원이 어디냐만은. 그렇게 겨우 특별히 오르는것도 직장을 이직해서 연봉을 아예 처음부터 싹 갈아엎고 확 인상해서 가지 않는 한, 같은 조직 내에서는 6프로가 한계구나 싶었다.

사실 감사했다. 그래도 나를 좋게 봐주어 연봉을 올려 줄 생각을 해 주었다는 것이 고맙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퇴사를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졌다.

어제는 우편함을 열어봤더니 회사 인사부에서 보낸 편지가 들어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2020년도 보너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번 달 월급날에 맞춰서 그 보너스가 들어온다. 내가 어제 때려치울까 오늘 때려치울까 하면서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그래도 보너스받고 현재 직급 근속기간 무조건 풀로 2년 채우는 2021년 4월말까지 기다릴거라고 했던 그 시간이 다가오고 그사이 보너스도 확정이 났다.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받아 챙겨서 나갈거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의 알량함과 옹졸함에 넌덜머리가 난다.


사실 나갈 때 나가더라도 스스로와 했던 약속이 있었다.

절대로 상황이 불리하거나 안좋아졌을 때, 내가 화가 나 있을 때 나가지 않기로 말이다.

제일 이상적인 것은 박수 칠 때 나가는 것이겠지만, 박수받고 각광받는 것 까지 아니더라도 우선은 어느정도 평가도 괜찮고 인정 받았을 때 나갈 수 있는 것,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부정적인 부분들에 줄곧 관심을 할애 해 왔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죄다 내가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이뤘다.

1. 한국계 회사, 교민사회를 벗어나서 현지회사 그것도 현지 굴지의 대기업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한 경험

 

2.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든 작금, 가장 전망 좋다는 IT부서로 옮겨 올 수 있었음

 

3. 한 조직 내에서 3개의 서로 다른 팀에서 지내며 근무기간 내 조직에 대한 시각을 다양화, 다각화 할 수 있었음

 

4. 프로젝트매니지먼트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경험 할 수 있었음

 

5. 지금껏 거쳐온 일들을 통하여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랑 어째서 안맞고 어긋나고 힘들고 괴로웠는지가 명확해졌음

 

6. 이 세개의 팀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제일 국적 구성이 다양한 팀에서 근무 해 볼 수 있었음

 

7. 프로젝트 관련해서 팀원들과 출장도 비록 같은 나라이긴 했지만 2번이나 다녀올 수 있었음

 

8. 업무평가시 늘 개인 목표달성은 100프로를 넘기며 좋은 평가를 받았음

 

9. 작년 연말에는 연봉인상 동결로 인해 임금 인상이 안 된 대신에 열심히 일한 대가로 특별 보너스를 지급받았음

 

10. 올해에는 대부분 물가상승률에 따른 2퍼센트 정도의 연봉인상만을 받는데 특별히 더 많은 퍼센트로 드디어 급여가 올라가는 것도 경험하게 됨

 

이만하면 되었다.

정말로 분에 넘치게 많이 경험하고 많이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

안좋았고 서러웠고 내게 불리했고 슬펐고 분노했던 부분들을 다 걷어내고 보니 내가 그동안 꽤 많이 발전 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실 어떻게하면 퇴사 이야기를 잘 하고 최대한 퇴사 사유에 대해 가타부타 왈가왈부 없이 깔끔하고 멋지게 영광스럽게 나올 수 있을까를 놓고 여전히 고민중이다.

그 가운데 많이 의지하고 배울점 많은 지인분이 내게 이런 조언을 해 주었다.

비록 나를 조금 낮추는 듯 보이더라도 그들을 높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해주고 나오면 어떨까요?

나는 어떻게하면 거짓말 안하고 최대한 솔직하게 말할까를 놓고 고민했었다. 다른 핑계 대면서 나가면 정직하지 못한거니 내가 어째서 구체적으로 어떤게 도저히 안되어서 연봉도 올려주겠다고 하는 마당에 기어이 나가겠다고 하는지에대해 또 구구절절 다 읊을 생각을 했었다. 오직 나만을 생각한것이다. 나혼자 정직하겠다고, 나혼자 정당하겠다고.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나의 정직함 솔직함에서 했던 진실이 정작 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수도 있고 되려 그로인해 그들이 상처를 입거나 더 고까운 마음으로 나를 마지막까지 안좋게 기억하게 될수도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었다.

그들을 높여주는 방식으로는, 일단 그들의 입장에서 수긍하기 좋게 선한 의도를 가지고 누가 들어도 상황과 맥락을 생각 해 봤을 때 이해하기 쉬운 이유를 말해보는 게 어떻겠어요?

진실여부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들이라면 어떤 말을 들었을때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렇게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겠다는 나의 의사표현을 그래도 수긍할 수 있을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조언.

어차피 내가 생각하는 방식, 나의 성향, 특히 직장생활 조직생활 하면서 자꾸만 어긋났던 부분들을 계속 조직생활 직장생활만을 해온 사람들에게 곧이곧대로 말한다 한들 결국 더 손해보는 쪽은 내가 될수도 있다는 말.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그동안 잘해주었던 점들에 대해 충분히 피력해주고 감사를 표해주고 최대한 나이스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방향으로 놓고 생각해볼 것. 나를 낮춘다는 것은 저자세로 나가듯이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내 욕망, 내가 생각하기에 옳다고 믿는 것들을 잠시 양보하고 거기서 한 발 물러나서 조금 더 서로에게 win-win 될 수 있고 여러가지 충격들을 완화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서 최대한 지혜롭게 처신하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일 짜증났던 것은 노티스 기간이 3개월인데 마지막 남은 한달 휴가처리 안되면 어쩌지 하면서 또 시나리오 틀어질까봐 불안해하는 마음이 가시지 않는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서도 그분이 이렇게 말해주셨다.

우리가 참 많은 것들을 컨트롤하고 싶어하죠. 특히 시간에 대해서 심해요. 그런데 우리가 당장 우리 목숨도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지 전혀 알 수 없고, 하느님께서 마음만 먹으면 한번에 모든 것을 다 끝내실 수도 있는데 계속해서 매일 매일 우리 새로운 시간을 얻어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사실 굉장히 적고 우리가 손 댈 수 있는 시간도 너무 제한적이에요. 그 마지막 한 달 어떻게 될까 말까를 놓고 지금 고민하는 것도 어찌보면 굉장히 부질 없는 일일수도 있어요. 하루 하루 주어진 시간을 최선 다해서 살아가다보면 미래의 시간들에 대해서 그 시간을 주관하시는 분이 다 알아서 가장 좋은 방식으로 처리 하실거에요.

여기에서 나는 항복하고 말았다.

내가 얼마나 모든 것을 다 손아귀에 쥐고서 전전긍긍하며 내 마음대로 뜻대로 하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는지가 드러났다. 어쩌면 같은 말을 해도 저렇게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너무너무 고마웠다. 나라면 누군가에게 그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저정도로 말 해 줄 수 없었을 것 같다.

'내가 또 지금 영역을 침해하려고 하고 있구나.'

'내가 내 직분에 충실하지 못하고 남의 직분을 넘보면서 그것을 내 것인냥 마음대로 처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돌아와서 최대한 충실하게 지혜롭게 주어진 시간들을 보내도록 해보자.'

이제서야 겨우 마음이 여기까지 정리가 된다.

다시 맞이할 월요일을 앞두고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한 주를 임해야 할지 그리고 그에 필요한 지혜를 구해야겠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길은 너무나도 어렵다.

한고비씩 넘겨가면서 나무에 테가 늘어나듯이 내 지혜의 테도 점점 늘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 복음 18장 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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